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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 부실관리 실태
13조 썼는데…주인 없는 체험장, 황량한 테마파크
개인 운영 식당·목욕탕 사용 등 202개 미활용·불법 운영 시설물 확인
이경엽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7-11-22 17:36:49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은 도시에 비해 삶의 질이 떨어지는 평가를 받는 농·산·어촌 지역 주민소득·기초생활수준을 높이고 역량을 증진시키며 개획적인 개발을 통해 해당 지역의 인구유지 및 지역별 특화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사업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2004년부터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이다. 사업 대상지로 선정되면 조건에 따라 최대 80억원의 지원금이 투입된다. 지원금은 국비 70%, 지방비 30% 등의 비율이다. 현재까지 투입된 국가예산은 무려 13조원에 달한다. 연 간 1조원 안팎의 국비가 투입되는 셈이다. 하지만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실한 관리·감독으로 사업이 당초 목적에 부합되지 않는 사례가 빈번해 문제시 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을 둘러싼 각종 문제점과 이에 대한 주변의 반응을 현장진단 했다.

 
▲ 전라북도 정읍시 신태인읍은 약 5년 전 까지만 해도 고가의 유기농포도를 농사지었다. 하지만 한미FTA 등으로 인해 경쟁력이 떨어지게 되면서 더 이상 포도농사를 더 이상 짓지 않게 됐다. 이로 인해 당초 국비를 투입해 만든 포도체험센터가 지금은 필요가 없어졌다. 사진은 전북 정읍시 신태인읍에 지어진 옛 포도체험센터 건물 ⓒ스카이데일리
  
  
지난 2004년 이후 13조원이나 투입된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이 본래 취지를 잃고 ‘혈세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해당 사업은 당초 농·산·어업을 활성화시켜 주민들의 수익성을 늘리기 위해 추진됐다. 하지만 막대한 사업비를 투입해 놓고도 사후관리가 부실해 당초 의도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김철민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 등으로부터 제출받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 조성이 완료된 시설물은 총 2166개소에 달한다. 이들 중 절반에 가까운 1186개소가 정밀점검의 필요성이 있다. 특히 이 중 681개가 수익을 내지 못하거나 비정상적으로 운영 중이다.
 
포도농가 없는 포도체험센터…1년 단 2회만 사용되는 산골짜기 사과테마파크
 
전라북도 정읍시 신태인읍 포도체험센터는 2007년 문을 열었다. 이후 5년 동안 국비 25억9000만원, 지방비 11억1000만원 등 총 37억원이 투입됐다. 이곳은 차량 네비게이션에도 포도체험센터로 표기되고 있지만 실제로 센터 인근에는 이 같은 간판 하나 없었다.
 
현장에는 목욕탕·식당 등이 들어선 건물 한 채와 건물 뒤편으로 방갈로·펜션 등이 눈에 띄었다. 모두 포도체험센터 방문객을 위해 조성된 시설물들이었다. 하지만 정작 이곳을 이용하는 이들은 주민들뿐이었다. 농업활성화를 위해 지어진 시설물이 단순 주민편의시설로 전락한 모습이었다.
 
 
▲ 자료 : 김철민 의원실 [도표=배현정]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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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관계자 김모 씨는 “신태인읍 포도농가를 찾는 관광객을 위해 지어졌으나 더 이상 포도농사를 짓지 않는 탓에 자연히 관광객 발길도 끊기게 돼 친형이 이곳을 위탁을 받아 운영 중이다”며 “수익이 잘 나지 않아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가족들이 직접 일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포도농가가 없어졌으니 포도체험센터 또한 유지될 이유가 있었겠느냐”며 “센터는 없어지고 시설만이 남자 처음 2년은 마을주민들이 조합을 만들어 운영하다 지속된 적자 운영에 3년 전부터 마을주민들도 위탁운영을 맡기게 된 것이다”고 첨언했다.
 
