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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확대 논란
무자격 알바약사 파는 국민상비약 ‘자칫 독된다’
편의점 약 판매 후 부작용 건수 급증…책임자부재·전문성결여 등 지적
정수민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7-11-27 16:19:05
편의점 내에서 ‘안전상비의약품’이란 이름으로 일부 일반의약품의 판매가 가능해진 시기는 지난 2012년부터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의학·의약·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논의를 거듭해 총 13종의 편의점 내 판매가능 일반의약품을 선별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따르면 이처럼 일반의약품의 편의점 판매가 개시된 후 지난 5년간 부작용 사례가 급증했다. 공급이 크게 증가하면서 자연스레 부작용 발생 빈도 또한 증가한 것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약사가 아닌 전문성이 부족한 편의점주·직원 등이 무분별하게 판매하는 행태가 부작용 증가의 결정적 원인이라고 지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정부가 편의점 내 판매가능 일반의약품 종류를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반발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아예 편의점 내 일반의약품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스카이데일리가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판매로 인한 문제점과 이에 대한 사회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 안전상비의약품 판매를 원하는 편의점 점주는 일정한 요건을 갖추고 4시간의 교육만 받으면 판매가 가능하다. 사진은 관리가 되지 않아 뒤섞인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왼쪽)과 안전상비의약품 진열대 ⓒ스카이데일리
  
최근 일반의약품 부작용 발생빈도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판매가 지목되는 가운데 정부가 판매가능약품 종류를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당초 야간·휴일 등 의약품 구입불편을 해소하고자 도입됐으나 오히려 부작용만 늘어난 상황에서 비전문가의 의약품 판매를 확대하는 것은 사태를 키우는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편의점에서 판매 가능한 일반의약품은 △해열진통제 2종 △감기약 2종 △소화제 4종 △파스 2종 △어린이 전용 해열진통제 3종 등 총 13종이다. 하지만 최근 복지부는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를 통해 수요가 낮은 의약품을 제외하고 필요성 높은 의약품을 추가 지정해야 한다는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제산제(속쓰림·복통완화치료제) △지산제(설사치료제) △항히스타민제(알레르기·두드러기치료제) △화상연고 등의 편의점 판매를 내달 4일 개최 예정인 제5차위원회를 통해 논의하고 최종의견을 정부에 제시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분분하지만 큰 줄기는 한 방향을 향하는 분위기다. 일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긴 했으나 대부분은 편의성보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놨다. 특히 안전상비의약품 또한 ‘약’에 해당하고 ‘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 판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무나 팔고 누구나 구매가능…“편의점 의약품 오·남용 책임은 누가”
 
스카이데일리는 안전상비의약품 판매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서울시내 편의점을 무작위로 선정해 직접 찾아봤다. 안전상비의약품은 중학생 이상이라면 누구나 종류에 상관없이 쉽게 구매할 수 있게 돼 있었다. 점원들 역시 여타 상품들과 약품을 크게 구분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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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대부분은 계산대 근처에 안전상비의약품을 비치했다. 몇몇 손님들이 약을 집어 계산하는 모습이었지만 주의사항을 읽는 이들은 드물었다. 주의사항 조차 비좁은 공간에 다른 진열품들에 가린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마저도 작은 글씨로 적혀져 있어 눈에 잘 띄지 않았다.
  
▲ 점포 출입문 근처에 부착된 안전상비의약품 스티커는 안전상비의약품을 판매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편의점 판매가 처음 허용된 2012년 11월 기준 안전상비의약품을 취급하는 편의점은 전체 편의점 가운데 50% 수준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안전상비의약품 판매 표시 스티커(왼쪽)와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안전상비의약품 목록과 가격 ⓒ스카이데일리
 
일부 편의점의 경우 사실 상 약품들이 거의 방치돼 진열이 엉망진창이었으며 뒤죽박죽 섞여 있는 곳들도 있었다. 일반적으로 편의점 점주들이 안전상비의약품 판매를 원하면 대한약사회에서 시행하는 4시간의 집합교육 받고 판매자 등록을 하면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 대부분은 전문가와의 상담 대신 자신의 경험적 판단으로 약을 구매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이었다. 소비자들 역시 이 점을 인지하고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에 대해 우려 섞인 반응을 내비쳤다.
 
