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김도현 부장|이경엽·배수람 기자]최근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이 날로 더해지고 있는 가운데 여성들의 경력단절 사태를 해결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안으로 꼽혀 주목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경력단절 사태가 해소되면 여성들의 결혼·출산 등의 기피 현상이 저절로 해소될 것이라는 주장이 대두됐다. 저출산 문제를 야기한 결정적인 원인 중 하나로 경력단절을 우려하는 여성들의 심리적 요인이 꼽힌 결과다.
스카이데일리는 출산율 문제 해결의 핵심인 경력단절여성(이하·경단녀) 문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국내를 대표하는 이 분야 전문가들을 만나봤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김난주(45) 박사, 한양사이버대학교 경제금융학과 최숙희(51) 교수, 여성가족부 경력단절지원과 윤세진(38) 과장 등에게 현재 우리 사회에서 빚어지는 경단녀 현상의 문제의 원인과 현황 그리고 해결방법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일가양립 불가’ 사회적 분위기로 집안에 틀어박힌 고급두뇌들 “안타깝다”
김난주 박사는 경단녀들의 평균 휴직기간이 ‘8.4년’ 가량 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아무리 해 오던 일이라도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손을 놓고 있었다면 제대로 해 낼 수 있을리 만무하다”면서 “결국 처음부터 여성들이 직장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평균 학력 상승으로 기혼여성들 역시 대졸 이상이라는 점에서 고급 인력들이 결혼이나 출산으로 경력을 잃는 다는 것은 범국가적 차원에서 안타까운 일이다”면서 “과연 이들이 왜 긴 휴직기간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박사는 현재 우리 사회구조가 일과 가정의 양립이 불가능한 구조임을 지적했다. 육아 등 가사일을 전담하는 것과 직장생활을 동시에 해내기가 현실 여건상 힘들다는 주장이다. 특히 결혼을 이유로 경력단절을 택하는 여성 비율은 줄었지만 출산·육아를 이유로 경력이 단절되는 여성이 증가한 것을 주목할 만한 현상으로 꼽았다.
그는 “경단녀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육아를 여성이 전담하는 ‘독박육아’가 당연시하게 받아들여지는 사회적 시선이다”며 “육아는 엄마가 아닌 ‘부부의 몫’임이 인지되는 시선이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근간으로 남녀가 모두 사용 가능한 육아휴직 등이 확대되고 또한 실제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여건 등이 조성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관련 제도들이 부족하다고는 보지 않는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육아휴직제도, 아빠의달 등 부부가 동등하게 양육에 기여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보장체계는 기틀이 마련됐으나 여전히 인식개선 부족으로 인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박사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여성의 연령별 고용률 그래프는 알파벳 ‘M’자와 비습한 모습을 보인다. 연령대가 오를수록 상승했던 고용률이 한 차례 급작스럽게 꺾이게 되는데 그 시점은 30·40대다. 이후 양육을 마친 여성들이 재취업에 나서면서 다시 고용률이 서서히 상승한다.
그러나 이 시점에는 제대로 된 일자리가 아닌 일용직이거나 처우가 열악한 일자리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고용률이 급감한다. M자형 그래프가 나타나는 곳은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와 일본이 유일하다. 2015년 OECD 국가별 평균 여성고용률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35세부터 39세 여성고용률은 54.1%다. OECD평균(67.1%)과 13%p에 비해 현저히 적은 수치다.
김 박사는 “경단녀 문제 해결을 위해서 크게 예방과 사후대책이란 두 갈래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면서 “경단녀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 일가(일과 가정) 양립이 가능한 사회를 조성하고 현재 경단녀 신세인 이들에 대해서는 재취업 프로그램 마련 등 다시 사회로 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이 실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성의 육아 분담이 경단녀 문제 해결의 키…양질의 파트타이머 일자리도 확대돼야
최숙희 한양사이버대학교 금융경제학과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높아졌던 1980년대만 하더라도 일가양립은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팽배했었다”며 “하지만 스웨덴 등 북유럽 복지선진국을 중심으로 여성의 고용률도 높이고 출산율 또한 적정수준을 유지하는 방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가 진행된 결과, 일가양립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소개했다.
