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김도현 부장|이경엽·배수람 기자]자정이 가까워지는 시간. 서울 서대문구 신촌로터리 인근의 모 노래방 앞에 검정색 승합차 한 대가 정차했다. 곧 이어 승합차문이 열리고 30대 후반부터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 5명들이 줄지어 내리더니 가게 안으로 하나 둘 들어갔다.
수분(分) 뒤 3명의 여성들은 가게에서 나와 다시 차량에 올라탔다. 함께 들어간 두 명의 여성은 보이지 않았다. 노래방 안으로 들어가 봤다. 노래방은 총 7개의 방으로 구성돼 있었다. 불투명한 창문 너머로 3곳의 방에 손님이 들어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중 한 곳에서 앞서 들어간 두 명의 여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게 앞에 정차했다 사라진 승합차가 여성접객원들을 노래방·주점 등에 공급하는 이른바 ‘불법 보도방 차량’이었던 셈이다. 다소 의아스러웠던 점은 두 여성을 포함해 해당 승합차를 오르내린 여성들이 모두 30~40대의 중년으로 보였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여성접객원들은 연령대가 어린 여성들로 인식되기 마련이다. 그들을 일컬어 보통 ‘아가씨’라 부르는 것도 같은 이유다.
여성접객원 알선업소, 속칭 보도방을 운영하는 한 업주에 따르면 노래방에서 일하는 여성접객원들의 나이는 각양각색이다. 20대 초반부터 30대, 그리고 그 이상의 연령대까지 다양하다. 앞서 확인된 보도차량의 경우 30대 후반 이상의 여성들 위주로 알선하는 보도방으로 확인됐다.
밤일 나선 위기의 주부들…“결혼·출산·육아 이후 돈 벌수 있는 곳 많지 않다”
스카이데일리가 파악한 서울 주요 번화가·유흥가 내 보도방 들은 대부분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구로구에서 만난 한 보도방 업주의 경우 고객 성향에 맞게 효과적으로 여성접객원을 공급하기 위해 휴대폰 전화번호부 이름 옆에 20대·30대·40대 등으로 나이를 기입해 놓기도 했다.
해당 업주는 “20대 때부터 술 따르고 몸 팔았던 사람들이 나이 먹어서도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고 있다는 인식은 옛날 말이다”면서 “이곳에서 일하는 30대 이상의 접객원의 경우 집에서 살림하고 애 키우다가 막상 일을 하려니 취직이 불가능해 어쩔 수 없이 이곳을 찾게 된 경우가 허다하다”고 밝혔다.
중년여성들 위주로 접객원들을 공급한다는 한 보도방 업주 역시 비슷한 말을 전했다. 그는 “같이 일하고 있는 여성들 중 80% 이상이 기혼자 또는 이혼자들이다”면서 “돈을 벌기 위해 밤에 나온 셈인데 밤일 경력으로만 따지만 70% 정도가 3년 이내의 초짜들이다”고 설명했다.
여성접객원으로 일하고 있는 이미정(43·여·가명) 씨를 만났다. 그는 “처음부터 여성접객원 일을 하려했던 것은 아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 씨는 “대출금·이자 그리고 생활비까지 남편혼자 벌어 충당하기에 늘 빠듯한 생활이었다”면서 “아이가 10살이 넘어서면서 슬슬 맞벌이에 나서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일자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결혼 전 모 의류브랜드 업체에서 근무했다는 그는 동네 옷가게에서 일을 하고자 온라인 구직사이트 등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혼자이면서 사회생활을 오랫동안 쉰 그가 갈만한 곳은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전세금을 올려달란 집주인의 말에 갑작스럽게 목돈이 필요하게 됐고 시댁으로부터 돈을 빌리게 되면서 취직이 더욱 간절해졌다.
이 씨는 “은행 빚뿐 아니라 양가에 빚을 진 상태서 추가적으로 시아주버니께 돈을 빌리다보니 이대론 안 되겠다고 생각하게 됐다”며 “어떻게든 빚부터 갚고 해야 내 집 마련도 하고 아이 대학이라도 보낼 수 있지 않겠나 싶어 본격적으로 돈벌이를 알아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의 간절함에도 불구하고 취직은 하늘에 별 따기나 마찬가지였다. 의류브랜드 경력을 살려 비슷한 업종의 작은 기업 세 곳에 이력서를 제출했으나 서류전형 단계서 고배를 마셨다. 결국 식당일을 시작했다. 24시간 식당에서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근무했다.
이 씨는 “아이 등교 준비 및 저녁밥 챙기기 등이 가능해 밤 시간대에 하는 일을 택했다”며 “하지만 낮과 밤을 바꿔서 생활하다보니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졌고 특히 수입이 생각보다 적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던 중 단골손님으로부터 노래방 여성접객원에 대해 듣게 됐고, 고민 끝에 결국 일을 하기로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우려곡절 끝에 취직해도 박봉에 주부배려 없어…고민 끝에 ‘밤 일’ 선택
조은희(38·여·가명) 씨도 오랜 기간 경단녀 신세에 머물러 있다가 결국 노래방 여성접객원을 선택한 케이스다. 서울권 내 유명 사립대를 졸업하고 임신 7개월 때까지 직장생활을 했었다는 조 씨는 둘째 아이가 어느 정도 성장한 뒤 본격적으로 재취업에 나섰다.
조 씨는 “퇴사 전까지 마케팅·홍보 업무를 담당해 왔기에 관련 대행사 쪽으로 이력서를 쓰기 시작했다”며 “하지만 여의치 않게 됐고 사무직을 선발하는 작은 회사의 채용에 응해 합격해 재취업에도 성공했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돈이었다. 한 달을 온전히 일하고 난 뒤 조 씨가 손에 쥘 수 있는 금액은 세금 떼고 150만원 안팎에 불과했다. 남편 혼자 벌 때보다는 여유가 있었지만 중·고등학교에 진학할 자녀들 학원비와 부수적인 비용 등을 지출하면 살림은 빠듯했다. 아이들 대학등록금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한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조 씨는 “경단녀 입장에서 회사 생활만으로는 금전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웠다”며 “지방으로 발령 나 주말에만 서울에 올라오는 남편 몰래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일을 알아보다 손님들과 재밌게 놀아주고 맥주만 마시면 된다는 말을 듣고 애들 등록금만 모으자는 생각으로 노래방 여성접객원을 택하게 됐다”고 귀띔했다.
조 씨의 사례처럼 여성가족부 새로일하기센터(이하·새일센터)에 따르면 재취업에 나선 여성들 중 상당수가 희망 직종과 실제 취업 간에 괴리감을 느꼈다. 지난해 새일센터를 통해 재취업에 성공한 15만3797명 중 25.8%가 사무·회계업무를 희망했지만 실제 희망 직종에 취업한 인구는 19.9%에 불과했다. 무기·일반계약직 비율도 높게 나타났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취업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양질의 일자리라는 보장은 없다”면서 “대개 급여가 적고 아이 양육 등에 배려가 부족한 업체들이 많아 절반에 가까운 여성들이 취업 1년도 채 안 돼 일을 그만두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고 공통된 의견을 보였다.
[김도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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