김수혜(49·여) 씨는 “상비약은 미리 준비해두는 자세가 기본적으로 필요하다”며 “편의점에서 약 관리를 어떤 방법으로 하는지 알 수 없어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소한 약국에 가면 증상에 대해 대략적으로 물어볼 수 있지만 편의점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홍지우(26·여) 씨는 “같은 약이라도 편의점에서 판매하면 전문성이 떨어져 보인다”며 “아무리 기본약이지만 부작용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갖춘 약사에게 약을 구매하는 게 제일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편의점은 대부분 알바생들이 판매하는데 약 복용 후 문제가 생겨도 책임을 물을 곳이 없다”고 지적했다.
 
약사들은 약에 대한 접근이 쉬워지는 것에 우려감을 드러냈다. 충무로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송광석 약사는 “사람들이 자가 진단을 하고 편의점에서 약을 쉽게 구매하면 약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다”며 “뭐든지 과하면 부작용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심평원)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식약처)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편의점에서 판매가 가능한 안전상비의약품 13개의 공급량은 약국의 공급량보다 높게 나타났다. 안전상비의약품 13개의 편의점 공급량은 2012년 195만개에서 2016년 1957만개로 늘어난 반면 약국 공급량은 2012년 59만개에서 2016년 50만개로 줄었다.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판매 후 부작용 증가…“건강과 직결된 약은 전문가가 팔아야”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부작용을 꼽았다.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13개 약품의 부작용 보고건수는 안전상비의약품 판매가 개시된 2012년 이후 대폭 상승했다는 이유에서였다. 
 
▲ 자료 :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춘숙 의원실 [표=배현정] ⓒ스카이데일리
 
11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첫해인 2012년 124건에 불과했던 부작용 보고건수는 △2013년 434건 △2014년 223건 △2015년 229건 △2016년 368건을 기록했다. 위급상황에서 궁여지책으로 찾는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이 오히려 부작용을 빚어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A소화제의 경우 부작용 보고건수는 △ 2012년 3건 △ 2013년 5건 △ 2014년 8건 △2015년 31건 △ 2016년 110건 등으로 5년 만에 36.6배 증가했다. B해열진통제 부작용 보고건수도 △2012년 55건 △2013년 80건 △2014년 86건 △2015년 88건 등에서 지난해 107건으로 늘어났다. 약사들은 상비약이라도 사람에 따라 부작용은 얼마든지 생길 수 있어 안심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중구 명동 소재 약국에서 근무하는 홍옥순(61·여·가명) 약사는 “설사를 치료하는 지사제는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대장염에 걸릴 수 있으며 특히 식중독에 걸렸을 때 먹으면 오히려 균이 밖으로 나가지 못해 위험하다”고 말했다.
 
홍 씨는 특히 어린이가 먹는 약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어린이약의 경우 24개월 이상이 먹어야하고 약에도 적혀있지만 아이의 상태를 정확히 모르는 할머니, 친척 등이 잘못 복용시키면 아이에겐 치명적일 수 있다”며 “복용지도에 대한 안내가 필수적이다”고 지적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약국에서 근무하는 김남진 약사는 “상품명으로 알고 있는 타이레놀은 간 장애를 발생시킬 수 있어 간 기능이 좋지 않은 사람에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추가 지정 약품으로 언급되는)알레르기 약은 먹으면 졸릴 수 있어 운전하는 사람은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인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야간과 주말 등 국민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방도이지만 편의점의 공급량이 늘면서 부작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은 문제다”며 “국민의 건강안전을 위한 옳은 방향인지 고민하며 정부 예산 지원을 통한 공공심야약국 확대와 같은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수민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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