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전국 현지=임현범 팀장, 이경엽·길해성·조성우 기자]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발표한 가운데 기존에 지어진 풍력발전소를 둘러싼 각종 논란이 불거져 나와 여론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발전소를 짓는 과정에서의 산림훼손 및 인근 주민들의 소음피해, 낮은 발전효율성 등이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풍력에너지는 태양광에너지와 함께 신재생에너지의 대표격으로 꼽힌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앞서 2014년 박근혜 정부는 풍력발전 인·허가 규제를 완화했다. 풍력발전시설 건립 가능 지역이 ‘생태자연도’ 2급지에서 1급지로 변경됐다. 산지 전용 허가도 3만㎡에서 10만㎡ 이내로 규제가 완화됐다. 규제 완화 이후 전국 곳곳에 풍력발전소 사업 허가가 크게 늘어났다. 현재 풍력발전기는 제주도를 비롯해 전국 11개 시도, 총 531기가 설치돼 있다.
그런데 ‘친환경에너지’라는 탄탄한 명분을 업고 세워진 풍력발전소는 그 숫자가 증가할수록 다양한 문제점을 낳았다. 무엇보다 인근 주민들은 하나 같이 소음 피해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다. 산림훼손, 생태계교란 등의 부작용 사례도 상당수 존재했다. ‘친환경’이라는 이름조차 무색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태광그룹 관련 풍력발전소 인근 주민들 두통·어지럼증 시달려… “괴물 같이 느껴진다”
전남 여수 돌산읍 대율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산꼭대기에 위치한 풍력발전소가 시야에 들어온다. 70m 높이의 발전기에서는 40m 길이 대형 날개가 쉼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이곳 풍력발전소는 지난해 7월 4개 마을 중심부에 자리한 금오산 꼭대기에 설치됐다.
이 발전소는 여수·순천 등 전남 동부권에서는 처음 들어선 풍력발전소다. 사모펀드 소유인 한국발전기술이 운영·관리한다. 대표이사에는 태광그룹 맏사위인 이승원 대표가 맡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태광그룹은 이 대표를 앞세워 우회적으로 풍력발전소 사업에 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공공재적 성격의 사업에 대기업이 진출한 데 대해 우려감을 나타내는 여론이 적지 않다.
발전소 주변에는 대율·소율·성두·작금 등 4개 마을 주민 851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 마을은 풍력발전소를 중심으로 짧게는 500m 길게는 1km 반경에 자리하고 있다. 4곳 마을 주민들은 풍력발전소가 설치된 이후 발생하는 소음 때문에 매일 같이 밤잠을 설친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대율마을 주민 송영진(72·남) 씨는 “바람이 부는 날이면 40m 길이의 날개가 밤낮 없이 돌아가면서 산 주변 마을 전체에 ‘웅웅’ 소리가 퍼지는데 평소에 듣기 힘든 기괴한 소리에 가깝다”며 “굳이 표현하자면 귀에서 맴도는 모기 소리 같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귀에서 모기소리가 계속 난다고 생각해봐라 미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며 “문을 닫아도 소리가 계속해서 나는데, 여름철에는 더워도 문을 열지 못하고 선풍기나 에어컨을 켜 전기료가 더 많이 나온다”고 토로했다.
대율마을에서 800m 떨어져 있는 소율마을 주민들도 두통·어지럼증 등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주민 신성례(68·여) 씨는 “풍력발전기에서 나오는 경고등이 밤새 번쩍 거리는 데 날개 그림자가 방 안까지 그대로 들어온다”며 “자다 일어나서 보면 어떨 때는 괴물 같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대율마을은 지난 8월 풍력발전기가 추가로 설치된다는 소식이 전해져 한바탕 소동이 발생하기도 했다. 풍력발전기 설치 예정지는 마을에서 불과 200m 거리였다. 마을 주민들은 진정서를 모아 여수시에 제출했고 가까스로 풍력발전소 추가 설치를 막아낼 수 있었다.
대율마을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김영철(가명·73) 씨는 “산 소유주가 한 기업에서 풍력발전소를 설치한다고 땅을 팔라고 했다는 얘기를 마을 주민들에게 한 덕분에 추가 설치를 막을 수 있었다”며 “만약 그 소식을 못 들었다면 추가 설치를 못 막을 뻔 했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지금 저 발전기들도 이렇게 고통을 주는데 또 설치한다니 말이 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풍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저주파 소음…“장기간 노출되면 호흡장애까지”
4개의 마을 중 주민들의 소음피해 호소 강도가 가장 큰 곳은 대율마을이었다. 이 마을은 풍력발전소에서 800m 가량 떨어져 있지만 산이 둘러싸고 있는 형태를 띠고 있다. 소리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울린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마을 주민들은 소음으로 인해 혹시나 병이 생기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었다.
