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을 중심으로 홍역이 창궐했다. 당시 환자 중 상당수는 개인적 신념에 따라 예방접종을 거부한 미접종자로 확인됐다. 지난 4월부터 현재까지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유행 중인 홍역 환자들 중에도 자폐증에 대한 우려 때문에 접종을 받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예방 접종이나 약을 거부하는 사례가 종종 일어나고 있다. 특히 일부 엄마들 사이에서 어린 자녀가 아픈데도 약이나 의학적 치료를 거부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일명 ‘안아키’라 불리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 같은 움직임이 유독 활발하다. 현행 아동복지법은 ‘자신의 보호·감독을 받는 아동에게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양육·치료 및 교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를 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들의 행위는 아동복지법 위반 소지가 있는 셈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처벌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자녀를 위해’ 자신만의 치료 방식을 택했을 뿐이라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약이나 의료 행위를 일체 거부하는 행위는 자칫 아이들의 목숨까지 위태롭게 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해 사태의 심각성은 더해지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최근 아동학대 논란을 일으키며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행위에 대해 조명하고,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응을 직접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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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일명·안아키)’라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낳고 있다. 카페는 자연주의를 표방하는 육아법을 공유하는 인터넷 커뮤니티로, 회원 수만 5만8000여명에 달한다. 이 카페를 설립·운영한 김효진 원장은 한의사로, 백신이나 항생제가 아토피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어 약이 아닌 생활 속에서 아이의 면역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대형병원 대기실 (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련 없음) ⓒ스카이데일리
최근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일명 ‘안아키’로 불리는 인터넷 커뮤니티(이하·카페)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카페는 2013년부터 대구 S한의원 김효진(54·여) 원장이 운영하던 곳으로 회원수가 6만명에 육박하는 곳이었다.
김 원장은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백신 접종하지 않기’ 등을 실천하며 살아왔다고 본인을 소개하고 있다. 본인의 이러한 신념을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서도 전파한 것이다.
해당 카페가 사회적인 관심을 받게 된 계기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아내가 안아키에 빠졌다’는 게시글 때문이었다. 해당 게시물을 본 몇몇의 네티즌들이 ‘안아키’ 커뮤니티에 가입해 아토피에 걸린 아이들의 사진 후기를 공개하면서 사회적으로 상당한 파장을 일었다.
‘아동학대방지시민모임’에서는 안아키 커뮤니티 운영자 김 원장과 회원 70여명을 고발했고, 보건복지부(이하·복지부)도 의료법 위반 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해 조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허가받지 않은 의료 행위가 난무하고, 예방접종을 거부하는 등의 행동이 이어지는 동안 이들은 아무런 법적 제재를 받지 않아 사태의 심각성은 더해졌다.
‘화상엔 온찜질’, ‘예방접종 하지 마라’, ‘아토피는 긁어내야’ 등 원시적 치료법 ‘경악’
대다수의 아동 전문가 및 복지부 등에 따르면 안아키는 자연주의 방식의 육아법을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다. 회원수만 5만8000여명에 달한다. 아이가 아플 때 되도록 약 처방을 자제하고 자연치유법으로 병을 이겨내고 면역을 키우자는 것이 이 카페의 설립·운영 취지다. 카페 회원들은 약을 먹이지 않고 아이의 병을 치료하는 방법들을 주로 공유한다.
설립·운영자인 김 원장은 경의대 한의대를 졸업해 한의사로 31년째 일하고 있다. 김 원장은 백신이나 항생제가 아토피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어 약이 아닌 생활 속에서 아이의 면역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백신에 함유된 수은과 페놀, 포르말린 등이 질환보다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피력했다. 영아는 백신에 대응하는 힘이 약해 백신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더 크다는 논리도 폈다. 카페 운영자인 김 원장은 지난해 이 같은 육아법을 소개한 책도 발간한 바 있다.
김 원장의 책에는 △화상을 입으면 온찜질을 하고 햇볕을 쬐어 줄 것 △예방접종은 피할 것 △호흡기 질환에 걸리면 숯을 먹일 것 △아토피는 긁어낼 것 △열나도 해열제 먹이지 말 것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그는 아이의 증상에 차도가 없어도 ‘아이의 몸이 공부를 하는 중이다’라는 이론을 제시했다. 대다수의 의료전문가들은 김 원장의 주장과는 정반대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주목되는 사실은 김 원장의 주장을 동조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김 원장이 운영하는 커뮤니티 내에 ‘맘닥터’라는 자격을 가진 회원들은 직접 관련 내용에 대한 상담까지 해주고 있다. 이들은 정식으로 의료행위 허가를 받은 적 없는 무자격자들이다. ‘맘닥터’ 자격은 기 원장의 테스트에 합격한 사람에게 주어진다. 사실상 김 원장의 이론을 추종하며, 무자격 의료진단 및 처방 등을 일삼고 있다는 게 의학계의 중론이다.
