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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동초]-수중사진작가 와이진(본명 김와이진)
“매 번 죽을 고비 넘기면서 전통문화 알려요”
국내 최초·유일 타이틀 획득…선천적 심장기형 안고 독보적 작품세계 구축
배수람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7-10-24 00:03:54
▲ 와이진(본명·김와이진, 사진)은 국내 최초 수중사진작가다. 그는 일반인과 달리 심장이 가슴 한 가운데 있는 선천적인 기형을 가지고 태어났다. 물과는 상극인 신체조건을 지녔지만 그는 불굴의 도전 정신으로 ‘국내 최초’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선천적 심장기형을 감추고 콤플렉스로 생각하기보단 극복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왼쪽 가슴이 아닌 가슴 가운데 심장이 있어서 폐가 일반인 보다 작기도 하죠.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제가 수중사진작가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됐어요”
 
서울시 동대문구 신설동에서 만난 사진작가 와이진(Y.Zin·38·여)은 우리나라 최초 수중촬영 전문 사진작가다. 17년 동안 해오던 연예인 스타일리스트 일을 관두고 글로벌 사진업계에서 주목받는 사진작가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그는 심장이 왼쪽에 위치해 있는 일반인과 달리 기형적으로 가슴 한 가운데에 위치했다. 국내에서는 극히 드문 케이스로 알려진다. 이는 폐가 심장에 눌려 일반인에 비해 작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물과는 상극일 수밖에 없는 신체구조를 지닌 셈이다. 그가 물속에서 일하는 수중사진작가라는 점이 아이러니하게 다가오는 대목이다.
 
두려움 꺾은 도전정신…스타일리스트에서 독보적인 수중촬영작가로 발돋움
 
의상학을 전공한 와이진은 19살의 이른 나이에 현장에서 발로 뛰는 연예인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했다. 비·조인성·이효리·보아·이민정·최강희 등 국내 톱스타 대부분이 와이진의 손을 거쳤다. 과거 그는 연예계에서 촉망받는 스타일리스트로 평가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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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리스트는 연예인 의상을 수시로 체크해야 하기 때문에 카메라를 항상 들고 다녀야 하는 직업이죠. 오랜 기간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했는데, 어릴 때부터 바쁘게 일하다 보니 심신이 많이 지쳤죠. 다시 학교로 돌아가 공부를 하기 위해서 그동안 했던 일들을 정리하던 차에 제가 찍은 사진에 대해 처음으로 칭찬을 들었어요. 역광도 모를 정도로 무지했던 저는 그 일을 계기로 카메라를 전문적으로 배워보기로 결심했어요”
 
카메라를 배우며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 와이진은 사진작가로 전향해 자신만의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 나가기 시작했다. 물론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이미 저명한 사진작가가 많은 업계에선 늦깎이 신입 작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당시 한창 DSLR(디지털 일안 반사식 카메라) 카메라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일반인들도 사진 실력이 늘면서 전문작가로서의 개성을 찾기가 더욱 어려웠다.
 
“누구나 사진작가가 될 수 있는 시대지만 저렴한 사진작가가 되고 싶지는 않았어요. 한창 정체성 혼란이 왔을 무렵 고등학생 때부터 아끼던 록 밴드 ‘너바나(Nirvana)’의 앨범 커버를 보게 됐어요. 물속에서 아기가 달러지폐를 향해 손을 뻗고 있는 모습이었어요. 어떤 기법으로 찍은 건지 주위에 수소문을 한 끝에 수중에서 촬영한 사진이란 걸 알게 됐어요. 당시 한국에는 수중촬영을 배울 수 있는 곳이 단 한 곳도 없었어요. 아무도 안 했으면 내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자 오래 숨겨둔 보물을 발견한 것처럼 기쁘더라고요”
 
▲ 와이진(사진)은 독보적인 자신만의 사진세계를 만들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던 끝에 수중촬영을 선택했다. 신체적인 결함과 동양인·여성이라는 이유로 괄시를 받는 경우가 많았지만 그는 보란 듯이 성공해냈다. 세계 여성 최초로 수심 101m 잠수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스카이데일리
 
수중촬영을 하기로 마음먹었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서 발생했다. 바로 선천적으로 기형적 위치에 자리한 심장이었다. 심장이 갈비뼈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중앙에 위치한 탓에 강한 충격을 주면 안 되고 응급상황 발생 시 뼈에 심장이 찔릴 수 있어 심폐소생술도 할 수 없다는 치명적 단점을 지녔다. 심장에 눌려 일반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폐가 작아 호흡이 얕고 가빠 물속에서 일반적인 호흡은 불가능했다.
 
“물에 빠졌을 때 도와주려고 한 심폐소생술에 저는 죽을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가족들 반대도 굉장히 심했어요. 그래도 해보지도 않고 못 하겠다는 것과 해보고 안 하는 건 다르잖아요. 저는 오히려 주위에 감추지 않고 계속해서 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드러냈어요. 심장 위치가 달라서 나는 이런 위험이 수반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그게 전화위복이 됐어요. 폐가 작아서 같은 공기통을 메도 제가 남들보다 물속에서 더 오래 버틸 수 있더라고요”
 
수중사진을 시작하기에 앞서 물에 대한 공포를 없애기 위해 스킨스쿠버를 배운 와이진은 2008년 사진작가들의 꿈이라고 불리는 내셔널지오그래픽 다이버 라이선스를 획득하기도 했다. 그는 다이빙 장비를 메고 수심 101m까지 내려간 세계 최장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국내에서 독보적인 수중사진작가로 서서히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지만 그 과정에서 위기도 찾아왔다. 바로 선천적인 기형으로 인한 안전 문제였다.
 
