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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교정헬멧 이용한 영유아 두상성형 논란
강남엄마 육아트렌드 ‘위험천만 두뇌족쇄’ 주의보
치료용 의료기구를 미용도구로…심리적 트라우마·발달 지연 등 부작용 우려
길해성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6-30 16:05:24
우리사회에 만연해 있는 ‘외모지상주의’로 인한 폐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큰 키에 작은 얼굴이 선호되면서 남자 아이들은 키 180㎝가 되기 위해 1년에 1000만원이 넘는 성장 호르몬주사를 맞고, 여자 아이들은 44사이즈를 위해 과도한 다이어트를 불사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심지어 어린 영유아들에게까지 번졌다. 두상교정헬멧 열풍이 대표적이다. 이 헬멧은 유아 초기에 발생하는 두상 변형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의료기구다. 하지만 최근 일부 엄마들 사이에서 두상을 작게 하려는 목적으로 영유아에게 헬멧을 씌우는 행위가 비일비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자칫 아기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영유아 두상교정헬멧 착용 현상을 진단하고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다.

 ▲ 두상교정헬멧(사진)은 유아 초기에 발생하는 두상 변형을 치료하기 위해 만들어진 의료기구다. 하지만 일부 엄마들이 두상교정헬멧이 두상을 동그랗고 작게 해준다는 소문만을 믿고 미용 목적으로 영유아들에게 이 기구를 착용시켜 논란이 되고 있다. 영유아들의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스카이데일리
 
강남의 한 성형외과. 수납장에는 호피, 하트, 얼룩말 무늬 헬멧이 진열 돼 있다.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탈 때 쓰는 헬멧이 아니다. 바로 유아들의 두상 성형을 위한, 이른바 ‘두상교정헬멧’이다. 머리 모양을 동그랗고 이쁘게 만들어준다는 이유로 일부 엄마들 사이에서 ‘신(新) 육아 트렌드’로 각광받고 있다.
 
두상교정헬멧은 원래 ‘사두증’을 치료하기 위한 의료기구다. ‘사두증’이란 태어날 때 엄마 뱃속에서 머리가 눌리거나 한 쪽으로 눕는 습관 때문에 두개골이 비뚤어진 증세를 말한다. 위에서 아래로 아기 머리 모양을 봤을 때 뒷통수나 좌측 우측 한쪽이 납작하거나 평평하게 들어간 모습을 보이는 게 일반적이다.
 
사두증이 심할 경우 나이가 들어 얼굴이 비대칭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보통 교정헬멧을 씌운다. 두개골 위치 때문에 눈이 튀어나와 보이거나, 양쪽 귀의 균형이 심하게 틀어져 있는 아이 또한 교정헬멧을 이용해 교정을 시도한다.
 
치료 필요한 경우 20~30명당 한명 꼴, 엄마들 욕심에 건강 위협받는 아기들
 
의료업계에 따르면 아기의 머리모양 때문에 병원을 찾은 아기 중 당장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20~30명당 한 명 꼴에 불과하다. 하지만 일부 엄마들은 미용 욕심에 두상 교정을 진행하기도 한다. 자신의 아이가 나중에 두상 모양이 이쁘지 않아 다른 아이들의 놀림거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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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의 한 성형외과 앞에서 만난 장미선(가명·36·여) 씨는 “뭘 그런걸 하냐고 핀잔주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 같은 경우만 해도 뒤통수가 납작해 불만이 많았다”며 “요즘 애들 다 하는데 나중에 우리 애만 두상 모양이 이쁘지 않으면 좀 그렇지 않겠나”고 말했다.
 
이어 “요즘 성장 호로몬 주사를 맞는 아이들이 많아진 것처럼 이 또한 시대의 흐름이라고 생각한다”며 “아이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시도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 의료업계에 따르면 머리모양 때문에 병원을 찾은 아기 중 당장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20~30명당 한 명 꼴에 불과하다. 또한 두상교정헬멧이 모두에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므로 미용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사진은 헬멧 교정 전·후 모습 ⓒ스카이데일리
  
다수의 전문가들에 따르면 두상교정을 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교정이 시작되면 하루에 22시간 이상 씌워놔야 한다. 짧게는 4~5개월 길게는 1년 가량 착용해야만 효과를 볼 수 있다.
 