▲ 안아키 회원들은 김 원장의 주장에 따라 ‘화상에 온찜질’, ‘예방접종 거부’, ‘호흡기 질환에 걸리면 숯을 먹일 것’ 등의 처방을 실천했다. 김 원장의 테스트를 통과한 사람들은 ‘맘닥터’라는 이름으로 회원들에게 의료상담을 실시하기도 했다. 이는 일종의 ‘무면허 의료 상담’으로 간주될 수 있는 행위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진은 안아키 커뮤니티 내 게시된 사진들 [사진=안아키 커뮤니티 화면 캡쳐]
‘안아키’ 커뮤니티가 사회적 이슈로 급부상한 계기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물 때문이었다. 해당 커뮤니티에는 ‘자연치유를 위해 방치했다가 아토피 증세가 악화된 아동의 사진과 함께 ‘아이 열이 39도인데 방치하는 아내랑 이혼하고 싶습니다’라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물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됐고, 몇몇 네티즌들은 카페에 가입해 카페 내부 글과 사진 등을 공개했다. 공개된 게시물에는 진물과 딱지에 뒤덮인 유아의 사진, 화상을 입은 후 김 원장의 지시대로 온찜질을 한 후 호전되지 않은 모습의 사진 등이 있었다. ‘아이가 한 달 넘게 기침, 콧물을 흘리더니 40도 넘는 고열이 이어져 불안하다’는 게시물도 공개됐다.
‘안아키’ 커뮤니티가 사회적으로 이슈화되자 시민단체 ‘아동학대방지시민모임’은 운영자인 김 원장과 회원 70여명을 고발했다. 고발장을 접수한 공혜정 아동학대방지시민모임 대표는 “극심한 고통을 겪는 아동에게 적절한 의료 행위를 하지 않고 방치하는 행위는 명백한 아동학대다”며 “김효진 한의사는 자신이 개발한 비누, 능소화(소화제), 숯 비누 등을 팔 목적으로 커뮤니티를 개설했고, 맘닥터들은 의료인도 아니면서 질병 치료 방법을 알려주는 무자격 의료상담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복지부에서는 해당 커뮤니티 내에서 의료법 위반 행위가 있었는지 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또 경찰은 김 원장에 대해 아픈 아이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도록 유도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를 적용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에 따르면 현행 아동복지법은 ‘자신의 보호·감독을 받는 아동에게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양육·치료 및 교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를 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회원들의 양육방법이 의료적 방임에 해당된다면 형사처벌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김 원장 역시 예외는 아니다.
현재 안아키 커뮤니티는 폐쇄된 상태다. 하지만 김 원장은 안아키 대신 ‘살림화장품’이라는 이름을 가진 ‘제2의 아안키’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해당 커뮤니티는 현재 회원만 입장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카이데일리는 해당 논란에 대한 김 원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끝내 연락이 닿질 않았다.
“말 못하는 아이에게 쌀뜨물 목욕, 햇빛쪼이기 등 심각한 아동학대나 다름 없다” 분분
대다수의 전문가들에 따르면 문제는 무면허 의료 상담과 의료적 방임 등이 만연한데도 불구하고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사실이다. 스카이데일리는 안아키 커뮤니티 회원으로 활동한 인물과 인터뷰를 나눴다. 부산에 거주하는 김선아(35·여) 씨는 안아키에 빠진 계기를 묻자 “아이가 아토피였다”고 밝혔다.
김 씨는 “병원도 다니고 보습도 하고 다 해봤도 전혀 소용이 없어 힘들어하던 찰나에 안아키 커뮤니티를 알게 됐다”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커뮤니티 게시물에 나온데로 로션 안 바르고 햇볕에 쬐어주고 쌀뜨물로 목욕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는 “각질이 몇 번 벗겨지더니 이젠 피부가 부드러워져 햇볕이 최고의 로션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며 “이렇게 좋은 정보를 주는 커뮤니티였는데 일부 좋은 후기는 배제한 채 남의 아이 사진을 함부로 가져가 비방하고 논란을 일으켜서 카페가 폐쇄됐다”고 오히려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 안아키 커뮤니티 회원들 중 일부는 “좋은 정보를 얻었는데 이젠 어디서 그런 정보를 얻는지 막막하다”며 아쉬움의 감정을 드러냈다. 사진은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안아키 커뮤니티 메인화면, 안아키 커뮤니티 내 게재된 ‘살림육아법’ 게시물, 제2의 안아키 커뮤니티로 불리는 살림화장품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쳐]
서울 광진구에 거주하는 유혜림(37·여·가명) 씨는 “발효음식 관련 이유식 레시피, 감기 이기는 법 등 때문에 안아키 커뮤니티를 자주 찾았다”며 “실제로 아이가 감기에 걸렸을 때 커뮤니티 게시물에 적힌대로 배즙을 먹이고, 손을 바늘로 찌르고 했었다”고 말했다.