수년간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지난해 대율마을에 다시 돌아왔다는 주민 김수영(가명·72) 씨도 “치료받고 나서 불면증이 있었는데 더욱 심해졌다”며 “겨우 잠에서 들었다가 새벽에 저 소리에 잠이 오질 않아 신경질이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러다가 병이 더 악화되지는 않을까 걱정이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역시 소음으로 인해 건강이 크게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들의 설명에 따르면 풍력발전기에서 발생하는 소리는 60~65hz 정도다. 비슷한 소음으로는 보통 층간소음·백화점 내 소리 등이 있다. 문제는 저주파 소음이다. 저주파란 100hz미만의 소리파동을 이야기하는데 사람 귀에는 잘 들리지 않는다.
보통 일반 소음 측정으로 60hz가 나왔다면 저주파 소음은 80hz 정도로 나온다. 이 저주파 소음은 귀가 아닌 뼈를 비롯한 인체에 영향을 준다. 차멀미나 전철에서 멀미를 하는 원인 중 하나도 저주파 소음이다.
숭실대학교 소리공학연구소 배명진 교수는 “저주파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돼서 스트레스가 쌓이면 관절에 이상이 올 수도 있고 심하면 호흡 장애까지 올 수 있다”며 “외국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저주파 소음으로 인해 키우는 소가 사산하는 등의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을 정도로 인체에 많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경고했다.
풍력발전소 건립으로 인한 피해는 단순히 소음에만 그치지 않았다. 인근 마을 주민들은 친환경발전소 건설 과정에서 오히려 심각한 산림훼손 문제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발전기를 세우기 위해 진입로를 내고 장비를 옮기면서 주변 나무들이 크게 훼손되고 있는 것이다.
성두마을 한 주민은 “40m 길이의 날개가 산으로 운반되는 과정에서 주변 나무들이 쓰러지고 난리도 아니었다”며 “발전소 설치된 금오산에는 복수초, 노루귀 등 귀한 꽃들과 가끔 고라니 같은 동물들도 볼 수 있는데 이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 역시 풍력발전소 설치로 인한 자연생태계 교란이 우려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배명진 교수는 “뱀의 경우 눈이 없으니 촉감으로만 움직이는 동물인데 저주파소음으로 인해 촉감에 이상이 생겨 방향을 찾지 못하는 등의 일들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생태계가 완전 파괴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풍력발전소 이용률 20% 불과…“일정하지 않은 풍향이 원인”
에너지 분야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풍력발전소의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바람이 간헐적으로 불기 때문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9년 기준 한국의 풍력 잠재량(130TW)은 독일(3200TW)의 4%에 불과하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노동석 선임연구위원은 “유럽 같은 곳에서는 북해에서 같은 방향의 바람이 꾸준히 불어오기 때문에 풍력발전이 효율적일 수 있다”며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겨울에는 북서풍, 여름에는 남서풍 등 계절에 따라 풍향의 바뀌는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의 풍력발전 이용률은 외국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그 수치는 20%에 불과했다. 이는 미국(49%), 독일(34%), 덴마크(34%) 등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이용률’이란 풍력발전기 이용해 어느 정도 효율성을 낼 수 있는지를 수치화 한 것이다. 예를 들어 이용률이 20%라면 100km 속도로 갈 수 있는 자동차가 20km 속도밖에 내지 못하는 셈이다.
풍력발전의 단점으로 지목된 부분은 이뿐 만이 아니다. 부지 문제 역시 취약한 부분으로 지목되고 있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생산되고 있는 풍량발전소를 짓는 데 필요한 부지는 약 70k㎡ 정도다. 보통 풍련발전기의 타워 높이가 70m를 넘다보니 태양광 등의 다른 신재생에너지보다 더 넓은 부지를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정부가 목표로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보급 비율을 20%로 맞추려면 풍력발전 설비를 1.5GW 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선 1050k㎡ 부지가 필요하다. 서울 면적인 605㎡의 1.7배에 달하는 규모다. 매년 오르는 땅값과 한정된 토지를 생각하면 정부의 목표는 달성하기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노 연구위원은 “신재생에너지 보급비율을 연구한 결과 정부의 예상과는 다르게 10%를 넘기기 힘 들것으로 보고 있다”며 “정부가 굉장히 강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는데 인근 주민반발이나 개발업체와의 보조금 문제가 걸려 있어 목표를 이루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길해성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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