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경제를 지탱하는 자영업자들의 고충이 날로 더해지는 분위기다. 정부의 대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자 대출은 급증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2017년 11월 중 가계대출 동향’ 자료에 따르면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 증가액은 전월 대비 3조2000억원 증가한 287조4000억원이다. 2017년 1월~11월의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액은 26조3000억원으로 전년 연간 증가액인 21조9000억원을 이미 넘어선 상태다. 자영업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음식점 및 숙박업의 생존율도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기존의 자영업자들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사안들이 포착돼 이목이 쏠리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어린이집 주변에서 영업하는 자영업자들이다. 현행법상 어린이집 주변 영업은 불법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아이들 교육상 좋지 않다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변의 눈총 또한 만만치 않았다. 스카이데일리가 서울 내 어린이집 근처에서 요식업 및 숙박업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의 현황과 고충 등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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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내수경기 침체 등 각종 악재로 자영업자들의 고충이 날로 더해지는 가운데 어린이집 주변에서 요식업·숙박업을 운영하는 이들의 고충은 특히 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근 주민들과 학부모들의 따가운 시선은 물론이고 매출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파악됐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유치원은 ‘학교보건법’, 어린이집은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 등이 각각 적용된다. 학교보건법은 교육부,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은 보건복지부 소관이다. 현행 학교보건법에서는 유치원에서 직선거리 200m 이내에 △단란주점 및 유흥주점, △숙박업 및 호텔업, △노래연습장업, △게임물 시설 등이 들어서지 못하게 돼 있다.
반면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에는 이러한 규정이 포함돼 있지 않다. 유치원·학교 등과 달리 어린이집 인근에는 유흥주점, 숙박업, 게임물 시설 등의 설치가 가능한 셈이다. 하지만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어린이집 인근에서 영업 중인 유흥주점, 숙박업 등에 대해서는 따가운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주목되는 사실은 이들 업소를 운영하는 업주들 역시 일반 자영업자들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점이다. 애꿎은 자영업자들이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손가락질을 받는가 하면 매출 피해를 입는 사례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유흥업소, 숙박업소 등의 영업시간이 어린이집 운영 시간과 겹치지 않는다는 점은 자영업자들의 억울함을 더하는 요소로 지목됐다.
“아이들 피해 밤에 문 열어”…유해시설 낙인에 애꿎은 소상공인 한숨만
구랍 27일 서울 구로구청 홈페이지에 ‘어린이집 주변 유해 시설을 이전해 달라’는 한 학부모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이 학부모는 “최근 어린이집 입소가 확정돼 기쁜 마음에 어린이집을 방문했다가 주변에 유해 시설(모텔, 여관, 장 등)이 밀집돼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피력했다. 이어 “구로구청 차원에서의 대안은 없는 것이냐”며 “어린이집 주변 유해 시설 개선을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피력했다.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는 아이를 둔 학부모들은 어린이집을 선택하는 기준으로 주변에 노래방, 주점, 숙박업소 등이 있는지 여부를 꼽고 있다. 어린이집 입소를 앞둔 학부모들이 활동하는 온라인 카페에서는 ‘어린이집 주변에 모텔 등이 있는데 괜찮겠느냐’는 질문이 자주 올라오는 등 학부모들의 불안감과 불만은 계속되고 있다.
A어린이집(서울 영등포구) 인근의 한 치킨집을 찾은 이정숙(48·여) 씨는 “평소에 회식이나 약속 등이 있어 이 근처를 자주 온다”며 “올 때 마다 어린이집 앞을 지나가는데 유흥가 한 가운데 있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바로 옆에 술집, 모텔, 노래방 등이 몰려있는데 아무래도 아이들에게 좋은 않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되는 게 사실이다”며 “유흥주점을 이전하는 등의 조치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의 우려는 단순히 기우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피해는 어린이집 인근에서 주점·모텔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입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어린이집이 운영되는 낮 시간대에 술집, 노래방 등은 영업자체를 하지 않고 있었다. 모텔 역시 손님들의 발길이 뜸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업주들은 인근 주민들과 학부모들의 민원을 끊임없이 받아야 했다.
학부모·시민들 눈총에 영업 자체가 부담…얼어붙은 경기까지 ‘이중고’
스카이데일리는 어린이집 인근에 모텔, 노래방, 술집 등이 몰려 있다는 서울 영등포 지역을 찾았다. 이곳에 위치한 A어린이집은 바로 옆에 모텔과 노래방 등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어린이집이 문을 연 낮 시간 대에는 모텔과 노래방을 오가는 사람들이 거의 없는 편이었다.
오후 4시가 지날 무렵 아이들이 선생님의 손을 잡고 골목으로 나왔지만 아이들 외에 다른 행인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후 5시가 넘어 이곳 상인들이 장사를 위해 문을 열 때까지 유치원 주변 골목 한산했다. 이곳 상인들은 영업 시간대에는 길거리에서 아이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A어린이집에서 50m쯤 떨어진 곳에서 선술집을 운영하는 원종한(49·여) 씨는 “가게를 몇 년 째 운영하고 있는데 오후 6시나 돼야 문을 열기 때문에 길을 지나다니는 아이들을 본 적이 별로 없다”며 “술을 마시는 손님들이 본격적으로 몰려드는 시간은 훨씬 더 늦은 편인데,손님들과 아이들이 마주칠 일이 더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가게를 운영하면서 이곳 어린이집에 피해를 준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선술집 바로 옆 한 노래방 관계자는 “6시가 넘어야 영업을 준비하는데 어린이집은 그보다 일찍 집에 가는 것 아니냐”며 “손님들은 9시, 10시는 넘어야 온다”고 설명했다.
다른 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서울 구로구 위치한 S어린이집 인근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장현석(남·가명) 씨는 “어린이집 운영 시간과 모텔에 손님이 몰리는 시간은 전혀 다르다”며 “모텔 문을 열어두고 호객행위를 하는 것도 아니고 간판이 화려하지도 않아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괜한 선입견 때문에 피해를 입는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다”며 “손님들마저도 ‘어린이집 옆에 있으면 안 되는 거 아니냐’고 묻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장 씨는 “가뜩이나 경기가 안 좋아 장사하기 힘든데 주변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고충이 더한 게 사실이다”고 덧붙였다.
[김민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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