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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신조어 ‘맘충’ 논란
“벌레 취급 받는 모성애…국가미래 심히 걱정”
육아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출산율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 높아”
배수람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8-30 18:37:15
‘맘충’은 ‘엄마’를 뜻하는 영어단어 ‘맘(Mom)’과 벌레 ‘충(蟲)’을 합친 단어로 개념 없는 엄마, 몰상식한 엄마, 아이를 버릇없이 키우는 엄마 등을 일컫는 신조어다. 지난 2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을 어질러놓고 그대로 자리를 뜬 한국 엄마를 두고 ‘싱가포르 맘충’이라는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엄마’라는 명분을 앞세워 다른 사람에게 불편함을 주거나 민폐를 끼치는 이들을 일컫는 말이 바로 ‘맘충’이다. 최근 몇몇 몰지각한 엄마들의 행태가 SNS 등을 통해 여론의 입방아에 오르면서 ‘맘충’이란 단어가 유독 자주 들리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일부의 행태가 마치 모든 엄마들이 그런 것처럼 인식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 문제시 되고 있다. 선량한 엄마들의 모성애마저 왜곡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육아 기피 현상에 따른 출산율 저하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는 ‘맘충’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난 배경과 현 실태, 이를 바라보는 엄마들의 반응 등에 대해 취재했다.

 
▲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은 최근 ‘맘충’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나면서 공공장소에서 타인의 눈치를 보는 경우가 늘어났다고 입을 모았다. 육아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데 타인의 눈치까지 보느라 더욱 힘들어졌다는 설명이다. 특히 엄마들은 아이와 함께 식당·카페 등을 방문할 때 가장 조심스럽다고 토로했다. 사진은 지하철을 기다리는 엄마와 아이들 ⓒ스카이데일리
     
최근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고충이 날로 더해지고 있다. 가뜩이나 힘든 육아가 잘못된 인식 때문에 더욱 힘들어졌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공공장소에서 일부 엄마들의 몰지각한 행동으로 신조어인 ‘맘충’이 생겨나면서 선량한 엄마들에게까지 불똥이 튀고 있는 것이다.
 
‘맘충’이란 ‘엄마’를 뜻하는 영어단어 ‘맘(Mom)’과 벌레 ‘충(蟲)’을 합쳐 만든 신조어다. 공공장소에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고도 육아를 명분삼아 미안한 기색조차 내비치지 않는 일부 개념 없는 엄마들을 비꼬는 단어다. 최근 몇몇 엄마들의 이기적인 행태가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맘충’이란 단어가 더욱 빈번하게 쓰이고 있다.
 
아이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서비스를 악용 한다던가 공공장소에서 아이들을 무방비로 방치해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는 경우가 대표적 사례다. 일부 엄마들의 몰지각한 행태는 타인에게 불편함을 입힌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식당·카페 등을 중심으로 아이들의 입장을 제한하는 ‘노키즈존(No kids zone)’ 확산이 이를 방증한다.
 
그런데 이 같은 현상은 자칫 더욱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변의 우려를 사고 있다. 일부 엄마들의 몰지각한 행태 때문에 선량한 엄마들의 모성애까지 의심받는 현상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육아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노력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주변의 따가운 시선까지 받는 상황이 온다면 자칫 육아 기피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는 출산율 저하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더해졌다.
 
아이 목소리 조금만 커도 주위서 눈총…외식 포기하는 사례도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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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경기연구원이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3.1%가 ‘공공장소에서 아이들 때문에 피해를 겪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아이를 핑계로 질서를 지키지 않거나 음식점 등 열린 장소에서 타인이 버젓이 보는 가운데 기저귀를 가는 행위 등이 꼽혔다. ‘노키즈존(아이들 동반 입장 불가 장소)’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키즈존이 업주의 영업상 자유’라고 답한 응답자는 77.2%에 달했다.
 
주목되는 사실은 이런 인식이 엄마들을 집안에만 가두는 상황으로 이어진다는 점이었다.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대부분의 엄마들은 ‘맘충’으로 오해를 살 수 있는 장소는 애초에 가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이가 예상 밖의 행동으로 타인에게 피해를 줄까 하는 우려도 있지만 엄마와 아이가 함께 한다는 이유만으로 거절당하기 일쑤라는 게 그 이유였다. 엄마들은 대부분 카페·식당, 비행기·기차·버스 등 많은 사람이 마주하는 장소를 기피했다. 
             
