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품 구매를 위해 잠시 들르는 공간이었던 편의점이 높은 접근성과 맞춤형 서비스를 앞세워 바쁜 현대인들의 생활 속으로 스며들고 있는 모습이다. 인간 생활에 필요한 의(衣)·식(食)·주(住)를 분담하는 역할까지 도맡고 있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편의점은 식사는 물론, 세탁·택배수령까지 가능해지는 추세다. 현대인의 필수공간으로 자리매김 하면서 급기야 최근엔 집을 구할 때 편의점이 근처에 있는지 여부를 역세권에 빗댄 ‘편세권’이란 신조어가 통용될 정도다.
겉옷 드라이클리닝부터 세탁서비스까지…편의점에서 해결하는 ‘의(衣)’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GS25 파르나스타워점’을 방문했다. 평일 낮 시간대 찾은 이곳은 많은 직장인들이 오가는 오피스건물에 자리한 만큼 찾는 이들 역시 많았다. 일부는 물건을 고르고 있었으며 한쪽에서는 식사를 하거나 간단한 음료를 앞에 두고 얘기를 나누는 이들도 있었다.
‘GS25 파르나스타워점’은 단순히 물품판매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해 고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었다. 은행영업시간을 맞추기 힘든 직장인들을 위해 현금입출금기를 설치했으며 항공권 예매가 가능한 무인 종합정보안내시스템(키오스크), 드라이클리닝 등 세탁서비스도 시행 중이었다.
가장 큰 호응을 얻는 것은 세탁서비스였다. 이용방법은 간단했다. 편의점 내 위치한 드라이클리닝세탁기에 겉옷을 넣고 설명대로 버튼을 누르면 불과 20분 만에 드라이클리닝이 완료됐다. 세탁소처럼 전문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빠르게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어 인기가 좋은 것으로 전해졌다. 매장 관계자에 따르면 서비스는 물품을 구매한 고객이라면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
파르나스타워 내 입주기업에서 근무한다는 김혜연(27·여·가명) 씨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코트를 드라이하러 편의점을 방문했다”며 “세탁소 영업시간에 맞춰 퇴근하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닌데 직장 인근 편의점에서 편리하고 빠르게 드라이 세탁기를 이용할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의류나 운동화를 맡기면 세탁해주는 편의점도 있다. GS25는 세탁소 O2O업체인 리화이트와 손잡고 GS25점포의 가까운 지역 세탁소를 연결해주는 상생형 세탁서비스 실시하고 있다. 모바일 앱을 이용해 세탁물을 접수하고 가까운 GS25 편의점에 세탁물을 맡기면 제휴 세탁소가 수거해가는 방식이다.
결제는 어플을 통해 가능하고 세탁이 끝난 세탁물은 맡겼던 편의점에서 수령할 수 있다. 원하는 장소에서 수령할 수도 있지만 택배비는 소비자가 부담해야 한다. 최소주문 세탁물 수량은 3개이며 2만원 미만 시 포장비용 2000원이 발생한다.
세탁요금은 일반 세탁소와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돼 있다. 해당 서비스는 지난 6월 실시 후 현재 서울(1곳), 경기(4곳), 세종(1곳) 등 전국 6개 매장서 운영 중이다. 무엇보다 세탁물을 맡고 찾는 것이 수월해 1인가구 등에 인기가 좋은 것으로 전해진다.
조은호(28·남) 씨는 “편의점에서 세탁을 해주면 건조까지 깨끗하게 되는 점이 제일 좋은 것 같다”며 “무리한 수준으로 비싸지지만 않는다면 편의점을 자주 들리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이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끼니 챙기고 집 노릇…편의점이 책임지는 ‘식(食)’과 ‘주(住)’
신세계가 운영하는 편의점 ‘이마트24 예술의전당점’에는 클래식이 흘러나온다. 식사공간에는 ‘클래식이 흐르는 편의점, 이마트24’라고 적혀 있다. 자리마다 앨범에 대한 설명과 함께 클래식을 감상할 수 있는 CD플레이어가 설치돼있다. 편의점 필수품으로 꼽히는 도시락을 먹으면서 클래식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
이곳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일행을 기다리고 있던 한혁진(29·남·가명) 씨는 “음악을 들으며 간단하게 배를 채우기 좋은 공간이라고 생각한다”며 “예술의전당 내에 위치하고 있는 특징을 잘 살리면서 편의점의 기능을 다하고 있는 공간으로 꾸며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집에서 수령해야 할 택배를 대신 맡아주는 편의점도 등장했다. 물품이 주로 배송되는 낮 시간대 집이 비게 되는 1인 가구 입장에서는 일부지만 집 역할을 편의점이 대신해주는 셈이다. GS25는 2016년 9월 이베이코리아와 협업해 ‘스마일박스’를 론칭한 뒤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스마일박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G마켓·옥션·G9 등 온라인쇼핑몰에서 상품을 구매한 뒤 스마일박스가 설치된 GS25로 배송지를 선택하면 된다. 업계 1위 CU도 같은 해 11월부터 티몬과 협업해 편의점 픽업 서비스를 시작했다.
신선식품 등을 제외한 상품들은 전국 CU점포에서 수령할 수 있도록 했다. 11번가에서 주문한 상품을 CU에서 찾는 11PICK(십일픽) 서비스도 출시됐다. 편의점 직원이 대리 수령하거나 편의점 내 무인택배함을 이용할 수 있다.
롯데그룹 편의점 세븐일레븐도 롯데닷컴·엘롯데·하이마트 등 자사 유통채널을 통해 구입한 물품을 대리수령하는 스마트픽 서비스를 지난 2016년 6월부터 제공 중이다. 상품 주문 시 스마트픽 찾기를 통해 세븐일레븐 지점을 선택하면 된다. 세븐일레븐 지점에 상품이 도착하면 문자 메시지를 통해 상품을 수령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편의점에서 제공하는 서비스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편의점왕국 일본의 트렌드를 그대로 답습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국내서 속속 선보여지는 서비스 대부분은 앞서 일본에서 시행된 후 지금까지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례로 한 때 국내서도 간판을 내건 바 있는 일본의 대표적인 편의점업체 패밀리마트는 현재 코인세탁기 사업과 피트니스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1월 패밀리마트는 편의점(1층)과 헬스장(2층)으로 구성된 복합점포를 5년 내 300점포로 늘리겠다 공헌했으며 앞서 10월에는 주차장이 있는 점포를 중심으로 코인세탁기 설치매장 500점포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전 한국유통학회장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편의점이 양적으로는 포화상태에 이르러 매출이나 영업이익은 한계에 도달했을 수 있지만 최근 HMR(가정간편식) 등 다양한 서비스 구현하고 있어 성장가능성은 충분히 남아있다”며 “편의점의 성장판은 아직 열려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서 교수는 “편의점 택배서비스나 자체브랜드(Private Brand·PB) 상품 등의 인기를 보면 편의점이 가진 유통채널의 역할과 힘은 무시할 수 없다”며 “일본의 경우 경제 장기불황에도 편의점은 성장했을 정도로 우리나라 편의점도 다양하고 혁신적인 서비스와 함께 질적 성장을 거두면서 앞으로 더 진화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정수민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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