특히 첫돌도 지나지 않은 아이가 요즘 같은 무더위에 하루 종일 헬멧을 쓰고 있으면 땀띠나 피부 발진과 같은 증상을 초래할 수 있다. 심지어 무리하게 헬멧을 씌우면 영유아들의 정서 발달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다는 전문가의 의견도 있다.
 
2개월 된 딸을 두고 있는 김우리(가명·29·여) 씨는 “지인 중에 두상 교정했던 아이가 있는데 머리에 뭐를 쓰자고만 해도 울고 불안해한다”며 “아기에게 트라우마로 남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치료 목적이 아닌 미용 목적으로 두상교정헬멧을 착용하는 것에 대해 상당한 우려감을 표하고 있다.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엄마 뱃속에 있을 때도 기억한다는 심리결과가 있는 만큼 영유아 때 느끼는 감정 및 기억을 소홀히 생각해선 안된다”며 “특히 불쾌한 감정을 빨리 표현하는데 배고파서 울거나 졸려서 칭얼대는 게 그런 경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100% 좋아지는 게 확실하다면 견딜 수도 있겠지만 그 전에 자신의 아이에 대해 간파를 해야 한다”며 “민감한 아이들은 추후에 신경이 더욱 날카로워질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전문가 진단 없이 구매한 미용 목적 교정모자…영유아 뇌 발달장애 유발 우려
 
교정헬멧 착용으로 인한 성공률이 100%가 아니라는 사실도 우려감을 더하는 대목으로 꼽혔다.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정보공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두상교정 헬멧을 사용해도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강남 소재 한 성형외과 의사는 “사두증이 있지만 문제가 될 경우가 아니라면 치료를 권하지 않는데, 미용 목적으로 엄마가 정말 하고 싶어 하면 알아서 하라고 한다”며 “하지만 막상 아이가 거부해 잘 되는 경우가 흔하진 않다”고 귀띔했다.
 
의사들이 헬멧 착용을 권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자연스럽게 머리의 모양이 잡혀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004년 미국 소아과에서 발표된 학회지에 따르면 건강한 아기 200명을 추적해 관찰한 결과 생후 6주째 두상이 정상이 아닌 아이는 16%였지만 2년이 지날 때에는 3.3%로 줄었다.
 
 ▲ 전문가들은 치료 목적이 아닌 미용 목적으로 두상교정 헬멧을 착용하는 것에 대해 상당한 우려감을 보였다. 억지로 두상교정헬멧을 씌울 경우 아기들의 정서 발달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쳐]
 
다수의 의료전문가들에 따르면 두상교정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성형외과나 신경외과 전문의의 진료 하에 이뤄져야 한다. 아기 머리에 맞는 헬멧을 사용해야만 제대로 된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는 만큼 진단서를 갖고 두상교정 헬멧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업체에서 맞춘 뒤 병원에서 관리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일부 엄마들은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두상교정 모자를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나 우려를 사고 있다. 병원에서 치료를 위해 제작되는 두상교정 헬멧의 경우 수입제품은 350만원, 국내제품은 250만원대다.
 
반면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판매되고 있는 두상교정 모자는 3만원대에 불과해 미용 목적으로 구매하는 엄마들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인터넷 쇼핑몰 상풍폄에는 수십건의 상품후기가 올라와 있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아과 의사는 “교정모자를 맞춘 뒤에도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머리 크기를 재면서 상황을 점검해야 한다”며 “머리 크기는 첫돌을 맞기 전 70~80%가 자랄 만큼 빠르게 발달하는데, 크기가 맞지 않는 교정 모자를 계속 씌우면 뇌가 압박을 받아 발달 장애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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