▲ 엄마들은 ‘맘충’이라는 표현 자체를 불편해 하며 지금의 상황을 초래한 일부 엄마들의 행태에 반감을 보였다. 사진은 서울시 마포구 망원동에 있는 노키즈존 카페(왼쪽)와 맘충으로 인제 ‘무료 아기밥’ 제공 중단을 선언한 한 국밥집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스카이데일리]
 
9살짜리 딸과 5살 아들을 키우고 있는 최혜빈(28·여) 씨는 “아들이 한창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타는 법 등을 배울 나인데도 사람들이 많이 있는 장소라 교육할 엄두를 못 내고 있다”며 “괜히 아이가 떠들거나 그러면 자녀 교육을 제대로 못 시켰다고 할까봐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어 “애들은 기분이 좋을 때 보통 소리를 지르는데 가끔 나도 모르게 애가 소리를 지르면 깜짝 놀라 아이 입을 재빨리 틀어 막게 된다”며 “예전에는 신경 안 썼는데 요즘에는 아이만 있어도 좋지 않게 보니까 예민하게 반응하게 돼 아이한테도 미안하다”고 털어놨다.
 
14개월 된 아들을 키우고 있는 이금지(가명·여) 씨는 아이가 좀 더 클 때까지 외식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 씨는 “아직 아들이 어려서 갑자기 울거나 소리를 지르는 일이 잦다”며 “식사하러 가거나 조용한 분위기의 카페에서는 눈치를 봐야 하니까 아이와 동반이 가능한 장소가 아니면 아예 가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애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봐도 일부 과한 엄마들이 있다”며 “그래도 소중한 아이를 키우는 일인데 일부 엄마들의 그릇된 행동으로 모든 엄마들이 ‘맘충’으로 통칭되는 것은 불편하다”고 덧붙였다.
 
3살된 딸을 키우고 있는 30대 중반 최미리(가명·여)씨는 “맘충이라는 단어 자체가 엄마들이 먼저 행동을 잘못해서 타인이 피해를 봤기 때문에 생긴 단어 아니냐”며 “경각심을 가지고 조심하는 엄마들도 있지만 대부분 첫 애를 키우면서 잘못된 줄 모르고 같은 일을 되풀이하다 보니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확대된 것 같다”고 말했다.
 
최 씨는 “사회적으로 맘충이 이슈화되면서 엄마들이 먼저 나서서 조심하는 만큼 앞으로 타인에게 엄마와 아이가 피해를 주는 행위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며 “아이가 없는 사람도 나중에는 부모가 될 테고 지금의 엄마들도 이전까지는 아이가 없던 입장이었으니까 조금씩 양보하는 마음을 가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부 엄마들 때문에 도매급 취급 억울…육아 기피에 따른 출산율 저하 우려”
  
▲ 메스컴을 통해 일부 엄마들의 잘못된 사례가 알려지면서 ‘맘충’ 문제가 더욱 심각성을 띄게 됐다는 점을 문제 삼는 이들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대부분의 엄마들은 사랑하는 아이에게 좋은 것만 해주고 싶은 모성애가 왜곡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진은 산책 중인 가족(위)과 서울 시내 한 카페를 찾은 아이와 엄마 ⓒ스카이데일리
  
현재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물론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는 ‘맘충’이라는 단어 때문에 자칫 사랑하는 아이를 위하는 ‘모성애’가 왜곡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이 높게 일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육아 기피 현상을 심화시켜 출산율 저하로까지 이어질만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졌다.
 
일곱 살 딸을 키우고 있는 서민아(35·여) 씨는 “엄마들을 맘충으로 비난하는 사람들은 결혼을 해서 자식을 가져보지 않은 사람들이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내 아이지만 나중에는 결국 나라의 주역이 될 것인데 육아 자체를 가정의 문제, 엄마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식당에 ‘아이가 떠들 수 있으니 배려해 달라’는 문구 하나만 있어도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지지 않을까 한다”며 “엄마도 너무 제 자식만 오냐오냐 하지 말고 제대로 교육을 시켜야 하고, 그걸 바라보는 사람들도 조금 더 이해하려는 쌍방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대다수의 엄마들은 육아를 가정, 엄마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는 반응이지만 정작 마땅한 해결책은 없는 상황이다. 심지어 정부조차 출산율 저하라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맘충’ 문제에 대해 어떠한 해결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을 실정이다.
 
여성가족부 여성정책과 관계자는 “육아부담은 엄마와 아빠가 공동으로 나누는 건데 엄마가 주로 맡아서 아이를 양육하다보니 아이의 버릇없는 행동이 엄마의 방임으로만 비춰져 ‘맘충’이란 단어가 생겨난 것 같다”며 “단어 자체의 의미가 좋은 것이 아니고 혐오적인 표현이기 때문에 문화적으로 접근해 시민들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수람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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