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단지’란 산업시설의 유치를 목적으로 개발한 지역을 일컫는다.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크게 국가산업단지, 일반산업단지, 농공산업단지 등으로 나뉜다. 이 중 국가산업단지는 국가기간산업 및 첨단과학기술산업 등을 육성하기 위해 국토교통부에서 직접 지정해 관리하는 산업단지를 의미한다. 국가산업단지 내 공업용지 비율은 최소 40%에서 최대 70%까지 지정해야 한다. 공장이 들어설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전기, 수도 등 기반시설을 갖춰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토지 소유주를 대상으로 토지 수용도 이뤄진다. 공사비와 토지매입비 등 사업지 조성에 투입되는 비용은 대부분 국민의 혈세다. 국가산업단지 조성 이후 제대로 이용되지 않으면 대규모 혈세가 낭비되는 것으로 인식되는 배경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국가산업단지 중 일부가 저조한 분양률과 공장가동률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 여지없이 혈세 낭비 논란이 불거져 나왔다. 스카이데일리가 황량한 공터로 방치돼 있는 국가산업단지를 찾아 현재 입주·가동 실태와 이에 대한 주변의 반응 등에 대해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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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당진·전북 군산=이경엽 기자] 충청북도 당진, 전라북도 군산 등 일부 지역에 위치한 국가산업단지(이하·국가산단)이 황량한 공터로 방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분양을 받은 후 입주하지 않거나 공장을 지은 채 기계를 가동하지 않고 있는 사례도 적지 않아 혈세 낭비를 지적하는 여론이 일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한국산업단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조성이 완료된 국가산단은 총 47곳이다. 이중 미분양이 발생한 국가산단은 총 9곳이다. 미가동 업체 비율이 20% 이상인 국가산단은 8곳에 달했다.
미분양과 미가동 비율이 높은 국가산단은 충남 당진시에 위치한 석문산업단지, 강원 동해시에 위치한 북평산업단지, 전북 군산시에 위치한 군산2산업단지 등이 꼽힌다. 전문가들과 인근 주민들은 정부의 잘못된 입지선정과 분양가 등 가격정책이 이 같은 미분양과 미가동을 초래했다고 입을 모았다.
산업단지 조성에 적게는 수천억원, 많게는 수조원…입주기업 없어 ‘허허벌판’
스카이데일리는 미분양·미가동 문제가 심각한 곳으로 꼽히는 충남 당진시 삼봉리에 위치한 석문산업단지를 찾았다. 석문산업단지는 당진시내에서 직선거리로 약 15km 가량 떨어져 있다. 차량 이동하면 20~30분 가량 소요된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자료에 따르면 석문산업단지의 입주기업 대비 가동업체 비율은 34%에 불과하다. 입주기업 3곳 중 1곳은 공장 가동을 중단한 셈이다. 석문산업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정부가 투입한 사업비는 1조4878억900만원에 달한다.
지도상으로 석문산업단지라고 표시된 지역을 찾았지만 공장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았다. 텅 빈 허허벌판 끝자락에 공장 몇 동이 희미하게 보일뿐 이었다. 석문산업단지로 통하는 도로에서는 지나가는 차량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석문산업단지 한 가운데 지어진 4층 높이의 건물 옥상에 올라 석문 단지를 둘러봤다. 듬성듬성 들어선 공장 건물의 갯수는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드물었다. 국민 혈세를 들여서 조성된 국가산업단지가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건물 1층에 위치한 CU편의점 관계자는 이곳에 편의점을 연 것을 크게 후회했다. 그는 “국가산업단지라고 해서 공장들이 많이 올 줄 알고 ‘조금만 버티자’라는 생각으로 이곳에 편의점을 열었다”며 “하지만 주변에 공장이 거의 없어 손님이 찾지 않는 탓에 거의 매일 파리만 날린다”고 토로했다.