마을주민들에 따르면 과거 신태인읍 일대에서는 고급 유기농포도가 재배됐다. 포도들은 고가에 팔렸다. 하지만 FTA 체결 후 가격경쟁력을 상실해 포도가 팔리지 않기 시작했고 결국 포도농가들이 농사를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포도체험센터 또한 운영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한 주민은 “차라리 센터 지을 돈이 포도농사 경쟁력 강화를 위해 쓰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며 “본업이 유지돼야 부수적인 센터운영도 가능한 것 아니겠느냐”며 효율적이지 못한 예산집행을 꼬집기도 했다.
 
▲ 경상남도 거창군 고제면에 위치한 거창사과테마파크는 1년에 단 두 번 행사장으로 이용되는 것 외에 특별하게 이용되는 일이 거의 없는 편이다. 하지만 이곳에는 공원과 사무실이 조성돼 있다. 비용은 국비로 마련됐다. 사진은 굳게 잠긴 경남 거창군 고제면에 위치한 거창사과테마파크 사무실 ⓒ스카이데일리
 
경남 거창군 거창사과테마파크 역시 사정은 비슷했다. 테마파크는 지난 2011년 거창읍과 고제면에 각각 한 개소씩 설치됐다. 이들을 짓는데 소요된 비용은 국비 15억원, 지방비 38억원 등 총 53억원이었다. 테마파크 운영을 맡고 있는 거창군농업기술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고제면에 위치한 테마파크의 경우 1년에 단 두 번만 이용되고 있다.
 
신 지도사는 “거창읍 시설은 체험학습지로 인기가 있는 시설이지만 고제면 시설은 사과수확체험용 사과나무들이 있어 사회체험행사가 있는 날에만 이용돼 연간 단 두 번만 이용된다”고 설명했다.
 
고제면 거창사과테마파크를 찾아봤다. △사과농장 △잔디광장 △공원 등으로 구성됐지만 사과농장을 제외하면 한 눈에 봐도 사용 빈도가 적어보였다. 농장에는 수확이 끝난 사과나무 수백그루가 줄지어진 상태지만 잔디광장과 공원은 그 경계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수풀만이 무성한 상태였다. 테마파크 사무실 건물은 자물쇠가 굳게 잠겨진 채 방치돼 있었다.
 
고제면 주민 신산인(67·남)씨는 “공원도 마찬가지지만 사무실 역시 연 2회 행사가 진행될 때 외에는 아무도 찾지 않는다”며 “산기슭에 이런 공원을 만드는 것을 분명 비효율적인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202개 미활용·불법 운영 시설물 확인…“목적에 적합하게 운영해야”
 
▲ 전문가들은 농촌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농업에 대한 지원이 아닌 관광객 끌어들이기 위한 시설을 건설하는데 집중하는 개발 계획은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은 관리가 되지 않는 고제면 거창사과테마파크 잔디광장 ⓒ스카이데일리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의 미비한 사후관리가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주무부처인 농식품부의 실태조사는 지난해 처음으로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다. 사업개시 13년만이었다. 농식품부는 문제의 202개 사업지를 △부실 △방치 △훼손 △사유화 △용도 외 사용 △법 위반 등 6개 유형으로 분류했다. 부실유형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부실운영으로 113건에 달했으며 방치(59건)와 용도 외 사용(19건) 등이 뒤를 이었다.
 
농식품부는 해당 부실사업을 대상으로 역량강화 컨설팅을 추진하고 운영자를 변경하는 등 추가지원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방치된 시설에 대해서는 운영방안을 마련하고 용도 외로 사용되는 시설에 대해서는 용도 외 승인 등 운영자 변경 등의 절차를 거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체험센터·문화센터·교육관 등에 집중된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농촌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농업에 대한 지원은 도외시 한 채 외지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시설을 건설하는데 집중하는 현실을 바꿔야한다는 것이다.
 
김철민 의원은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예산확보에만 열을 올렸지 사업진행 및 사후관리에는 등한시 했다”면서 “향후 전반작인 실태조사를 통해 드러난 문제를 조속히 개선해 나가야한다”고 말했다.
 
[이경엽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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