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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여성 경력단절의 현주소(上-현상)
기로에 선 여성들…일과 가정, 국운 걸린 선택지
경력·능력 다 갖춰도 재취업 난항…젊은 여성 결혼·출산 포기 가속화
배수람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8-16 00:09:47
얼마 전 4년 가량 사귄 연인과 헤어졌다는 박진주(31·여·가명) 씨는 “결혼 후에도, 임신·출산을 겪으며 내가 원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 자신이 서질 않았다”면서 “남자친구는 사랑했으나 결혼이란 현실 앞에서는 부딪히는 부분이 많아 결국 헤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 씨는 모 유통대기업 MD로 근무 중이다. MD란 머천다이저(Merchandiser)의 준말로 상품기획에서 판매까지 담당하는 전문가를 의미한다.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한 그녀는 더 나은 조건의 입사도 가능했지만 오로지 MD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지금의 회사에 입사했다. 그 정도로 박 씨는 자기 일에 열정적이고 남다른 애착도 갖고 있다. 최근 들어 박 씨와 마찬가지로 경력단절을 우려해 결혼과 임신·출산 등을 기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른바 ‘경단녀’라 불리는 여성들의 전례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세계 최하위 수준의 출산률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가운데 경단녀 문제 해결이 곧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대안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지는 배경이다. 스카이데일리가 금주의 이슈포커스 주제로 ‘여성 경력단절의 현주소’를 설정하고 현상과 문제점, 해결방안 등을 세 편에 걸쳐 보도한다.

▲ 정부에서 운영하는 경력단절여성 지원센터 ‘여성새로일하기센터’를 찾는 여성들은 30~5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하다. 이유 역시 각양각색이다. 경제적인 부족함을 해결하려는 목적부터 삶의 만족감을 높이기 위해 재취업을 희망하는 경우까지 다양한 사례들이 많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결혼식장의 예식 모습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특별취재팀=김도현 부장|이경엽·배수람 기자]#1. 김현진(33·여·가명) 씨는 지난 2015년 결혼했다. 당시 그녀는 대기업 화장품제조업체 회계팀 4년차에 접어들던 커리어우먼이었다. 결혼과 동시에 첫 아이를 임신한 그녀는 회사를 그만 두기로 마음먹었다.
 
임신·출산 등에 대한 회사 측의 처우가 좋지 않았으며 육아로 인해 동료 직원들에게 피해를 입힐까 염려됐기 때문이었다. 김 씨의 가정은 남편 홀로 생계를 꾸리는 외벌이 가정이 됐다. 아이를 출산해 가족 숫자는 늘어난 데 반해 수입은 줄어들자 자연스레 경제적인 부담이 찾아왔다. 김 씨는 재취업을 결심했다.
 
3개월 전 어렵사리 재취업에 성공한 김 씨는 전과 마찬가지로 회계업무를 맡게 됐지만 경력은 인정받지 못했다. 신입사원으로 재취업했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가정주부라는 이유로 어렵사리 얻은 일자리였다.
 
재차 맞벌이가 되면서 전보다 여유 있는 생활은 가능했지만 김 씨는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특히 신혼 초 계획한 둘째 계획을 당분간 미뤄두기로 하면서 남편에게 미안한 감정까지 들게 됐다. 회사 내에서 임신과 출산을 보는 곱지 않은 시선에 대한 두려움이 앞선 나머지 가족계획을 바꾸게 된 셈이다.
 
#2. 결혼과 동시에 직장을 관둔 40대 후반의 한진숙(여·가명) 씨는 벌써 십 수년째 전업주부로 생활하고 있다. 막내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부터 재취업을 희망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셔야 했다. 결국 그는 민간구인업체에 직장을 문의할 수밖에 없었다.
 
결혼 전 정부기관에서 오랜 기간 몸담을 정도로 유능한 인재였던 한 씨에게 주어진 일은 화장품방문판매, 식당 주방 또는 홀 서빙, 우유배달 등이 전부였다. 비정규직은 물론이고 수입 또한 고정치 않은 일들이 대부분이었다. 내키진 않았지만 생계에 보탬에 되고자 했던 한 씨는 결국 일용직을 전전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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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년의 커리어우먼, 지금은 경력단절여성…높은 장벽 앞에서 좌절 후 ‘일용직’ 선택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정의섭] ⓒ스카이데일리
 
결혼과 임신, 출산과 육아 등으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둬야 했던 이른바 경력단절여성(이하·경단녀)들이 설 자리는 극히 제한적이다. 경제적·심리적 이유 등으로 취업전선에 뛰어든 이들에게 주어진 일자리는 과거와 상당한 괴리감이 존재한다. 처우 또한 예전만 못하다.
 
여성가족부가 만 25세부터 53세까지 국내 미·기혼 여성 48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6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기혼여성 2명 중 1명(48.6%)은 경력단절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이 재취업에 이르는 소요시간은 평균 8.4년이었다. 취업에 성공한 경단녀들은 비슷한 경력의 일반 여성들보다 평균 76.3만원이나 적은 급여를 받았다.
 
