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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신세계 근로시간 단축 후폭풍(上-부작용)
재벌총수 정용진 위험한 도박에 중소기업 피눈물
근로시간 단축 확산 조짐, 中企 “대·중소 간 양극화 심화…형편 어려워”
유은주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7-12-15 01:09:39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이후 후보시절 내 건 공약들을 하나둘씩 실천해 나가고 있다. 특히 노동개혁과 관련해서는 강력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 역시 그 중 하나다. 현행 법정근로시간은 주 40시간이다. 추가근로시간은 12시간으로 아무리 길어도 법정근로시간은 주 52시간을 넘겨선 안됐다. 다만 법정근로시간에 주말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행정해석이 내려져 토요일과 일요일이 각각 더해져 68시간 근로체제가 유지돼 왔다. 문재인정부는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주말을 포함해 총 52시간으로 법정근로시간을 단축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정부의 이러한 의도에 발맞춰 선제적인 대처에 나서는 분위기다. 특히 얼마 전 정용진 부회장 주도로 신세계그룹이 ‘주 35시간 근로제’ 도입을 선언하면서 근로시간 단축 움직임은 더욱 거세게 일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아 주목된다. 사회적 양극화를 부추길 뿐 아니라 오히려 일자리를 줄이고 중소기업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신세계그룹과 같이 독단적 결정이 아닌 충분히 사회적 합의를 한 후에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신세계그룹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사회적 파장과 예상되는 부작용 등을 두 편에 걸쳐 보도한다.

▲ 신세계그룹이 내년부터 주 35시간 근로제를 도입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당초 하루 8시간 근무하던 것을 7시간으로 1시간 줄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번 신세계 결정을 두고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사진은 신세계 본사 ⓒ스카이데일리
 
최근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의 ‘주 35시간 근로제’ 도입을 계기로 근로시간 단축이 노동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은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적극 추진하는 노동개혁 중 하나다.
 
정 부회장의 결정 역시 정부 정책에 발맞춘 행보로 해석되곤 있지만 뒤따르는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높게 일고 있다. 아직 노동시장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 대기업의 근로시간 단축은 오히려 양극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게 여론의 중론이다.
 
임금·복지수준 높은 대기업 선호현상 심화…대·중소기업 양극화 우려 증폭
 
노동계 및 경제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의 근로시간 단축 결정 이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 심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는 분위기다. 이미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양극화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는 상황에서 사태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실제 대학을 갓 졸업한 취업 준비생의 경우 공무원·공기업·대기업 선호 현상이 뚜렷한 편이다. 중소기업에 비해 임금이 높고 복지제도가 잘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13일 발표한 ‘2017년 대학 진로교육 현황조사 결과’를 보면, 4년제 대학 기준 조사 대상 대학생의 63.4%가 공무원(교사)·공기업·대기업 등을 선호했다. 외국계기업까지 합하면 그 비중은 74%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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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중소기업을 선호한다고 답한 학생은 18.6%에 불과했다. ‘취업 바늘구멍’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일례로 삼성그룹 직무적성검사(GSAT)만 해도 연간 20만명의 지원자가 몰린다.
 
▲ 중소기업들은 이번 신세계의 근로시간 단축을 두고 근로자 간 상대적박탈감을 키울 것이라 우려했다. 대·중소기업 양극화 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란 지적도 제기됐다. 사진은 용접을 하고 있는 중소기업 노동자 [사진=뉴시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들이 근로시간 단축을 시도한다면 대·중소기업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소기업은 실질적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할 만한 여건이 안 되는 곳이 대다수기 때문이다. 신세계그룹의 ‘주 35시간 근무제’ 도입은 대기업 근로시간 단축 움직임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설령 중소기업이 근로시간 단축 행보에 동참한다 해도 뒤따르는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서는 채용 확대가 불가피한데 그 과정에서 복지 수준이나 처우 등 ‘노동의 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높은 임금을 받는 경력 직원들의 구조조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무분별한 근로시간 단축은 결국 문재인 정부 노동개혁의 최종 목표인 ‘좋은 일자리’와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러한 우려가 문재인 노동개혁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청년층들 사이에서 불거져 나왔다는 점은 특히 주목됐다.
 