지역 주민들 역시 석문산업단지를 일종의 ‘계륵’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당진시에 거주하는 김형엽(42·남)씨는 “당진이 위치상으로 수도권은 아니지만 서울과 크게 멀지 않은 거리에 위치했기 때문에 공장들이 많이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석문산업단지가 활발하게 돌아간다면 그만큼 당진시민들에게도 큰 이득이 되리라 생각 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몇 년 동안 경기가 좋지 않은 탓에 분양이 안 되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단순히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상태가 심각하다”며 “땅값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것과 건설비가 많이 투입되는 것이 분양이 안 되거나 분양을 받아놓고도 공장을 짓지 않는 가장 큰 이유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당진터미널 인근에 거주하는 이현구(59·여)씨는 “산업단지라고 조성해 놓고 몇 년째 빈 땅으로 놀리다니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다”며 “차라리 산단이 아닌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도 든다”고 토로했다.
석문산업단지 내에서 석문한방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성장경(67·남) 대표는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이 집권한 지난 10년간 수도권 지역에 묶여있던 규제들이 해제되면서 기존에 석문산단에 계약을 했던 기업들이 수도권에 공장을 지었고, 덕분에 이곳 공장 수요가 크게 줄었다”고 진단했다. 이어 “매립지라는 특성상 건물을 지을 때 땅 속의 지반까지 받침대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 비용도 부담스러워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불편한 교통과 인프라 부족 등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당진에 위치한 한 부동산 관계자는 “석문산업단지의 경우 접근할 수 있는 고속도로가 서해안 고속도로 하나 밖에 없기 때문에 서해안 고속도로가 막힐 경우 대안이 없어 문제가 된다”며 “당진시가 대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배후인구가 적고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점도 기업을 끌어 들이지 못하는 요인 중 하나다”고 덧붙였다.
교통불편·인프리부족 등이 유령공장 원인…주먹구구식 정부정책에 원성 높아
미분양 문제는 충남 당진 석문산업단지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전북 군산시에 위치한 군산2산업단지와 강원 동해시에 위치한 북평산업단지 등도 상황은 비슷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자료에 따르면 군산2산업단지의 입주기업 대비 가동업체 비율은 약 79%에 그치고 있다. 군산2산업단지 조성에 투입된 사업비는 8008억원에 달한다.
군산2산업단지는 얼핏 보기에는 공장으로 가득차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좁은 도로 안쪽으로 들어가면 마치 이가 빠진 듯이 곳곳이 휑하게 비어있는 부지가 곳곳에서 포착된다. 군산2산업단지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새만금산업단지의 경우 상황이 더 심각했다.
이미 상당한 부지가 비어있는 군산2산업단지 바로 옆에 또다시 새만금산업단지를 새로 조성되다 보니 자연스러운 결과로 분석됐다. 새만금산업단지에는 단 3개의 공장만 있을 뿐 단지 내 모든 토지가 텅 비어 있었다.
군산시에 거주하는 박창기(67·남)씨는 “경기가 좋지 않은 탓에 군산의 상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군산산업단지 곳곳이 빈 땅으로 남아 있다”며 “빨리 경기가 활성화 돼서 빈 공간이 꽉 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군산2산업단지 분양률이 높은 데도 업체들이 들어오지 않는 이유에 대해 석문산업단지와 마찬가지로 불편한 교통과 인프라 부족, 적은 배후인구를 꼽았다. 군산제2산업단지에 위치한 두산부동산컨설팅사무소의 김진혁 대표는 “군산2산업단지는 지금도 30% 정도가 빈 땅으로 남아 있다”며 “군산 자체가 큰 도시가 아니기 때문에 산업단지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인구 등 인프라 자체가 약한 편이다”고 설명했다.
강원 동해시에 위치한 북평산업단지는 입주기업 대비 가동업체 비율이 67%에 불과하다. 이곳에 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투입된 사업비는 1542억원이다. 북평산업단지 역시 곳곳이 빈 땅으로 남겨져 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은 교통이 불편하고 인구가 적은 지역에 위치한 것이 문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경엽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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