유 씨는 “솔직히 필수예방접종은 맞췄지만 너무 어린 나이에 예방접종을 맞추는 것에 대해 불만이 있다”며 “예전에 아이에게 예방접종을 했더니 하루 동안 발진이 났던 점에 비춰볼 때, 이들의 말이 완전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다수 시민들은 전혀 다른 반응을 보였다. 서울 동작구 한 소아과 앞에서 만난 고유라(32·여·가명) 씨는 “어른도 고열이 나면 몸이 떨리고 견디기가 힘든데 아이가 고열인데도 병원을 안 데려가다니, 애가 무슨 죄냐”며 “의사표현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아플 때 약 조차 안주는 것은 분명한 아동학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관악구의 한 소아과에서 만난 양지희(27·여) 씨도 “온라인 커뮤니티 내에서 안아키 얘기로 시끄럽다”며 “예방접종 문제로 엄마들끼리 설전을 벌인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의사나 병원을 불신해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렇게 쉽게 배워서 남에게 처방할 거면 사람들이 다 (병원) 개업하지 않겠냐”고 비판했다.
안아키 커뮤니티 일부 회원의 경우, 자녀에게 국가가 지정한 예방접종조차 하지 않아 사태의 심각성은 더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폐쇄 전 안아키 커뮤니티에는 ‘예방접종 미접종 내역이 확인됐다. 조치를 취한 후 회신서를 보내라는 내용의 안내장이 아이가 입학한 초등학교에서 날아왔다’며 해결책을 요청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회원들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일부 회원들은 “학교에 직접 전화해 소신 때문에 예방접종을 하지 않겠다고 하라”며 “계속 강요할 때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책임질 것인지에 대해 물어보라”고 학교에게 책임을 넘기라는 조언의 글이 종종 올라온 바 있다.
▲ [자료 : 질병관리본부] ⓒ스카이데일리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이들의 주장에 대해 “안아키 회원들이 주장하는 ‘예방접종의 부작용’은 말 그대로 기우에 가깝다”며 “한국의 예방접종 가짓수는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많지도 않으며, 부작용 사례도 극히 적다”고 반박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한국에서 매년 1200만건 이상의 예방접종이 이뤄지는데 이상반응 관련 신고는 2015년 271건, 지난해는 300여건 미만이다. 이상반응 신고도 대부분 미열 등 약한 증상이다.
예방접종을 해야 하는 이유는 ‘집단면역’ 때문이다. 집단면역은 인구 집단 중 특정 감염병에 대한 면역력을 가진 사람이 많을 때 그 병에 대한 사회의 저항력이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아이들 때문에 다른 아이들까지 감염돼 전염병이 확산될 경우 한 국가를 넘어 세계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집단생활을 하는 학교에서는 전염병 확산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예방접종 확인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초등 및 중등 입학생들은 신학기 시작과 함께 필수예방접종을 접종했는지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학부모는 초등학교 입학 전 △DTaP(디프테리아)(5차) △폴리오(4차) △MMR(홍역, 유행성이하선염, 풍진)(2차) △일본뇌염(사백신 4차 또는 생백신 2차) 등 총 4종의 예방접종 실시여부를 신고해야 한다. 중학교 입학 전에는 △Td 또는 Tdap((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6차) △일본뇌염(사백신 5차) 등의 접종 여부를 서류로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는 확인을 통해 접종 누락자가 발생해도 접종을 안내하고 독려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제재가 없다는 게 질병관리본부 관계자의 주장이다. 현재는 어린이집, 유치원, 문화센터 등 초등학교 입학 이전 영유아 단계에서도 입학 거부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예방접종 지연 사유서 등을 제출하도록 하는 기관도 일부 있으나 형식적인 절차에 그치는 데다 ‘알레르기 반응이 있다’는 식으로 사유를 조작해 접종을 피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최근 들어 예방접종 거부자 등 미접종자에 대한 제재를 요구하는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며 “하지만 접종을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문자메시지와 우편 발송을 통해 최대한 접종을 독려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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