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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강원도농산물원종장 이전 논란
수십억 혈세로 일군 농촌명소 ‘공중분해’ 초읽기
“주민 동의 없는 일방통행식 행정에 집·땅 죄다 뺏길 판” 분분
이경엽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7-20 17:20:05
강원도농산물원종장(이하·원종장)은 강원도청이 직접 운영하는 사업소로 여러 농산물의 원종, 보급종, 토종잡곡 등의 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1947년 만들어진 원종장은 지금까지 70년 넘게 강원도 춘천시 우두동에 자리 잡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인근 지역에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됐다. 대규모 택지개발 사업 진행이 결정되면서 현 부지가 농업환경에 적합하지 않게 됐다. 급기야 최근에는 원종장의 이전이 결정됐다. 원종장 측은 작년 말 춘천시 사북면 고탄리, 고성리 일대를 새 이전 예정지로 발표했다. 계획에 따르면 새 원종장은 총 3개의 단지로 조성된다. 전체 면적은 46만3395㎡(약 14만평)에 달한다. 하지만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았다. 원종장이 이전 예정 부지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마을 주민들은 원종장으로 인해 주민들이 강제 이주하고 마을의 농촌 분위기 흐려질 것을 우려했다. 또 이미 거액이 투입된 국비지원 사업이 쓸모없게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스카이데일리가 강원도 농산물원종장 이전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강원도 춘천시 사북면 고탄리·고성리 일대를 직접 찾아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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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청은 농산물원종장은 이전 예정지로 춘천시 사북면 고성리, 고탄리 일대를 지정했다. 도청이 위치한 춘천시로부터 거리가 멀지 않은 게 이유였다. 하지만 인근 지역 주민들의 반발 여론이 상당해 이전까지 상당한 우여곡절이 예상되고 있다. 사진은 강원도농산물원종장 이전 예정 부지(위), 주민들이 걸어 놓은 이전 반대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 ⓒ스카이데일리
 
[강원 춘천=이경엽 기자] 강원도 춘천시 우두동에 위치한 ‘강원도농산물원종장’(이하·원종장)의 이전 문제를 두고 각종 잡음이 무성하다. 이전 예정지인 춘천시 사북면 고탄리·고성리 일대 주민들은 원종지 이전으로 삶의 터전을 잃게 될 것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이미 인근 지역에는 각종 국책 사업 대상지로 선정되며 75억원 가량의 국비가 투입된 곳이 여럿 존재해 혈세낭비 논란도 거세게 일고 있다.
 
강원도농산물원종장 이전 예정 부지 인근 마을, 각종 국책사업 수주로 국비 75억원 유치
 
스카이데일리는 고탄리 마을 인근 커뮤니티 센터인 ‘솔다원 나눔터’ 내에 위치한 ‘춘천별빛산골교육센터’를 찾았다. 춘천별빛산골교육센터는 ‘농촌유학진흥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인근에 위치한 송화초등학교 역시 ‘농촌유학진흥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대표적인 학교로 꼽힌다.
 
농촌유학진흥사업은 도시에 거주하는 학생들이 농촌 생활을 체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보건복지부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이 정책은 학생 수 감소로 폐교 위기에 놓인 농촌 학교를 활성화하고 농촌 지역에 교육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윤요왕 춘천별빛산골교육센터 센터장은 “송화초등학교에서 공부한 아이들이 학교를 마치고 춘천별빛산골교육센터로 넘어와서 저녁식사를 하고 방과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며 “현재 춘천별빛산골교육센터에서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은 총 50명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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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50명 중 순수하게 이 마을의 토박이 출신은 10명도 채 되지 않는다”며 “약 20명은 농촌유학진흥사업에 따라서 부모님들은 도시에서 일하고 아이들만 시골에 온 경우고, 나머지 약 20명은 아예 부모님과 함께 귀농한 경우다”고 덧붙였다.
 
윤 센터장에 따르면 춘천별빛산골교육센터에서 농촌유학진흥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은 매년 약 5억원 수준이다. 이 중 절반 정도인 2억5000만원이 보건복지부와 농립축산식품부의 예산으로 지원금으로 들어온다. 지난 2010년부터 이 프로그램을 시작했으니 지금까지 춘천별빛산골교육센터에 투입된 예산은 17억5000만원에 달하는 셈이다.
 
