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이 100일도 채 남지 않았다. 어제(1일) 내년도 예산안 관련 국회 시정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평창 동계올림픽 배지를 달고 나타났다. 같은 날 성화 봉송도 전국 2018km에 달하는 긴 여정을 시작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로 인한 들뜬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는 상황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달 29일 평창 동계올림픽이 10년 동안 직·간접적으로 64조9000억원에 이르는 경제적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내다봤다. 국가브랜드 가치가 오르는 등 올림픽으로 인한 파급효과가 막대할 것으로 내다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한민국 전역이 올림픽 특수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올림픽이 열리는 평창뿐 아니라 배후지역의 경우는 기대감이 남다르다. 수도권부터 평창까지 가는 길목에 위치한 중·소 도시들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인천국제공항에서 평창까지 가는 KTX 열차의 정차역 예정지는 가장 큰 수혜가 기대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어 아쉬움을 낳고 있다. 오히려 올림픽 이후 유령역사로 방치될까 우려 섞인 견해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스카이데일 리가 서울-평창 간 KTX 노선의 정차역을 찾아 개발 관련 움직임과 지역 분위기 등을 현장취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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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인천국제공항역에서 평창역까지 KTX 철로 건설이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이 노선의 정차역 인근 개발 이슈가 수면 위로 부상했다. 이들 정차역은 관광지를 배후로 두고 있어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이후에도 활용가치가 충분한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이렇다 할 개발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중 KTX가 정차할 예정인 역사는 경기도 양평역, 강원도 만종역·횡성역·둔내역·평창역·진부역·강릉역 등이다. 양평역은 현재 존재하는 역사가 KTX 정차역으로 활용되며 나머지는 새로 짓고 있거나 지어질 예정이다. 공교롭게도 이들 역사 중 상당수는 역 주변 정비 사업의 마무리가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 이전에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관광사업 수립 손 놓은 지자체…“양평에 와도 볼 게 없으면 교통발달 무의미”
한국철도공사에 따르면 양평역은 현재 중앙경의선 열차의 정차역으로 쓰이고 있다. 이곳은 수도권에서 평창으로 향하는 KTX 철로 건설이 완료되면 KTX 정차역으로도 활용될 예정이다. 관할 지자체는 올림픽 기간 동안 열차 정차 횟수 등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현재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이 KTX 정차역으로 탈바꿈할 경우 인근 지역 또한 적지 않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이곳 정차역을 이용한 주변 관광지 개발 계획이 전무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곳을 찾을 이유가 없으면 교통 발달이 무의미하다는 게 주민들의 주된 반응이었다.
박미정(가명·여) 씨는 “평창 동계올림픽과 관련해서 양평역을 중심으로 지역 일대에 어떠한 사업이 추진되는지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없다”면서 “올림픽을 계기로 양평군도 지역 발전이 이뤄지면 좋겠지만 현재로써는 양평역에 정차한다고 해서 올림픽 기간 동안 많은 관광객들이 양평에 모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박 씨는 “양평역이 서울에서 KTX를 탄다면 몇 분 걸리지도 않을 만큼 가까운데 관광객들이 숙박·관광 등을 이용하기 위해 머문다면 차라리 서울을 가지 않겠느냐”면서 “양평역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도록 양평군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56년 동안 양평군에서 거주했다는 이은숙(57·여) 씨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양평역 일대가 지역 발전을 이룬다면 얼마나 좋겠나”면서 “최근 경기가 어려워 올림픽 수혜라도 기대를 하곤 있으나 올림픽 기간 중이나 이후의 계획에 대해 (지자체로부터) 들은 것이 전혀 없어 걱정이다”고 말했다.
