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가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철강기업 ‘대한제강’의 차기 후계자로 주목받고 있는 오치훈 사장의 어깨가 한층 무거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됐다. 그간 암암리에 행해왔던 친인척 챙기기 행보가 도마 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더욱이 오너와 기업 간에 수상한 부동산 거래까지 조명을 받으면서 고심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관측됐다.
대한제강은 부산 국제시장 철물점에서 처음 시작해 매출 9000억원의 강소기업으로 발돋움한 부산지역을 대표하는 향토기업이다. 故 오우영 창업주가 1975년 세상을 떠난 후 장남인 오완수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현재는 오너 3세인 오치훈 사장이 차기 후계자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창업주는 슬하에 10형제를 뒀다. 장남 오 회장과 막냇동생 오형근 부회장의 나이 차이가 무려 스무 살에 이른다. 형제들 중에는 유명 인사로 다수 존재한다. 넷째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일곱째 오성익 전 기획예산처 홍보관리실장 등이 대표적이다. 창업주 2·3세는 현재 대한제강 주요 주주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최대주주는 오 회장의 장남 오치훈 사장이다. 오 사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은 52.17%에 달한다.
10형제 밀어주고 당겨주고…친인척 기업에 챙기기 바쁜 오씨 일가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대한제강 오너 일가는 돈독한 가족애로 유명하다. 창업주의 호를 딴 ‘해암배 가족골프행사’를 매 년 개최할 정도다. 최근 이런 돈독한 가족애가 대한제강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촉발시키는 계기로 작용해 눈길을 끌고 있다. 친인척 기업들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행보가 논란의 단초가 됐다. 비츠·삼정사 등과의 거래가 대표적이다. 이들 두 업체는 대한제강 기타 특수관계자로 분류돼 있다.
삼정사는 오 회장의 사촌 오한수 대표이사가 이끄는 기업이다. 공시의무가 없어 전체 매출액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대한제강과는 연간 10~12억원의 거래를 실시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마지막으로 매출액이 확인된 시점은 2007년부터 2009년까지다. 당시 매출액은 7억원대 수준이었다. 이를 감안하면, 최근의 10~12억의 내부거래액은 사실상 매출액 거의 전부에 가까운 것으로 추산된다는 게 관련업계의 시각이다.
대한제강의 친인척 기업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논란은 과거에도 끊이지 않았다. 지난 2006년 기준 대한제강과 거래 기록이 남아 있는 형진공업(현·한일스틸), 퍼스트트레이드(폐업), 정보스틸(현·대한로지스틱스), 오비스(구·오대양운수), 삼정사, 동방철강, 해암기업(폐업) 등은 모두 친인척 및 오너일가 관련기업이다.
오완수 회장과 이들 기업의 관계를 살펴보면 △한일스틸, 오완수 회장 지분 49% 보유 △퍼스트레이드, 오 회장의 제수 조혜원 운영 △정보스틸, 오 회장의 조카 오상훈 운영 △동방철강, 오 회장의 사촌 김영오 운영 △오대양운수, 오 회장 조카 오제훈 운영 △해암기업, 오 회장 장남 오치훈 운영 등이었다.
경영승계 시점 맞춰 후계자 빌딩 매입…“부동산 매입으로 실탄(증여세) 챙겨줬나”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대한제강은 2006년 오 사장 소유였던 부산 대연동 소재 빌딩 한 채를 83억원에 매입했다. 앞서 2003년 오 사장이 부친 오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빌딩이었다. 지하 2층, 지상 14층, 연면적 8789.99㎡(약 2659평) 규모의 빌딩은 당초 창업주의 호를 따 해암빌딩으로 불렸으나 현재는 민석빌딩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해당 부동산은 2014년 부산 수영 세무서로부터 납세담보제공계약이 걸려있기도 했다. 납세담보제공계약은 납세의무자가 내야 할 세금을 제때 내지 않을 경우 조세징수의 우선순위를 확보하기 위해 국가와 채무자가 담보물을 근거로 채권을 보전하는 행위다. 오치훈 사장이 경영 승계 과정에서 증여세 납부가 원활하지 못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경제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경영 승계가 한창 본격화되던 시기에 오치수 사장은 부친으로부터 증여받은 빌딩을 소유·경영하는 상장기업에 팔아 치웠다”며 “이는 사실상 오너 일가의 경영 승계 자금을 기업으로부터 조달받은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어 “대한제강이 해당 빌딩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고 매각한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고 강조했다.
[유은주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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