경력단절의 이유는 결혼·임신·출산 등이 절대적이었다. 응답 비율이 78.7%나 됐다. 2013년 조사 당시 61.8%를 차지했던 결혼은 이번 조사에서 40.4%로 21.4%p 낮아진 반면, 임신·출산의 경우 2013년 26.5%에서 38.3%로 증가했다. 임신과 출산이 경단녀 생성의 결정적 이유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앞서 사례의 주인공인 김 씨와 한 씨 등은 모두 “결혼으로 말미암아 여성에게 지워지는 임신·출산 등 부담이 줄어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출산율을 올리겠다며 갖은 노력을 펼치는 정부가 현실에 맞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김 씨는 “일반적으로 아이 한 명 키우는데 1억원 가량 드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외벌이 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액수다”며 “상황이 이런데도 ‘임신은 곧 사직의 수순’이라는 인식이 만연해 있고 어려움을 감안하고 출산하더라도 복지 혜택이 적거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어 결국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재취업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물론 재취업 자체가 하늘에 별 따기나 다름없고 성공하더라도 처우가 열악한 편이다”고 말했다.
 
한 씨는 “일을 그만 둘 땐 사회적 시선도 시선이었지만 아이와 가족을 위해서라는 마음도 컸다”면서 “하지만 막상 외벌이 상태로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가정을 위해선 일을 그만두면 안 되는 거였다는 후회를 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결혼과 출산을 무턱대고 장려만 할 게 아니라 실질적인 대비책부터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 여성가족부가 만 25~53세 대한민국 미혼·기혼 여성을 상대로 경력단절에 대해 조사한 결과, 지난 2013년과 비교했을 때 경력단절의 요인으로 ‘결혼’의 비중은 큰 폭으로 줄어든 반면 ‘임신 및 출산’은 오히려 증가했다. 임신과 출산은 여전히 여성들의 경력단절에 큰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사진은 출산 중인 한 여성 ⓒ스카이데일리
  
서울시 구로여성새로일하기센터(이하·새일센터) 우다은 직업상담사는 “센터를 찾는 여성들은 30대부터 6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한 편이다”면서 “흔히들 경단녀들이 조건이나 능력이 부족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내막을 들여다보면 유명 대학을 졸업하고 이름만 대만 알만한 직장에 다녔던 경력을 지닌 이들이 대다수다”고 언급했다.
 
우 상담사는 “경단녀들은 사회적 분위기와 더불어 오랜 기간 경력이 단절됐다는 이유로 스스로 재취업이 힘들 것이라고 지레 겁을 먹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며 “그러나 내밀하게 들여다보면 자기주장이 강하고 능력에 대한 자존감도 높은 편이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재취업을 고려할 때는 적성·근무환경 등을 꼼꼼히 따지는 등 남다른 열의를 보이곤 한다”고 덧붙였다.
 
“결혼하고 출산하면 여자인생 끝…차라리 안하고 안 낳는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에 따르면 경단녀들이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현상은 결국 젊은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 등을 기피하게 만드는 결정적 배경으로 작용한다. 능력과 경력을 갖췄음에도 단지 경단녀라는 이유 하나 만으로 열악한 처우를 받아야만 하는 현실에 젊은 여성들이 일찌감치 결혼·출산 등을 포기해버린다는 주장이다.
 
내년 결혼을 계획 중이라는 문은지(27·여·가명) 씨는 대학 졸업 후 모 연예매체 에디터로 취업해 사회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결혼을 앞둔 그녀의 최대 걱정거리는 출산이다.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에게 결혼은 더 이상 흠이 아니지만 임신·출산 그리고 육아 등은 충분히 전문성을 갖춘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는데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문 씨는 “어렵사리 일을 구했지만 조직 내에서 자리를 잡으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데, 그 사이에 출산이라도 하게 되면 시간이 더욱 지체될 게 뻔하다”며 “현실적으로 육아와 일을 병행하기가 힘든 여건 속에서 결국 여성들은 일과 아이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양자택일의 순간을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젊은 여성들은 결혼·출산을 장려하려면 무엇보다 경단녀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 개선과 정부차원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남녀가 함께 경제활동을 하는 상황에서 출산과 육아는 비단 여성의 문제가 아닌 가족의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사진은 결혼식을 올리는 예비부부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우리사회 만연해 있던 유리천장이 완벽하게 제거되진 않았지만 점차 사라지는 분위기는 연출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들은 남성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할 수 없는 현실에 아쉬움의 감정을 드러냈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는데 결혼·출산·육아가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상당히 경직돼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대목이라는 입장도 내비쳤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기관에서 4년차 대리로 일하고 있는 민서진(30·여)씨는 “사회적으로 결혼이나 출산 문제에 대한 책임을 여자에게 다 지우려고 하는 것 같다”며 “업무 특성상 육아휴직이 넉넉하고 복직도 수월한 편이어서 그런 부담이 덜하기는 하지만 출산으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민 씨는 현재 육아휴직중인 상사를 대신해 대체인력으로 투입된 계약직 아르바이트생과 함께 업무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여성에게 출산은 어쩔 수 없는 문제지만 아르바이트생에게 업무를 가르치면서 자신과 상사의 일까지 도맡아야 하는 상황이 빚어진 것이다. 민 씨는 “휴직 기간 1년 동안 내 업무 부담이 가중되다 보니 여성인 나조차도 육아휴직중인 동료를 원망하게 되더라”고 귀띔했다.
 
새일센터 관계자는 “최근 통계자료를 보면 경단녀가 줄어드는 추세에 있긴 하지만 이는 결코 좋은 현상이 아니다”며 “경단녀 문제가 해결된 게 아니라 경력단절이 두려운 나머지 아예 출산과 결혼을 기피해서 나타난 결과이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단녀들을 채용한 기업들의 사례를 보면 오히려 성실함과 절박감, 책임감 등을 젊은 사회 초년생보다 높이 평가하고 만족해하기도 한다”며 “여성들의 경력단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단녀를 바라보는 사회적인 인식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배수람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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