▲ 크게 보기 = 이미지 클릭 / [그래픽=정의섭] ⓒ스카이데일리
 
고탄리·고성리 마을에서 유치한 국비지원 사업은 농촌유학진흥사업이 전부가 아니다. 지난 2001년에는 당시 정보통신부(현·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1억8000만원을 지원받는 정보화마을로도 선정됐었다. 현재 정보화마을 사업은 행정자치부에서 주관한다.
 
고탄리·고성리 등을 포함하는 솔바우 권역은 지난 2007년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덕분에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40억원, 강원도로부터 16억원 등 총 56억원을 지원받았다.
 
솔마우 권역 내 마을들은 지원금 중 14억원을 활용해 지난 2010년 마을 커뮤니티 센터인 솔다원나눔터 건물을 완공했다. 마을회관 리모델링, 도로 공사, 소나무경관 조성 등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기반 사업도 추진했다.
 
2008년에는 한국농어촌공사에서 농어촌체험휴양마을로 지정돼 국비 3억원을 지원받았다. 이어 2009년에는 산림청으로부터 산촌생태마을로 지정돼 12억5000만원의 예산을 지원받기도 했다. 이들 지원금으로는 현재 관광객들은 위한 시설이 건설됐다. 지금까지 고탄리·고성리 등에서 추진된 국책 사업에 투입된 국비는 약 7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인근 지역 주민들은 다양한 국책 사업을 수주 한 것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고성리에서 평생을 살아왔다는 김성환(73·남) 씨는 “오랜 시간 동안 마을 사람들이 똘똘 뭉쳐 국비 지원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며 “마을을 살리기 위해 온 마을 사람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간신히 지금의 마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원종장 들어서면 마을 해체 불가피…일대 지역 투입된 75억원 혈세 공중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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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종장은 여러 농산물의 원종, 보급종, 토종잡곡 등의 생산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지난 1947년 설립된 원종장은 지나치게 낡은 시설과 시내 확장으로 인한 택지개발사업으로 인해 이전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사진은 춘천시 우두동에 위치한 원종장 ⓒ스카이데일리
 
최근 수십억원의 국비가 투입된 고탄리·고성리 주민들 사이에서는 마을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소문이 맴돌고 있다. 춘천 시내에 위치해 있던 원종장이 마을 인근으로 이전하게 되면 주민들의 이주가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마을 주민들은 ‘강원도 농산물원종장 통합이전 예정지 철회를 위한 고탄·고성 주민대책위원회’(이하·대책위)를 구성해 집단 행동에 나섰다. 
 
송민우 대책위 사무국장은 “원종장이 들어설 예정지 일대 토지의 약 40%는 시유지 등 국공유지이지만 나머지 60%는 마을 주민들이 소유한 사유지다”며 “예정대로 이전이 추진된다면 전체 마을 면적의 절반이 사라지게 된다”고 성토했다.
 
송 사무국장은 “어느 마을이고 농촌이 유지되려면 사람이 계속 머물러야 한다”며 “오랜 시간 우리 마을에 여러 개의 국비지원 사업을 계속 유치한 것도 궁극적으로는 사람이 계속 모여들고 머물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원종장이 이전하게 되면 마을 사람들이 땅을 내놓고 떠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노력들이 모두 헛수고가 된다”고 강조했다.
 
일대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국비지원 사업인 농촌유학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 맡겼다가 아예 귀농의 길을 택한 주민들의 우려는 특히 더했다. 원종장이 이전하면 농촌유학프로그램이 의미가 없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김민경(48·여) 씨는 “대도시에서 살다가 아이를 농촌 유학프로그램에 맡기기 위해 아예 귀촌을 했다”며 “만약 원종장이 생긴다면 농촌유학이 장점인 농촌 분위기가 사라져 이 마을에 계속 있을 이유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농촌유학프로그램을 위해서 남양주에서 이곳으로 온지 4년이 넘었다는 박준형(13·남) 군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 부모님과 함께 캠핑으로 왔다가 계속 여기서 지내게 됐다”며 “도시에는 없는 시골만의 분위기와 친구들이 너무 좋다”고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박 군은 “부모님으로부터 마을에 원종장이 들어오면 마을이 사라질 것이라고 들었는데 실제로 그렇게 된다면 마음이 너무 아플꺼 같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 이숙미(54·여) 씨는 “만약 원종장이 이전한다면 우리 집안도 토지에 대한 보상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보상은 전혀 의미가 없다는 것이 나를 포함한 마을 주민들의 공통된 의견이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씨는 “십년 가까이 노력해서 폐교가 될 뻔한 학교를 도시에서 사람이 오도록 활성화시켜놨는데 이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될 것 같아 분하다”고 성토했다.
 
