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정부의 ‘지방균형발전사업’에 따라 수도권 내 공공기관 지방이전사업이 꾸준히 추진돼 왔다. 수도권 중심의 불균형 발전 전략으로 인한 과밀화 현상과 지방 도시의 침체 현상 등을 해결하자는 취지에서였다. 공공기관 이전 논의 초기 대상 기관은 180개에 달했다. 일부 공공기관의 통·폐합이 진행되면서 최종적으로는 154개 기관이 이전을 완료했다. 공공기관이 지방 도시로 이전하면서 기존 공공기관 부지의 활용 방안이 화두로 떠올랐다. 하지만 일부 공공기관 부지의 경우 입지·환경적 조건이 뛰어나 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있지만 마땅한 활용방안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문제로 지적돼 왔다. 이들 부지의 방치는 사실상 국가 재산의 낭비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스카이데일리가 공공기관 이전부지 활용 실태와 이를 둘러싼 각종 문제점 등을 조명해봤다.
|
지방혁신 도시로 이전을 마친 수도권 내 공공기관들의 옛 부지 매각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해결책 마련은 요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나랏돈 회수에 미온적인 공기업·공무원들의 태도를 문제삼는 여론이 일고 있다. 신청사 건축 등 막대한 이전 비용을 옛 부지매각을 통해 충당해야 하는데도 팔짱만 낀 채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7000억대 옛 공공기관 부지 무방비 방치…임자 없는데도 높은 가격 고수
정부는 지난 2007년 지방균형발전사업의 일환으로 공공기관의 혁신도시 이전계획을 결정했다. 이후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경기도 내에서만 모두 52개의 공공기관이 지방 혁신도시로 이전했다. 기존 공공기관이 있던 부지는 공매를 통해서 민간에 매각된다. 매각대금은 이전 비용을 충당하는 데 이용된다.
하지만 옛 공공기관 부지 중 상당수가 아직까지 새주인을 못찾고 있다. 일부 부지는 입지·환경적인 측면에 뛰어난데도 높은 가격 때문에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국세공무원교육원 △고양시 백석동 한국예탁결제원 △성남시 한국토지주택공사 오리사옥 △안산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안양시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 △용인시 한국전력기술 △남양주시 중앙119구조본부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7곳 부지의 전체 대지면적은 25만2821㎡(약 7만6000평)에 달한다. 7개 기관들이 제시한 매각 예정금액은 총 7698억원이다. 수천억원에 달하는 부동산이 장기간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들 부동산의 매각이 지연되는 이유로 현실과 동떨어진 높은 매각가격, 개발이 제한된 토지 용도 등이 꼽힌다.
한 부동산 경매업체 관계자는 “공매에 내 놓아도 입찰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보통 가격을 낮추기 마련이다”며 “하지만 공공기관의 경우 입찰이 힘들더라도 가격을 낮추지 않을 뿐 아니라 낮추더라도 인하율이 낮은 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부분의 공공기관들은 비어있는 부지의 입지조건이 좋다는 점만 내세워 매각가격을 높게 설정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들 부지 상당수는 사실 주거시설이나 상업시설이 들어올 수 없도록 돼 있어 부지 활용도가 낮은 편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지를 사려는 입장에서는 투자대비 효과를 따지기 마련인데, 개발도 할 수 없고 가격마저 높다면 누가 사겠는가”라며 “현실적인 측면에서 매각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가격을 낮추고 용도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필수적이다”고 피력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원활한 입찰과 매각을 위해서는 이들 부지를 주거지역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용도를 변경하는 등의 적극적 대책이 나와야 한다”며 “하지만 용도변경의 인·허가권을 쥔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은 일종의 특혜논란이 휩싸일 수 있다는 부담감 때문에 쉽게 움직이지 않는 편이다”고 말했다.
현재 각 공공기관 옛 부지의 용도는 △국세공무원교육원, 1종주거용지·학교용지 △한국예탁결제원, 일반상업지역 △대한토지주택공사 오리사옥, 일반상업지역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구시설지역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 일반 공업지역 △한국전력기술, 2종 일반주거지역 △중앙119구조본부, 자연녹지지역 등이다.