“10년 가까이 수중촬영작가로 일하면서 늘 안전에 대한 문제가 뒤따라왔어요. 심장이 가운데 있고 폐가 작기도 했지만 달팽이관도 다른 사람 반 정도 밖에 없었죠. 수중사진작가로 이미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배를 못 탄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슬럼프를 극복하려고 약에 의존하다보니 생명의 위협을 느끼기도 했었죠”
 
배를 타고 파도가 심한 해역을 나갈 때면 와이진은 기절하기 일쑤였다. 무리하게 물속에 들어가 촬영을 진행하면서 응급상황이 발생했던 경우도 허다했다. 수중사진작가의 길에 대해 고심을 거듭한 와이진에게 동기를 부여해 준 이들은 다름 아닌 제주도 해녀들이었다.
 
“그동안 저는 ‘해녀’라고 하면 삶에 찌들어서 어렵고 열악한 환경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분들이라고 생각했어요. 파도가 심해 스쿠버를 할 수 없는 여건이었는데 저 멀리 백발에 까만 수트를 입고 거친 파도를 거스르는 해녀들이 보이더라고요. 무작정 카메라를 들고 뛰었던 것 같아요. 해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다시 한 번 사진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았어요”
 
돈 한 푼 없어도 웃는 ‘긍정의 아이콘’…“사라지는 우리 문화 지키는데 앞장서고파”
 
당시 일을 계기로 와이진은 2012년부터 매년 제주도를 찾아 해녀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는 ‘해피해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세계적인 다이버박람회 ADEX에서 외국인들이 일본의 ‘아마’와 우리나라 ‘해녀’를 헷갈려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그는 올바른 해녀 문화를 알리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
 
“한국에서 수중사진작가가 탄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박람회 측에서 초청장을 보내왔어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국의 바다는 어떤지 정보가 하나도 없다는 거예요. 우리나라 대표적인 섬나라인 제주도를 설명하면서 해녀를 언급한 적이 있는데 외국인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더라고요. 사라져가는 해녀 문화를 제대로 알리고 오해를 바로 잡아야겠다고 생각 했어요.
 
▲ 와이진(사진)은 제주도 해녀들의 삶을 세상 밖으로 알려주는 중간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의 ‘아마’와 한국의 해녀를 헷갈려하는 외국인들에게 올바른 지식을 전파하고 사라져가는 해녀 문화를 지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와이진의 노력이 더해져 지난해 제주도 해녀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무형문화재로 등재됐다. 와이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실제 박람회에 제주도에서 활동하는 해녀를 데리고 가 직접 무대에 세우기도 했다.
 
“박람회 측에서 직접 해녀분들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어요. 제주관광청에 요청했더니 예산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사비를 털어서 어머니들을 모시고 박람회를 찾았어요. 수많은 사람들이 강연이 끝난 이후 어머니들에게 기립박수를 쳐주셨어요. 그때 어머니 한 분이 저를 안아주시면서 ‘죽기 전에 스스로가 멋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려줘서 고맙다’고 말씀하셨죠. 한국을 대표하는 수중사진작가로서 엄청난 보람을 느꼈죠”
 
9년째 수중사진작가로 활동 중인 와이진은 남편과의 결혼식도 미룰 정도로 해녀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대한민국 수중사진작가라는 타이틀이 부끄럽지 않도록 우리나라에서 사라져가는 문화를 지키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10년이 다 돼가도록 저와 견줄만한 수중사진작가가 나오지 않고 있어요. 지금 제가 하지 않으면 제 후배가 기록하기 전에 해녀라는 우리 고유한 문화가 사라질 것 같은 거예요. 그러면 제가 그분들께 많이 미안할 것 같더라고요. 신랑한테도 가족에게도 미안하지만 해녀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 사라지고 있는 해양 생물이나 문화 등을 대외적으로 알리고 지키는 데 앞장서야겠다고 생각했죠”
 
궁금한 것은 참지 못하는 성격과 특유의 집념으로 수중사진작가의 길을 개척한 와이진은 최근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바로 후배를 양성하는 것이다. 매스컴을 통해 잘못된 해양상식을 바로잡기 위한 강연도 병행하고 있다.
 
“콤플렉스라고 여길 수 있는 것들을 드러내면서 물론 흉보는 사람도 있고 지적하는 사람도 많았어요. 제가 유독 긍정적인 편인지 모르겠지만 그때마다 제가 이만큼 유명해졌구나 생각하고 웃으면서 넘어가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어쩌다보니 국내 최초·유일이라는 수식어가 원치 않게 따라붙게 됐잖아요. 제 이야기를 통해서 누군가 희망을 전달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울러 제 뒤를 이을 후배들에게 귀감을 줄 수 있는 선배로 남고 싶어요”
 
[배수람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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