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현대건설이 아파트 시공 과정에서 하자 건수만 무려 1만건에 달해 부실시공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입주민의 ‘안전’까지 등한시 했다는 지적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준공 인가 과정에서 ‘안전’과 관련된 위법적인 요소까지 포착돼 사태의 심각성은 더해지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곳은 ‘백련산 힐스테이트 4차’ 단지다.
건설업계 안팎에서는 아파트 시공 과정에서 하자는 물론 안전 논란까지 불거져 나온 현대건설의 향후 행보를 걱정하는 여론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사업성이 높게 평가되는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대치동 쌍용2차아파트, 잠원동 신반포15차 등의 재건축 단지 수주전에서 부정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실시공 사례는 주택 시장에 빠르게 확산돼 다른 지역 재건축 조합원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아이 키우기 맞춤용’ 아파트로 홍보…단지 곳곳 안전위협 요소 다수
건설업계 및 백련산 등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백련산 힐스테이트 4차’ 단지에 대한 홍보활동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아이 키우기 맞춤용 아파트’라는 점을 유독 강조했다. 홍보는 어느 정도 성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입주민들 중 아이를 둔 30~40대 젊은 부부가 상당수 존재하는 점이 이를 방증했다.
그런데 입주가 진행된 후 입주민들 사이에서는 허탈한 감정을 드러내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아이 키우기 맞춤용 아파트’라는 말을 철썩 같이 믿었지만 곳곳에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산재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들이 뛰어노는 어린이 놀이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가장 높았다. 추락 사고에 대한 대비책이 마련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2주 전에 입주했다는 박영수(36·가명) 씨에 따르면 이곳 단지는 주변 지대에 비해 약 2m 가량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추락 방지를 위해 아파트 단지 주변으로 1.2m 높이의 펜스가 설치돼 있다.
단지 한편에 마련된 놀이터 주변에도 펜스가 설치된 상태다. 이곳 펜스 중간에는 환풍구가 설치돼 있다. 환풍구 높이는 펜스 높이와 동일하다. 문제는 아이들이 손쉽게 환풍구 위로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아이들이 환풍구 위에 올라가 논다면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2m 높이의 담당 위에서 노는 것과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추락사고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그동안 입주민들의 문제 제기에도 현대건설 측은 놀이터 난간이 약 1.2m로 법적 기준치를 지켰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스카이데일리 취재 과정에서 현대건설 측은 “익일 오전 중으로 펜스를 높이겠다”고 입장을 바꾸기도 했다.
입주민들은 지하주차장에서 단지로 통하는 출입로가 차량이 오가는 통로 바로 앞에 있어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기설비시설 시멘트 마감처리가 허술해 향후 누전·감전사고 발생 가능성도 지적했다. 이 외에도 안전과 관련된 총 13가지 문제점이 지적됐다. 입주민들은 해당 내용들을 정리해 현대건설 측에 제출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답변은 듣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입주민은 “현대건설과 은평구청 측은 별 응답이 없어서 답답할 노릇이다”며 “놀이터 펜스를 올리겠다는 것도 우리가 한 달 전부터 얘기한 것인데, 우리에게는 얘기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취재 후 펜스가 설치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기사화 되는 것을 우려해 어쩔 수 없이 하는듯한 모습이 참 씁쓸하다”고 전했다.
준공인가 승인에 위법 논란…지하주차장 한 편에 쌓인 소화기더미 ‘용도는’
소방설비 확충 문제를 두고서도 이런저런 잡음이 많았다. 입주민들에 따르면 소방설치법상 공공주택은 준공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완강기와 소화기를 모두 설치하는 것이 의무다. 한 개라도 설치가 돼 있지 않으면 준공인가 승인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백련산 힐스테이트 4차 단지는 소화기가 설치되지 않은 채 준공인가가 이뤄졌다. 준공인가 승인 문제를 두고 위법 논란이 불거져 나온 배경이다. 논란은 안전과 직결된 문제이지만 이를 관리하고 있는 은평구청과 은평소방서 측은 감리단에 책임을 떠넘기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준공승인권자인 은평구청 측은 “소화기 같은 소화설비의 경우 감리단에서 은평소방서와 감리단 측이 점검했고 이상이 없다는 서류를 전달 받았다”며 “서류를 받은 우리 입장에서는 믿고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은평소방서 관계자는 “법적으로는 완강기가 소화기가 모두 설치돼야 준공승인이 나는 게 맞다”며 “하지만 실질적인 점검은 감리단 소속 소방점검팀이 하고 우리는 그들이 제출한 서류를 확인하기 때문에 우리가 현장에 가서 확인을 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더욱 큰 문제로 지적된 것은 이미 입주가 완료된 호실에도 소화기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입주 후 한 달 가까이 지나서야 받은 세대도 적지 않았다. 화재가 날 경우 신고 외에 어떠한 조치도 취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는 셈이다.
입주민 정소영(29·가명) 씨는 “입주 직전까지 완강기나 소화기가 설치돼 있지 않은 세대가 많아 이 부분도 준공승인 전에 현대건설과 은평구청에 지적했었다”며 “완강기는 현재 설치된 상태지만 소화기는 한 달이 지난 지금에서야 입주세대별로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입주민은 입주한지 2주가 지났는데도 아직 못 받았다고 하더라”며 “소화기가 없느 상태에서 혹여나 화재라도 난다면 그 결과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주민들이 안전위협을 호소하고 있는데도 정작 현대건설 측은 상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현대건설의 관리부실 논란이 붉져 나오는 배경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입주하는 세대에게 입주카드와 소화기를 지급해주는 걸로 돼 있다”며 “그게 안됐다면 현장 관계자에게 확인해 본 후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백련산 힐스테이트 4차’ 단지 한 입주민은 “만약 다시 아파트를 선택할 기회가 생긴다면 절대 현대건설이 지은 아파트는 선택하지 않을 생각이다”며 “하자는 물론이고 입주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들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 지금의 태도는 과연 국내 굴지의 건설사가 맞는지 의심까지 들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건설은 현재 서울 내 다른 재건축 아파트 시공권을 수주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 과연 그런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아마 이곳의 사례가 알려진다면 누구든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고 꼬집었다.
[길해성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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