윤요왕 센터장은 “농촌 유학을 통해 아이들이 유입이 되지 않으면 송화초등학교의 폐교는 시간문제다”며 “간신히 막은 폐교 위기가 원종장 이전 때문에 다시 찾아올까 봐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윤 센터장에 따르면 현재 마을 인근에 위치한 펜션은 매년 수백명의 관광객이 찾는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수십억원이 투입된 각종 국책사업 덕분이었다. 하지만 원종장이 들어서게 되면 이들 시설들이 사라지거나 관리할 사람들이 떠나버리기 때문에 관광명소 명성을 영영 잃게될 가능성이 크다.
 
관광객들 역시 마을이 사라지는 것에 대해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에서 여름휴가를 맞아 펜션을 찾은 관광객 이태곤(27·남) 씨는 “조용하고 고즈넉한 시골 분위기가 좋아서 이 펜션을 찾았다”며 “원종장과 같은 시설이 들어서면 이 분위기가 사라질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원종장 측 “고성리, 고탄리가 가장 적합한 지역”…다음 달 지역민 설문조사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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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촌유학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4~5년까지 부모와 떨어져서 시골 농가에서 머물며 시골에서 ‘유학’을 하게 된다. 또는 교육을 위해서 부모님이 함께 귀농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마을이 사라지면 이들을 갈곳을 잃게된다는 게 인근 주민들의 주장이다. 사진은 솔다원 나눔터 내부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는 중인 학생들 ⓒ스카이데일리
 
인근 지역 주민들의 주장에 따르면 원종장 측에서 원종장 측은 이전지를 고르는 과정에서 각 지역의 주민들에게 해당 내용을 알리고 이해를 구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예정지로 선택이 나서야 알게 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일부 주민들은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는 반응을 내비쳤다.
 
하지만 원종장 측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신승권 원종장 주무관은 “원종장을 이전하기 위해서 총 3곳의 예비 후보지를 골랐는데 그중 가장 경제성이 있고 적합한 곳이 고성리·고탄리 마을 일대인 것으로 분석됐다”며 “국공유지 비율이 높아 토지 보상액이 상대적으로 적고 춘천시내와 가까워 공무원들의 출퇴근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어서 이 마을을 선정했다”고 말했다.
 
신 주무관은 “주민들의 반대 의견을 듣고 지난달 솔다원 나눔터에서 두 차례에 걸쳐서 주민 설명회를 열었다”며 “다음 달 중으로 토지 소유주, 임차인 등 토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결과를 보고 최종 결정하기로 주민들과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예산을 받기 위해 행정자치부의 투자심사를 받은 결과 적합하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법적인 문제가 없다”며 “지역주민들이 주장하는 예산낭비 의견은 국비로 지어진 해당 시설들이 위치한 토지는 피해서 원종장 시설이 들어서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행정자치부에서 제정한 ‘지방재정투자사업 심사규칙’에 따르면 약 200억원이 넘는 지방재정이 투자되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행정자치부에서 진행하는 투자심사를 받아야 한다. 원종장의 예상 이전 비용은 약 270억원이다. 이처럼 기존에 수십억원에 달하는 국비가 투입된 사업이 새 사업으로 인해 무용지물이 될 위기에 처했음에도 예산을 집행한 중앙 정부에서는 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상길 행정자치부 지방재정과 사무관은 “투자심사의 경우 각 자자체에서 기준에 적합한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관계 기관에 질의 등의 절차를 거친 결과 문제가 없다면 이를 통과시킬 수밖에 없다”며 “원종장 이전에 관한 내용 역시 사업계획서에 문제가 없었고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 기관에 질의한 결과 이 계획에 대해서 반대하지 않아 통과를 시켜 주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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