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이 바뀌고 있다. 단순히 식사를 하는 시간에 그치지 않고 스트레스 해소나 취미·여가 활동을 즐기는 문화생활 시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밀린 업무로 인한 야간근무, 지인과의 약속 등으로 직장인들의 저녁시간이 바빠진 결과다.
2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직장인에게 있어 업무 중 받게 되는 스트레스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직장인들 역시 불가피한 상황으로 인정하긴 하지만 이를 극복하긴 위한 노력은 꾸준히 하는 편이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삶의 만족도를 높이려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는 배경이다.
최근 tvN 예능프로그램 ‘알쓸신잡’에서 언급된 ‘행복에 관한 이야기’가 상당수 직장인들의 공감을 얻은 것도 비슷한 백락으로 해석된다. 당시 출연자들은 삶과 일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이른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에 대해 이야기했다. 직장인들이 일을 열심히 하면서도 삶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식사시간과 문화생활시간을 맞바꾸는 것도 ‘워라밸’의 일환으로 언급됐다.
밥 거르고 시간 쪼개고…‘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추구하는 직장인들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소재 스타필드 코엑스몰에 최근 문을 연 ‘별다방도서관’은 점심시간이면 인근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로 붐빈다. 도서관에는 신간부터 베스트셀러 등 다양한 책이 구비돼 있다.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을 활용해 쾌적하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풍기는 도서관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보낸다.
삼성역 인근에 근무하는 최은화(33·여) 씨는 “평소 점심시간을 이용해 별다방도서관을 종종 찾는다”며 “바쁘게 생활하다보니 따로 책을 읽을 시간이 없었는데, 이렇게 짬짬이 들러서 단편이나 잡지책 등을 읽으니 나름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상 빠듯한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개인이 좋아하는 문화생활을 즐기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날마다 정시에 퇴근하는 게 아니다 보니 그 속에서 삶과 일 사이에 균형을 맞추기 위해 점심시간을 활용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을 활용해 개인 생활을 즐기는 결정적 배경에는 저녁시간이 일정하게 보장되지 않다는 점이 자리하고 있다. 밀린 업무를 처리하거나 따로 약속이 있는 날이면 개인 시간을 누리기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건강관리에 집중하는 직장인들도 적지 않았다. 평소 점심시간을 활용해 배드민턴을 즐긴다는 김재영(27·여) 씨는 “저녁시간은 불규칙적인데 반해 점심시간은 어느 회사나 다 정해져있고 일정하니까 개인 정비를 하기 수월하다”며 “운동을 하면서 몸이 많이 피곤하지 않을까 했는데 실제 업무 중간에 땀을 흘리니까 몸도 가볍고 오히려 개운하다”고 말했다.
구로디지털단지에 위치한 라인 필라테스 매니저는 “직장인들을 위해 오전 12시에 실시되는 프로그램으로 따로 마련했는데, 평소 15~20명 정도가 꾸준히 수업에 참여한다”며 “땀을 흘리고 다시 오후 업무를 이어가는 게 자칫 불편할 수도 있지만 개인의 만족감을 우선시하는 분위기여서 그런지 그런 불편함 정도는 감수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배고픈 소크라테스 원하는 직장인들…포만감보다 휴식으로 얻는 삶의 만족도에 집중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점심시간에 개별적인 활동을 하는 직장인들은 나름의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식사로 얻는 포만감보다 개인의 행복감과 양질의 삶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점심시간을 새로운 방식으로 활용하는 직장인들은 어떠한 간섭도 받지 않고 온전히 자신을 위해 각자의 개성에 맞는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의 한 IT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40대 이수현 씨는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가까운 곳에 위치한 북카페를 찾아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이 씨는 “긴장된 몸을 풀고 휴식을 취하면서 책도 보고 간단하게 식사도 할 수 있어서 북카페를 자주 찾는다”며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서로가 혼자 조용한 시간을 원하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큰 소리로 떠들거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카페 ‘늘숲’을 운영하는 서진 사장은 “점심시간 북적거리는 식당에 실증을 느끼거나 조용하고 여유있는 분위기를 선호하는 직장인들이 주로 찾는다”며 “꼭 책을 읽지 않더라도 단 30분이라도 눈치 보지 않고 낮잠을 즐기기 위해 찾는 분들도 많은 편이다”고 설명했다.
수면카페는 부족한 잠을 채우거나 아늑한 공간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최근 유행처럼 번지는 수면카페는 이용하는 연령대도 1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 한복판에 위치한 수면카페 ‘꿀잠 리클라이너 라운지’는 15명 정도를 수용할 수 공간이 마련돼 있는데 이른 점심시간부터 늦은 오후시간까지는 손님들로 가득 찬다. 이곳 관계자는 “쉬는 것에 대해 사람들의 인식이 점차 바뀌고 있는 것 같다”며 “외국의 경우에는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일부러 낮잠시간을 주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휴식을 취하기 위해 수면카페를 찾은 직장인 정건일(가명·남) 씨는 “한두 시간 휴식을 취하는 게 개인은 물론 회사 업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며 “회사에 출근하면 일만 하고 상사 눈치를 봐야 하는 옛날과 달리 요즘에는 식사를 거르더라도 여유 있는 시간을 활용해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면서 행복지수를 높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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