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따른 후폭풍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특히 인건비 절감을 위한 체제 변경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불만 여론이 짙어지고 있다. 노동자를 위한 정책이 오히려 노동자의 고충을 안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와 주목된다.
올해 최저임금은 7530원으로 지난해대비 16.4%나 상승했다. 역대 최대 수치다. 앞서 최저임금 상승률은 △2015년 7.1% △2016년 8.1% △2017년 7.3% 등이었다.
근로시간 짧아졌지만 오히려 불만…아르바이트 두 탕 뛰는 근로자 속속 등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구랍 8일 근로혁신을 위해 올해부터 근로시간을 주 35시간으로 단축한다고 발표했다. 대기업 최초로 신세계그룹 본사 등은 하루 7시간을 근무하게 됐다. 이마트는 오전 10시부터 밤 11시까지 운영된다. 마감 시간을 1시간 앞당긴 것이다.
이러한 조치는 내부 반발의 도화선이 됐다. 근무시간을 줄여 높아진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시키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 불거져 나왔다.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 내 최저임금 직원은 전체 2만8000여명 중 1만7300여명 정도다.
마트산업노동조합(이하·마트노조)는 구랍 26일 대전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2018년 이마트 노동자는 183시간을 일해 받는 금액이 158만2000원으로 정부가 고시한 최저임금 월급보다 8230원 많다”며 “그러나 2020년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되면 209시간 일하는 노동자의 타 최저임금 월급보다 적어진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한 노동시간 단축은 결국 노동 강도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할 일을 다 하지 못하고 퇴근하거나 시간 안에 일을 끝내기 위해 더욱 서두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마트 직원 신경애(55·여·가명) 씨는 “이마트는 원체 바쁘게 돌아가는 시스템이라 화장실도 겨우 다녀올 정도다”며 “근무시간이 줄고 나니 기존 보다 업무 강도가 더욱 쌔진 느낌이다”고 한탄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은 이마트에 국한된 일만은 아니었다. 홈플러스의 경우 근로시간이 단축되지 않았으나 아르바이트생 비중이 급격히 늘어났다. 스카이데일리가 찾은 서울 소재 한 홈플러스는 입점 매장 직원 중에는 지난 2일부터 아르바이트로 일하게 됐다는 직원이 다수 존재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직원에 따르면 홈플러스 입점브랜드 직원 대부분은 계약직 월급제에서 아르바이트 시간제로 고용형태가 바뀌었다.
홈플러스 입점 의류브랜드에서 10년간 일한 김중화(62·여·가명) 씨는 “해마다 장사가 안 되는 건 알지만 최저임금이 오른단 소식을 듣고 점주들이 사람 줄일 생각부터 한 것 같다”며 “근무시간이 10시부터 6시였다면 이제는 2시에 맞교대를 하는 식으로 바꿔놓으니 수익이 얼마 안 돼 홈플러스 안에서만 아르바이트 두 탕을 뛰는 사람도 많다”고 귀띔했다.
홈플러스는 전 직원 2만5000명의 10%에 해당하는 2500명이 시간제 근로자다. 업계는 이번 인상으로 최대 200억원 상당의 인건비가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직원은 3개조로 운영된다. 중간조는 8시간 근무, 아침·저녁조는 7시간 근무하는 체제다.
현재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는 임금단체협상 핵심사항으로 ‘전직원 8시간 전일제’를 내세우는 중이다. 지부는 마트 직원들이 본인이 원해서가 아니라 사측의 강요에 의해 5~7시간씩 단시간 근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롯데마트의 경우 현재 전 직원 1만5000여명 중 9500여명에 이르는 무기계약직원과의 임금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직원 급여가 약 11만4000원씩 올라 총 126억원의 인건비가 추가로 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시점 맞춰 일제히 일과 삶의 균형 강조하는 대형마트 ‘의중은’
최근 각 대형마트 본사들은 근로자들의 복지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이 최저임금 인상 시점에 맞춰졌다는 점에서 진정성을 의심하는 여론이 많다.
롯데마트는 올해부터 △자리 구분 없이 원하는 자리에서 근무할 수 있는 ‘자율좌석제’ △근무 시간 외 사무실 ‘강제 소등 제도’ △매주 월·화요일을 제외한 날은 현장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현장근무의 날’ 등을 확대 실시한다. 아직까지는 본사에 한해서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올해 롯데마트의 비전은 ‘스타트업 2018’이다”며 “물리적인 시간 단축 등의 조치보다는 그간의 초과근무 등의 관행·타성 등을 벗어나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노력하기 위한 경영진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정시 퇴근 문화 조성을 위한 계획을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홈플러스 본사는 2016년 4월 서울 등촌동으로 사옥 이전 후 점심시간·7시 이후 등 사무실 강제 소등하고 있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급격한 비용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잘 봉합해야한다는 지적이다.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최창규 교수는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사용자 입장에서는 아무런 매출소득 변화 없는 상태에서 비용이 급격히 높아진 셈이다”며 “줄어든 종업원들 간 업무강도가 높아지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부 직원 등과의 사회적 논의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큰 폭으로 임금 상승되고 이를 적용시킨 데 대한 후유증을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슬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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