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부동산중개업자의 자질향상·품위유지, 부동산 중개업에 관한 제도 개선·업무 효율성 등을 목적으로 지난 1986년 3월 설립됐다. 현재는 공인중개사들을 위한 업무 외에도 공제사업(중개 사고 시 손해배상비용 지원), 실무·직무 교육, 부동산 거래 정보망 사업 등을 실시하고 있다. 3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협회는 현재 회원 수 10만여명 규모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활동 폭을 넓혀 전자계약시스템 도입, 부동산서비스산업 진흥 법안 발의, 부동산중개 앱 ‘한방’ 출시 등을 실시하기도 했다. 이런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최근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협회 운영 방안을 두고 협회 사무처 측과 대의원들 간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내부 갈등 양상과 그 원인 등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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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중개사 권익보호를 위해 설립된 공인중개사협회가 심각한 내부 갈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공인중개업 영역이 변호사·은행 등으로부터 위협을 받는 가운데 빚어진 내홍이라는 점에서 협회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이하·협회)는 전국에 10만여명의 중개사를 회원으로 두고 연간 약 400억원의 예산을 집행하는 조직이다. 협회는 회장·부회장·이사·감사·대의원·지부장·지회장 등 800여명의 구성원들로 이뤄졌다. 여느 사안에 대해서든 대의원 총회와 이사회 등을 거쳐 의사가 결정된다.
협회 회장의 경우 판공비 등을 포함해 연 2억원이 넘는 연봉을 수령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협회가 소유한 수억원짜리 골프회원권을 사용할 수 있으며 협회 예산 집행과 임직원 인사 등을 결정한다. 최근 협회 내부에서는 막강한 인사권을 쥐고 있는 협회장의 행보를 둘러싼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이는 내부분쟁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협회 직원이 회원들 매장 앞에서 영업방해…묵인하는 협회장이 더 나빠”
협회 대의원들의 주장에 따르면 협회 내부분쟁은 최근 사무처의 직원 A씨가 일부 대의원들이 운영하는 부동산 앞에서 시위를 갖게 되며 촉발됐다. A씨는 각 대의원 부동산을 순회하며 상복을 입고 한 달이 넘도록 1인 시위를 진행 중이다.
박광석 대의원은 “나를 포함해 몇몇 대의원 부동산 앞에서 벌써 스무 번 넘게 시위를 진행 중이다”면서 “대의원회 총회를 통해 해당 직원에 대한 징계 안건을 올렸는데 이에 대한 보복차원에서 시위를 벌이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A씨가 징계에 내몰리게 된 이유는 연거푸 일으킨 불미스러운 일들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6월 모 대의원을 폭행해 현재 검찰에 기소된 상태다. 모 공인중개사의 신상정보를 협회 인트라넷이 무단으로 업로드 해 개인정보법 위반으로 지난해 9월 2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현재 대의원들은 A씨의 영업방해로 개인 부동산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하며 그를 상대로 영업방해 혐의로 고발장을 접수한 상황이다. 대의원들은 이 같은 논란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현 황기현 협회장이 이를 본체만체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씨는 지난 2016년 1월 취임한 황 협회장 선거운동을 함께한 인연으로 협회 직원으로 들어온 케이스로 전해진다. 이에 대의원들은 “공인중개사들을 위해 설립된 협회가 회원들을 곤경에 빠뜨리는 A씨에 대해 처벌을 가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 황 협회장의 ‘제 식구 감싸기’나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황렬 대의원은 “앞서 대의원 총회에서 해당 직원에 대한 징계 안건은 86명 중 56명이 의결 찬성한 상항이다”며 “이 안건에 대해 협회장이 할 일은 정관에 따라 의결일부터 7일이내 재의를 요구하거나 차기 이사회에서 심의해야 하는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대의원은 협회 소속 직원의 시위에 대해 ‘황 협회장의 지시를 받고 실시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협회 소속 직원이 1인 집회를 나갈 경우 협회장의 사인을 받게 돼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집회를 벌인다는 의미는 결국 협회장이 암묵적으로 지시·동조하고 있는 것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협회 측은 “사무처직원의 인사권은 회장 고유권한이다”며 대의원들이 총회 안건에 올린 것 자체가 합당하지 않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A씨와의 대의원들 간의 문제는 자신들과 관계없다”고 선을 그었다. 협회와 대의원들 사이에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져 가는 배경이다.
A씨도 이번 시위는 회장과 관계없으며 자신의 개인적인 의지라는 입장이다. 다만 협회장도 이러한 부분에 대해 알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하지 않았다. A씨는 “기소된 사건들이 판결이 아직 나지 않았음에도 범법자로 취급하면 징계안건을 낸 것에 동의할 수 없었다”며 “사과를 할 때까지 시위를 멈추지 않을 것이며 이번 사안은 내 개인적인 일이기 때문에 협회장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협회·대의원 운영 방식 두고 내부갈등…“회원들의 업권 보호 충실해야”
협회 소속 일부 회원들 사이에서는 최근의 내홍 사태가 사실 상 예고됐던 일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A씨가 시위에 나서기 전부터 협회 측과 대의원들은 협회 운영방식을 두고 이견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갈등도 빚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갈등의 원인이 된 사안은 예산운영 방식, 공인중개사와 관련된 법안 등이 대표적이었다. 대의원들은 황 협회장이 공인중개사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생각이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협회를 배척한 활동을 계속해 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가장 논란이 됐던 것은 부동산서비스산업 진흥 법안을 대하는 태도였다.
지난해 12월 1일 국회를 통과한 부동산서비스산업 진흥법안은 법무, 세무, 건축, 금융, 중개, 임대관리, 감정평가 등의 양질의 원스톱 토탈 부동산 서비스를 제공하는 법안이다.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이들 업체 간 네트워크 구축이 필수적이다. 영세한 개인 중개업소 보다는 부동산종합자산회사가 유리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 공인중개사는 “FTA등에 의해 법무(로펌), 세무, 중개 등 서비스시장이 올해부터 완전 개방돼 외국계 대형중개법인의 진입이 불가피해졌다”며 “그들이 중개시장을 장악하기 전에 대기업을 끌어들여 토종 대형 중개법인을 키우겠다는 명분으로 이번 법안을 끌어 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대형마트가 들어오면 동네 슈퍼들이 망하듯이 대규모 자본으로 들어오게 되면 동네 공인중개사들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협회 관계자는 “일부 회원들 사이에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협회는 이번 법안에 대해 개인 공인중개사들이 질의한 사항을 국토교통부에 전달해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전달 받아 이를 협회 홈페이지에 공지해 놨다”고 해명했다.
이에 앞서 협회가 출시한 스마트폰 부동산중개 앱 서비스 ‘한방’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를 놓고 한바탕 내부 갈등이 일기도 했다. 협회는 올해 약 17억원을 들여 TV광고를 실시했음에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협회는 내년 20억원 가량의 한방 광고비 예산 증액 등을 이유로 정례회비를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회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다행히 정례회비가 오르진 않았지만 아직까지 한방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 서초구 소재 A공인중개업소 대표 이모(48)씨는 “일반인 중에 한방 앱을 보고 찾아오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며 “상황이 이런데도 협회는 여전히 현실을 외면한 채 한방에 매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크고 작은 운영으로 인해 협회 내부에서는 내홍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협회의 한 임원은 “협회가 회원들의 업권 보호를 지키기 위해 있는 것인데 자꾸 이러한 모습을 내비춰 아쉽고 부끄럽다”며 “협회장이 내부 갈등을 해결하고 회원들 권익을 위해 좀 더 힘써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길해성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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