경기도청 관광과 관계자는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향하는 양평역 일대를 지역 발전으로 이을만한 뚜렷한 사업 계획 등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양평역 인근의 대명리조트 등 숙박업소와 연결하는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방안 정도를 논의하고 있다”면서 “사실 양평이라고 하면 우리나라 사람들도 강원도에 있다고 생각할 만큼 잘 알지 못하는 경향이 있어 기존에 있던 관광자원을 통해 지역만이라도 제대로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스탱크 저유지, 소 기르는 축사 등 KTX 정차역 인근 ‘사실상 황무지’
만종·횡성·둔내역 인근 지역은 올림픽 특수를 누릴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아직까지 준비가 미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역사 예정지 인근 정비공사 조차 되지 않고 있어 올림픽이 끝난 이후에도 역사 운영이 지속될 지 의문이라는 견해도 적지 않다.
만종역 예정지의 경우 지난해 9월 원주시가 전문기관에 의뢰해 발표한 ‘서부권역 개발사업 타당성’ 용역 결과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만종역 일대의 20여만㎡의 택지 조성 사업은 지지부진한 상태이다.
원주시 도시재생과 최승용 주무관은 “현재 만종역 예정지 일대에 대한 개발 등의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면서 “도로 신설 등 지구단위계획만 수립할 계획만 있다”고 밝혔다. 실제 만종역 앞에는 주거지역과 가스 탱크 저유지가 들어서 있는 등 역세권 개발과 어울리지 않는 모습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만종역 예정지 인근 주민들은 만종역이 완공 되더라도 지속 가능한 역사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입장을 보이고 있다. 12년 동안 원주시에서 거주했다고 밝힌 윤세광(78·남) 씨는 “만종역이 생기는 것에 대해 큰 관심이 없다”며 “당장 올림픽 기간 뿐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운영이 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횡성군에 위치한 횡성·둔내역 예정지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횡성역 예정지의 경우 역사 앞에는 소를 키우는 축사가 들어서 있다. 이 축사는 역사 앞 주차장에서 불과 몇 걸음 거리에 존재한다.
축사 주인인 이상수(68·여) 씨는 “원래 축사 바로 옆이 내가 살던 집터였는데 집을 먼저 이사하고 축사는 아직 남아있다”면서 “현재 이곳에는 50여마리의 소가 있는데 나중에 군청에서 옮기라고 하면 옮기게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 씨는 “하지만 축사 뿐 아니라 현재 횡성역 예정지 앞 일대 땅이 아직 땅 주인들의 동의를 다 얻지 못해 개발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제 올림픽이 가까워 졌는데 아직도 역사 앞이 이런 모습이라 준비가 미흡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횡성군청 도시행정과 장현일 주무관은 “지금 역사 예정지 앞에 공원을 꾸미는 등 조성에 나설 예정이지만 아직 지주들의 동의를 얻고 있는 상황이다”며 “올림픽 개최 이전에 조성을 마치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들 역시 역사 주변 개발에 대해 큰 기대를 갖지 않는 모습이었다. 주민 양병주(75·남) 씨는 “횡성역 예정지 일대에는 관광객들이 머물 수 있는 숙박업소도 부족하고 관광객들이 얼마나 오게 될지도 의문이다”면서 “한우축제 등 횡성군에서 열리는 축제가 있어 평소 관광객들이 그때 오는 편이지만 올림픽 이후에도 계속 활성화가 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둔내역 예정지의 경우도 다른 곳과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편리해진 교통을 이용해 관광객들을 유치할 만한 개발 사업들은 아직 논의 단계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병환 횡성군 관광개발과 주무관은 “현재 둔내역 예정지의 경우 대관령관광특구와 연계하는 역사인데 내년에 활성화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면서도 “아직 협의는 되지 않았지만 관광안내소도 운영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문 주무관은 “하지만 이것도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고 논의 정도만 나오는 수준이다”며 “올림픽과 관련해 시티투어 등을 운영할 계획이긴 하지만 늦은 감이 있긴 하다”고 귀띔했다. 그는 ‘역사 운영이 앞으로 지속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는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짧게 답했다.
[이성은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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