백경훈 청년이 여는 미래 대표는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되는 것은 물론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사회적으로 합의되는 과정도 중요하다”며 “물론 여력이 되는 기업들이야 근로 시간을 줄이더라도 타격이 적겠지만 중소기업들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최근 작은 회사를 창업한 지인으로부터 내년부터 최저임금이 인상되고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부담까지 더해졌다는 고민을 들었다”며 “작은 규모의 기업일수록 타격은 급진적인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부작용은 상당할 것이다”고 우려를 표했다.
 
▲ 중소기업과 전문가들은 근로시간 단축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요구된다는 반응이다. 사진은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중소기업계 입장 발표 기자회견 모습 [사진=중소기업중앙회]
 
전문가들 역시 어느 선택을 하 든 손해 보는 곳이 생기기 때문에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요구된다는 반응이다. 박인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원의 판결에 따라 많은 기업가들이 범법자가 될 수 있다”며 “중소기업들은 수조원에 달하는 인건비를 추가로 부담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이어 “특히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양극화 심화는 대한민국 사회를 위기에 빠뜨릴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근로시간단축 일자리창출 효과 어불성설…중소기업 “뽑고 싶어도 돈이 없다”
 
신세계그룹의 근로시간 단축 결정 이후 중소기업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은 근로시간을 단축하더라도 인력을 충원할 여건이 되지만 중소기업은 그렇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곳이 상당수라는 주장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근로시간 연장을 외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정욱조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지금도 중소기업은 인력이 부족해 물건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곳이 수두룩하다”며 “인력을 안 뽑는 것이 아니라 뽑고 싶어도 뽑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근로시간 단축을 적용하는 것은 여러 번 채용공고를 내도 필요한 인력을 구하지 못하는 중소기업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결정이다”고 꼬집었다.
 
중기중앙회가 지난 12일 발표한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중소기업 의견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 38.7%는 근로시간단축을 ‘기업여건에 따라 자율적으로 시행해야한다’고 응답했다. ‘도입하되 기업규모에 따라 유예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응답도 24%나 됐다.
 
▲ 자료: 중소기업중앙회 [도표=배현정] ⓒ스카이데일리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업주들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과 맞물려 중소기업이 부담할 재정적 부담은 더욱 커진 상황에서 사회적으로 근로시간 단축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은 상당히 부담이라는 입장이다.
 
경기 화성에서 금속열처리 기업을 운영하는 김정진(남·48·가명)씨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부담을 감당하기도 힘들기에 사실상 추가 인력 채용은 어렵다”며 “결국 “근로시간 단축 시 중소기업은 임금 축소가 불가피한데 그렇게 되면 기존 근로자들의 이직이 불가피해진다”고 토로했다.
 
일부 중소기업은 대기업 선호 현상으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대기업 중심의 근로시간 단축 움직임이 시작되면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미 인력난에 허덕이다가 결국엔 무인자동화 시스템 도입을 고려중인 곳도 있다.
 
부산 송정에서 도금업을 영위하고 있는 박정소(남·52·가명)씨는 “워크넷·잡코리아 통해 생산직 근로자를 상시 모집하고 있으나 지원자가 없다”며 “생산직 근로자를 해고하고 무인자동화 공정도입을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역시 우려 섞인 반응을 보이긴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임금 축소를 가장 염려했다. 근로시간이 단축되는 만큼 추가 채용을 해야하기 때문에 기존 근로자들의 임금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사회적 분위기에 떠밀려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현상은 생계형 저임금 노동자들의 밥그릇 뺏기나 다름없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이와 관련, 경제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이 자리 잡기 위해선 신세계그룹 등과 같이 특정 대기업의 독단적 결정이 아닌 정부 주도의 단계적 실시와 이에 따른 경제적 지원이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사회적 합의 없이 주변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특정 기업의 판단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국민들이다”고 지적했다.
 
[유은주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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