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과 달리 우리 문화재 입장요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데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여론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스스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문화유산의 가치를 한 없이 낮게 평가한다는 지적과 함께 자칫 문화재를 가볍게 인식하는 부작용을 낳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함께 나오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서울의 대표적인 문화재인 경복궁·창덕궁·창경궁·덕수궁 등 4대 고궁의 입장료를 조사한 결과, 아무리 비싸도 3000원을 넘지 않았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립중앙박물관 역시 특별·기획전시를 제외한 상설 관람관은 무료로 운영되고 있었다.
오사카성 입장료, 경복궁 2배…약탈문화재 가득한 루브르박물관 입장료 1만9000원
경복궁은 한복을 입고 오거나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 등 우리 문화를 알리기 위해 특별히 제정된 날을 제외하면 일정 금액을 지불해야 입장이 가능하다. 내·외국인 간 가격차는 있다. 내국인의 경우 만 24세부터 65세까지만 3000원의 요금이 부과된다. 외국인은 19세부터 64세까지 대인요금(3000원)이, 7세부터 18세까지 소인요금(1200원)이 적용된다.
창덕궁의 경우 내·외국인 구별 없이 24세부터 65세까지 3000원의 요금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창경궁·덕수궁은 24세부터 65세 내·외국인에 1000원을, 7세부터 18세 사이의 외국인에게만 500원만을 받을 뿐이다.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가 깃든 공간의 입장료가 일반적인 담배 한 갑(4500원)보다 저렴하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배경이다.
반면 외국의 가격책정은 우리나라와 사뭇 다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찾는 관광지인 일본 오사카 오사카성의 입장료는 600엔이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6000원이다. 1583년 준공돼 경복궁(1395년)보다 143년 늦게 완공된 오사카성의 입장료가 경복궁의 두 배인 셈이다. 무료입장 대상도 중학생 이하로 경복궁에 비해 보수적으로 책정됐다.
중국·대만 등의 고궁은 더 높은 입장료를 받고 있다. 자금성의 입장료는 60위안으로 우리 돈으로 1만원 수준이다. 세계 4대 박물관의 하나로 손꼽히는 대만 국립고궁박물원의 입장료는 250대만달러다. 특별·기획전시를 제외한 상설 전시관이 연중 무료인 우리 국립박물관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약탈한 유물을 본국에 돌려주면 문을 닫아야 한다는 평가를 받는 프랑스 루브르박물관도 고가의 입장료 정책을 유지 중이다. 현재 이곳의 성인입장료는 15유로, 우리 돈 1만9000원 가량이다. 무료입장은 10월부터 3월까지 첫째 주 일요일과 7월 14일(프랑스혁명기념일), 매주 금요일 저녁의 경우 25세 이하에게만 한시·한정적으로 가능하다.
저렴한 입장료 의식결여·관리부실 후폭풍 심각…“가격인상 필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문화유산 관람에 대한 저렴한 가격 정책은 각종 부작용을 낳는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입장료가 저렴하다 보니 문화유산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저평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입장료가 저렴하다 보니 비용을 충당하기 어려워 제대로 된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이용객들 역시 인상의 필요성을 지적하는 분위기다. 경복궁에서 만난 조가예(24·여) 씨는 “예전부터 고궁이나 국립박물관 입장료가 너무 저렴한 것 같다고 생각해왔다”며 “평가절하 된 우리문화재에 대한 가치와 인식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전체적인 입장료를 조금 더 올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복궁을 찾은 외국인관광객들도 저렴한 우리나라 문화재 입장가격을 두고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미얀마에서 왔다는 트라 죠나인(28·남) 씨는 “현재 일본에서 유학 중인데 그곳 고궁의 가격을 비싸게 여겨본 적은 없던 것 같다”며 “한국의 고궁입장료는 이보다 훨씬 저렴해 다소 의외였다”고 말했다.
입장료가 저렴하다 보니 시민들이 문화재의 가치를 제대로 파악 못하고 훼손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복궁에서 근무하는 한 미화원은 “주말이면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사진을 찍겠다고 창호지에 구멍을 뚫는다든지 창문을 강제로 열든지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관광객이 너무 많다보니 일일이 제지할 수도 없고 애로사항이 많다”고 말했다.
이러한 지적은 과거 한 차례 나온 적 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저술하고 2004년 9월부터 2008년 2월까지 제3대 문화재청 청장을 역임한 유홍준 명지대학교 석좌교수는 지난 2005년 각각 1000원·2500원이던 경복궁·창덕궁 입장료를 3000원으로 인상시켰다.
그는 TV예능프로그램 등에 출연해 우수한 우리 문화재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입장료 탓에 퇴색됨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 같은 행보를 통해 문화재 입장료를 둘러싼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문화재적 가치인식을 떠나 수월한 관리·보존을 위해서라도 입장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반응이다. 극히 일부를 제외한 상당수 문화재들이 관리·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예산마련을 위해 현실적인 입장료가 책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안양대학교 류호청 교수는 “국내 문화재 유지관리는 지난 2008년 숭례문 화재 이후 상당히 개선됐지만 이마저도 문화재청 관리 하의 일부 문화재들에 국한된다”면서 “지방자치단체 등이 관리하는 문화재들의 경우 여전히 유지·보수·안전관리가 부실하다”고 시사했다.
지난 2014년 문화재청이 ‘고궁 및 능원 관람료 연구 용역’을 진행하며 현행 5배 정도인 선진국 수준으로 인상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당시 문화재청은 “볼품없던 시절 공원 개념으로 저렴한 가격에 개방됐으나 상당수 문화재들이 복원됨에 따라 품격 있는 관리를 위해 인상을 추진 중이다”고 전한 바 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현재까지 문화재 관람료 인상은 감감 무소식이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다른 나라에 비해 저렴한 것은 사실이나 많은 국민들이 고궁을 방문하게 하고자 하는 취지다”면서 “관람료 인상과 관련해선 관계기관과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명종원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