이어 “스웨덴의 여성고용률은 75%에 달하지만 1인당 평균 출산율은 두 명(1.9명)에 가까울 정도로 매우 높고 이웃나라 네덜란드 역시 여성고용률 69.2%, 평균출산율 1.7명 등 안정적인 수치를 유지 중이다”며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여성고용률은 56.4%에 불과하면서 출산률 마저 1.2명으로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 교수는 ‘남성이 얼마나 육아를 분담하느냐’가 경단녀 문제 해결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남성의 육아 분담률이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적은 점이 주장의 근거로 작용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부부육아휴직 사용 가능기한은 부모 각 1년씩 총 2년(730일)인데, 이는 부모합산 480일에 불과한 스웨덴이나 158일밖에 안 되는 핀란드 등 복지선진국을 웃도는 수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사용률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유럽의 복지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적은 편이다”며 “우리나라 남성들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올해 10%를 넘기느냐 마느냐가 관심 대상일 정도로 낮은 편이나 북유럽 국가의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은 50%에 육박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남성의 육아분담률을 끌어 올릴 수 있도록 육아휴직 사용률 확대 등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일자리의 종류 확대도 경단녀 문제 해결을 위한 하나의 해결방안으로 제시했다. 자의적으로 일과 육아의 시간배분이 가능하게 하자는 취지였다. 그는 “우리나라처럼 저출산·고실업·저성장에 빠져있던 네덜란드는 1982년 노사정 대타협인 ‘바세나르협약’을 통해 양질의 파트타임직업을 대폭 늘렸다”면서 “네덜란드 여성 근로자 60.7%가 파트타임직업을 가질 정도로 올바르게 정착됐고 이를 통해 출산율 문제도 점진적으로 해결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 여성들의 파트타임 근로자비율은 15.9%에 불과하고 종사자들의 업무 역시 양질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며 “흔히 파트타임 혹은 시간제, 일용직 등이 행해지는 곳은 대개 임금이 현저히 낮은 ‘나쁜직장’인 경우가 많은 만큼 양질의 파트타임 일자리를 늘려 선진국들과 같이 경단녀·저출산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단녀 새출발 돕는 ‘새일센터’…매년 고급인력 15만명 일자리 찾아
현재 우리나라 정부의 경단녀 관련 대책은 재취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상태다. 정부의 경단녀 재취업 지원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여성가족부 경력단절여성지원과 윤세진 과장은 정부의 핵심 사업으로 ‘여성 새로일하기센터’(이하·새일센터)를 소개했다.
여가부 경력단절여성지원과가 총괄하고 있는 새일센터는 지난 2009년 2월 신설됐다. 직업 상담서부터 직업교육·취업 및 취업 후 사후관리에 이르기까지 경단녀들의 구직·취업에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지원한다. 현재 전국 150개소가 운영되고 있으며 여가부는 향후 5년 간 매년 5개소를 추가 설치해 최종적으로 전국에 175개소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윤 과장은 “지난 2014년 박근혜정부가 전 국민 고용률 70% 달성을 슬로건으로 내걸었을 때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혔던 부분이 경단녀들의 사회진출이었다”면서 “고용률 70%를 넘기기 위해서는 경단녀들의 고용이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남성의 육아참여를 적극 돕는 제도·캠페인 등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활동은 ‘아빠의달’이다. ‘아빠의달’이란 자녀 한 명당 부부가 차례로 육아휴직을 사용할 경우 두 번째로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이에게 휴직 첫 달 최대 200만원의 급여를 지원하는 정책이다. 부부 모두 육아휴직 사용하게끔 하기 위한 대비책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윤 과장은 경단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많은 장애물들이 존재한다며 안타까운 감정을 내비쳤다. 동시에 추가적인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 정책은 무조건 많은 경단녀에게 고용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어 개개인 특성에 맞는 양질의 일자리 제공에는 제한적이고, 부작용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대비책이 없다”며 “제도 밖까지 커버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경엽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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