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유통업계에서는 인기 아이돌 가수를 앞세운 마케팅, 일명 ‘아이돌 마케팅’ 열풍이 불고 있다. 과거 10대 위주에 국한돼 있던 팬층이 경제력을 갖춘 20~30대까지 확대되면서 인기 아이돌 가수를 광고모델로 기용해 소비자들의 구매를 유도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인터파크티켓과 YES24티켓 등에 따르면 최근 아이돌 콘서트 예매 고객 중 20~30대 팬들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10대에 비해 구매력 측면에서 우위에 있는 20~30대 아이돌 팬들을 공략한 게 주요했다는 분석이다. 각 유통업체들도 이런 상황을 일찌감치 감지하고 인기 아이돌 가수를 모델로 기용해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화장품 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특히 두드러졌다. 이니스프리는 소녀시대 윤아와 워너원, 더페이스샵은 미쓰에이 수지, 네이처리퍼블릭 엑소, 더샘 샤이니, 에뛰드하우스 에프엑스 크리스탈 등을 모델로 기용했다. 이들은 20~30대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누린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아이돌 포스터가 뭐길래”…30분 줄서기 기본, 제품 구매에 수십만원 지출 선뜻
이니스프리는 지난달 19일 인기 아이돌 그룹 ‘워너원’을 신제품 ‘화산송이 컬러 클레이 마스크’ 광고 모델로 발탁했다. 워너원은 Mnet 오디션 프로그램인 ‘프로듀스 101 시즌2’를 통해 데뷔한 11인조 남성 아이돌그룹이다.
이니스프리는 “뚜렷한 개성과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워너원 멤버들이 일곱 가지 다른 컬러와 기능을 갖춘 ‘화산송이 컬러 클레이 마스크’의 장점을 누구보다 잘 표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모델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8일 이니스프리는 매장 결제금액 1만원 이상 구매한 고객을 대상으로 워너원 멤버 11명 중 1명의 포스터를 증정하는 이벤트를 실시했다. 이날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는 매장 오픈 전부터 포스터를 사기 위해 줄을 서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수십여장씩 올라오는 등 다양한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서울 강남역에 위치한 이니스프리 매장 관계자는 “매장이 10시에 문을 여는데 그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줄 서 있었다”며 “인기가 많은 몇몇 멤버는 1시간 만에 포스터가 품절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일 많이 구매한 고객은 20만원 정도였다”며 “연령대는 다양했지만 20~30대가 특히 많았다”고 덧붙였다.
박민선(25·여) 씨는 “원하는 멤버의 포스터를 받기 위해 개점 30분 전부터 매장 앞에 줄을 서기 시작했는데 이미 내 앞에는 20~3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먼저 와 기다리고 있었다”며 “원래는 2만원만 사려고 했는데 줄을 서다보니 욕심이 생겨서 결국 7만원이 넘는 돈을 지출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실 워너원이 광고 모델이 되기 전부터 이니스프리를 알고는 있었지만 구매한 적은 없다”면서도 “좋아하는 가수가 모델이 되다보니 그 후로는 포스터를 받기 위해서라도 이니스프리 제품을 구매하는 편이다”고 강조했다.
화장품 브랜드 네이처리퍼블릭은 한류아이돌 그룹 ‘엑소’를 모델로 선정한 뒤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엑소는 지난 2012년 데뷔한 9인조 남성 아이돌그룹이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지난 2013년 엑소와 처음 모델 계약을 체결한 뒤 2015년 계약을 연장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하면 엑소 멤버 얼굴이 그려진 부채, 포토카드 등을 증정한다. 그 외에도 사진이 붙은 핸드크림, 립밤 등을 출시하는 등 공격적인 아이돌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팬사인회·콘서트 등에 응모할 수 있는 응모권을 증정하는 이벤트도 실시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필요 없는 제품도 일단 사고보자”…아이돌에 눈 먼 일부 소비자들 ‘헛돈 펑펑’
최근 아이돌 마케팅이 인기를 끌면서 기존에 없던 부작용이 불거져 나와 주변의 우려를 사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과소비 조장이다. 일부 아이돌 팬들이 포스터를 구할 목적으로 제품을 구매해 놓고 버리거나 방치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증정품과 본제품의 주객전도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조예지(가명·32·여)씨는 “평소 좋아하는 멤버 포스터를 모으다 보니 다른 멤버들까지 욕심이 생겼다”며 “예전에 2만원 이상 구매하면 팬미팅 응모권을 주는 이벤트를 했는데 20만원 넘게 지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기존에 사용하던 제품은 이벤트를 실시하는 브랜드 제품이 아니다”며 “결국 아이돌 가수 포스터 때문에 제품을 구매하는 것일 뿐 실제 사용은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장유하(22·여)씨도 “워너원 팬이라서 이니스프리 매장 오픈 전부터 줄을 서서 기다렸다”며 “원하는 멤버가 품절되기 전에 포스터를 받아야 하다 보니 줄을 설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제품 구매에 총 2만원 가량을 소비했다”고 말했다. “시간이 없다보니 필요한 제품을 꼼꼼히 따져 고르는 것은 불가능했고 아무거나 집어서 포스터를 받을 수 있는 금액을 맞췄다”고 귀띔했다.
전종우 단국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스타마케팅을 통해 구매를 유도하는 현상이 판매를 돕는 프로모션이라 그 자체를 비판할 수는 없다”며 “기업의 책임보다는 소비자 스스로가 소비에 책임을 져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구매자 자신의 판단에 달려있기 때문에 현명한 소비를 하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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