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진흥법에 따르면 ‘관광지’란 자연적 또는 문화적 ‘관광자원’을 갖추고 관광객을 맞기 위한 기본적인 ‘편의시설’이 설치된 곳을 뜻한다. 관광지 중에서 경주시, 전주시 등의 우리 전통 문화가 잘 보존된 지역과 경복궁과 같은 고궁과 같은 관광지의 경우 우리 민족의 전통 문화를 잘 보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전가치가 뛰어난 훌륭한 관광자원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관광지의 경우 관광자원에 비해 과도한 ‘편의시설’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편의시설은 관광자원의 가치를 퇴색시켜 관관자원의 가치를 퇴색시키기 때문이다. 교통의 발달 등으로 그나마 접근성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되긴 하지만 환경과의 조화 문제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특히 최근에는 환경과의 조화를 전혀 의식하지 않은 행태를 일삼는 경우도 빈번해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우후죽순 들어서는 상점이나 주변 경관을 무시한 기념품점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스카이데일리가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관광지 내 무분별한 상업시설 영업 행태 등을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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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궁, 한옥마을 등 우리의 전통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관광지가 도 넘은 돈벌이 행태로 고유의 색채를 잃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심지어 문화재적 가치까지 훼손당하는 경우도 빈번해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다는 주장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관광지와 어울리지 않는 상업시설의 난립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관련업계 및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경복궁, 창덕궁 등의 고궁부터 한옥마을에 이르기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관광지들이 자연·문화적 환경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기념품점, 식당 등으로 인해 훼손되고 있다. 하지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마땅한 방안이 없어 정부 차원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경복궁 등 문화재 내부 기념품점 상업화 등 ‘부조화’ 심각
한국의 대표적 문화재인 경복궁과 창덕궁 등 고궁 내부에는 기념품 상점 등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 시설은 줄곧 주변 문화재와 부조화를 이룬다는 지적을 받아왔지만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경복궁의 경우 경복궁 한 가운데에 식당 겸 기념품점이 자리 잡고 있다. 식당 겸 기념품점에서 20~30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세종대왕 시절 집현전이 위치해 있던 수정전이 위치해 있다. 바로 옆에는 경회루가 존재한다. 관광객들은 수정전, 경회루 등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상업 시설이 존재하는 것이 못마땅하다는 반응이다.
친구들과 함께 경복궁을 찾았다는 최다윤(37·여) 씨는 “기념품점이 관광객을 위해 편리한 것을 사실이지만 철과 유리로 설계돼 주변의 수정전 등 고궁의 분위기를 해치고 있다”며 “고궁 내 음식물 반임이 금지돼있는데 고궁 내부에서 머핀, 유과 등 음식물과 음료수를 버젓이 팔고 있는 건 이해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경복궁만의 일은 아니었다. 창덕궁, 덕수궁 등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창덕궁 내 기념품점은 아름답기로 유명한 창덕궁 후원 중심부에, 덕수궁 기념품점은 고궁 내부에 각각 위치해 있다. 한옥의 분위기와 동 떨어진 이들 기념품점은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깨드려 결국 문화재 가치마저 훼손시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목되는 점은 문화재 가치를 훼손시키는 기념품점에 제재를 가해야 하는 관계 부처에서 정작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며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다는 점이다. 유기석 문화재청 궁릉문화재과 주무관은 “고궁을 찾는 관람객을 위한 휴식 시설로 이 같은 기념품점·식당을 배치하고 있다”며 “시설을 설치할 때 문화재위원회 등의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서 지었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3년 새 역사적 가치 높은 관광지 내 상업시설 9배 증가…“한국식 정취 사라진다”
상업시설로 인해 문화재가 가진 고유의 색채를 잃는 사례는 비단 고궁에 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주시의 가장 대표적인 관광지로 손꼽히는 전주 한옥마을의 경우 양옥으로 지어진 상업시설로 인해 이곳이 가진 고유의 정취가 훼손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문화재는 아니지만 국내외 관광객의 발길이 몰리는 전통문화의 색채를 띈 관광지인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곳에는 다양한 한옥건물과 경기전, 전동성당, 풍남문 등 역사적 가치가 높은 건물이 옹기종기 몰려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졌다.
휴일을 맞아 연인과 서울에서 전주로 관광을 왔다는 김남현(32·남)씨는 “우리나라의 전통 문화를 맛보고 싶어서 전주한옥마을을 찾았다”며 “고풍스러운 한옥 사이로 신식 구조물로 된 상업시설이 자리하고 있어 거부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함께 전주한옥마을을 찾았다는 유진아(22·여)씨는 “한옥에 위치한 상점들에서 판매하는 것들이 우리의 전통 문화와는 전혀 관계 없는 닭꼬치, 초코파이 등이다”며 “오히려 한옥의 정취를 깨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유 씨와 함께 전주한옥마을을 찾은 진해연(22·여)씨는 “길거리에서 먹거리를 파는 곳이 지나치게 많고 길거리를 오가며 먹는 사람도 너무 많아서 보기가 좋지 않다”며 “여기가 한옥마을인지 먹자골목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전주한옥마을이 유명해지기 시작한 시기인 지난 2013년과 비교해 최근 이곳에 들어선 상업시설의 수는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발표된 ‘전주한옥마을 상업시설 조사 결과와 시사점’ 자료에 따르면 2013년 7곳에 불과했던 상업시설이 71곳으로 10배 넘게 증가했다. 숙박업도 90곳에서 159곳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지나친 상업화가 그동안 전주한옥마을이 갖고 있던 문화재적 가치를 크게 훼손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허문경 한국연구재단 학술연구교수는 “현재 전주한옥마을은 한옥경관의 훼손과 한식 정체성훼손 등의 위기상황을 겪고 있다”며 “전주한옥마을의 관광객들이 재충전의 시간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지적에도 한옥마을에 들어선 상업시설을 제재할 수단은 전무한 실정이다. 법적인 요건만 갖추면 상가 인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지자체도 상가 난개발에 대해 손 쓸 도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전주시청 한옥마을지원과 박인정 인허가팀장은 “전주한옥마을의 건물들은 대부분 상가 용도로 쓸 수 있는 근린생활시설인데, 지난 2003년부터 전주한옥마을에서는 1층 규모의 한옥에 대해서만 신축 허가가 나오고 있다”며 “하지만 그 이전에 지어진 건물에 대해서는 시청 측에서도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경엽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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