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점포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셀프빨래방·코인노래방·뽑기방 등을 넘어 최근엔 편의점까지 무인점포 대열에 합류했다. 간소하고 간편함을 추구하는 현대 소비자들의 요구와 최저임금 인상 등에 따른 인건비 절감을 요구하는 운영업주 양측을 모두 만족시키는 최적의 방법이라는 분석이다.
무인편의점이 국내에 첫 선을 보인 것은 지난해 11월 연세대학교 기숙사 무악학사에서다. 대형브랜드들 중 처음 무인사업을 시작한 것은 지난 5월 롯데그룹의 편의점운영계열사 코리아세븐이 시범적으로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31층에 오픈하면서다.
하지만 정작 소비자들의 반응은 미온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은 처음 무인편의점의 개념을 접했을 때는 신기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였지만 실제 경험한 이후에는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대부분이 사람이 없는 매장의 한계점을 지적하며 차후 무인편의점이 풀어야 할 숙제를 제시했다.
서비스 아닌 상품구매 편의점…“떨어진 재고 하염없이 기다려야”
셀프빨래방·코인노래방·뽑기방 등은 편의점에 앞서 상용화 된 무인점포들이다. 적정 가격을 지불하고 원하는 시간대 눈치 보지 않고 적절한 서비스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이곳 점포들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장점들이다.
셀프빨래방을 이용하는 최용진(34·남) 씨는 “세탁부터 건조까지 필요한 과정이 빠르게 해결돼 맘에 든다”며 “기존 세탁소들과 달리 파손 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조건이 있지만 수건·이불 등 대량세탁물을 빨 때는 이곳보다 효율적인 곳은 없다”고 언급했다.
코인노래방을 즐겨 찾는다는 정진영(26·남·가명) 씨는 “방에 청소가 제대로 안 돼 있다면 이용을 안 하면 그만이다”면서 “업주나 다른 손님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잠깐이라도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들 무인점포들과 무인편의점은 본질적인 차이가 있었다. 점원이 없어도 작동법만 인지하면 손쉽게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이들 점포들과 달리 편의점은 재화를 구매하는 공간이라는 사실이었다.
가령 판매대가 비었을 경우 점원이 있는 편의점에 비해 뒤쳐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실제 이용객들도 이 부분에서 가장 큰 불편함을 호소했다. 이용경험은 전무하지만 잠재적으로 무인편의점을 이용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이들 역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우려감을 내비쳤다.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기숙사 내에 위치한 무인편의점을 즐겨 찾는다는 임혜원(22·여·가명) 씨는 “생필품이 떨어질 때가 가장 곤혹스럽다”면서 “창고에 진열상품이 있는 것을 뻔히 아는데도 꺼내줄 이가 없으니 사지 못하고 돌아가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고 털어놨다.
무인편의점 이용 경험이 없다는 허민수(24·남·가명) 씨는 “찾는 제품이 보이지 않을 경우 일반 편의점 같으면 직원에 문의해 물건을 찾겠지만 무인편의점은 이 부분이 고민일 것 같다”고 불편함을 예상하기도 했다.
기기오류 시 대응방법과 매장 내 위생 등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연세대 기숙사에서 만난 변지영(22·여·가명) 씨는 “결제를 할 때마다 기기가 오류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늘 궁금했다”면서 “소비자가 수리기사를 불러야 하는지, 주말에는 따로 누굴 부를 사람이 있는지 생각해보면 다소 답답한 측면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변 씨는 “한 번은 영수증 용지가 다 떨어졌는데도 누가 채워놓지 않아 제대로 결재가 된 것인지 한 참을 기기만 들여다보고 있던 적도 있었다”면서 “간소한 옷차림에도 편하게 눈치 보지 않고 물건을 구매할 수 있어 긍정적이지만 일부 한계점에 대한 대응책이 전혀 없다는 것은 풀어야 할 숙제다”고 언급했다.
박연화(24·여) 씨는 “음식물을 쏟거나 제품 포장재를 쓰레기통 주변에 흘리는 고객들이 많아 편의점 직원의 주요 업무 중 하나가 바로 이용객들의 뒤처리다”면서 “과연 무인편의점에서 이 같은 문제점을 어떻게 처리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환불 어렵고 결제수단 복잡…미래지향 유통산업 ‘과제 산적’
무인편의점 이용자들은 환불이 가장 큰 불편함을 초래한다고 언급했다. 직영·가맹을 막론하고 운영업주 또는 관리인이 매장에 상주하지 않다보니 소비자들이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환불 측면에 있어 즉각적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이마트24 서울조선호텔점 관계자는 “결제기기 옆에 전화기가 비치돼 있는데 이를 통해 본사에 전화를 걸면 담당직원이 CCTV를 확인 후 점장에 통보해 점장 또는 매장 관계자가 방문해 환불을 진행하는 순으로 진행된다”면서 “아직 도입 초기단계기 때문에 꾸준히 시스템 보완·수정에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과 운영업체 측은 상용화에 앞서 이 같은 난제들이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하면서도 향후 무인편의점의 성장가능성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했다. 롯데 코리아세븐 관계자는 “무인편의점은 분명 미래 효용가치가 있는 유통 산업이지만 아직까지 결제 수단·환불 절차 등의 결제관련 편의·매장 보안 등 아쉬운 점이 있다”며 “또한 청소년 보호 수단 구축 등 보다 책임 있는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준영 상명대 소비자주거학과 교수는 “무인편의점의 등장은 사물인터넷 등 무인시스템 기술 개발·향상 등과 더불어 1인가구 증가 등 인구구조 변화와 맞물리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며 “그러나 기계 이용 등이 어려운 노인층 등 일부 기술 소외층을 배려하는 차원의 시스템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사람만이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며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아직은 무인편의점을 포함해 완전 무인화시스템의 확산에 앞서 여러 사항이 보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슬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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