지난 2015년 진주혁신도시로 이전한 LH의 옛 사옥인 오리사옥은 수도권 전철 분당선 오리역에서 50m 떨어진 교통의 요충지에 위치해 있다. 오리사옥의 규모는 대지면적 3만7998㎡(약 1만1500평), 연면적 7만2011㎡(약 2만2000평) 등이다. LH가 제시한 매각예정 금액은 4250억1600만원이다.
이곳은 교통이 편리하고 아파트단지로 둘러싸인 최고수준의 입지라는 것이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오리사옥 부지에는 사무실 등 상업시설만 들어올 수 있어 입지조건에 비해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4200억원에 달하는 높은 금액 또한 투자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지금은 부동산 경기가 침체돼 있어 부지를 구입하겠다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다”며 “부지 용도를 변경시켜서 주상복합아파트나 오피스텔을 지을 수 있다면 구매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이익일 날 수 있는 만큼 부지 매각이 빨라 질수 있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이어 “하지만 LH 오리 사옥은 상업지역이기 때문에 기존의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것도 고려해볼만 하다”고 덧붙였다.
오리사옥 매각담당자인 이정준 LH 홍보실 과장은 “이 건물을 인수하겠다는 민간 사업자가 없는 것은 아니다”며 “너무 덩치가 큰 탓에 한꺼번에 인수를 하는 것에 대해서 다들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아무리 상업지구라고 해도 업무지역으로 설정된 탓에 주거용 시설을 마련하기 어렵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 지자체와 협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매각대금 낮추고 용도변경 허용해야”…주민들 “지역개발 방치” 비판
지난 2015년 서귀포 혁신도시로 이전한 국세공무원교육원 옛 부지 역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 수원시 파장동에 위치한 이 곳의 규모는 대지면적 7만1439㎡(약 2만평), 연면적 1만6316(약 5000평) 등이다. 매각예정 금액은 1179억6800만원에 달한다. 이 곳 부지에는 국세공무원교육원으로 사용되던 교실과 운동장 등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간혹 인근 중부지방국세청에서 교육 장소로 이용하기도 한다.
이곳 부지에서 1km 이내에는 40층 높이의 수원SK스카이뷰아파트를 비롯해 북수원 아이파크 아파트, 삼익 아파트, 장안STX칸1단지아파트 등 대규모 단지가 형성돼 있다. 아파트 단지 주변에는 파장초등학교, 다솔초등학교, 수일초등학교, 수일중학교 등이 자리하고 있다. 전형적인 주거지역의 형태를 띄고 있는 셈이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과 지역 주민들은 이곳은 최적의 주거 입지를 갖춘 곳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경자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구 국세공무원교육원 부지에 주거단지가 들어서는 것이 가장 적당하다”며 “부지가격이 너무 비싼 것이 부지매각에 있어 걸림돌이라면 가격을 낮춰서 공매를 하면 될 텐데, 좋은땅이 아무렇게나 버려지고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중부지방국세청 인근에 위치한 소모스 카페 한 직원은 “국세공무원교육원이 이전하고 나서 매물로 나왔지만 아직까지 팔렸다는 얘기를 못 들었다”며 “그 빈터에 새로운 수요가 생긴다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될 것 같다”고 피력했다. 이어 “현재 시세가 1000억원이라고 하는데 매각 후 개발이 진행되면 부동산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국세공무원교육원 부지매각업무를 담당하는 정희섭 조사관은 “수원시의 구 국세공무원교육원 부지가 아직까지 매각되지 않은 사유에 대해서는 답변을 하기 어렵다”며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없기 때문이라고 추측할 뿐 자세히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산시에 위치한 옛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지 역시 마땅한 임자를 찾지 못해 오랜 기간 방치상태에 놓여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부산 신청사로의 이전을 지난해 11월 마무리했다. 성남시에 있는 옛 부지의 규모는 대지면적 9만2939㎡(약 3만평), 연면적 3만342(약 9000평) 등이다. 매각 예정금액은 917억원에 달한다.
인근 부동산은 물론 일대 지역 주민들은 하루빨리 이곳 토지가 매각돼 지역 사회에 보탬이 되는 시설이 들어서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상록구 인근에 위치한 명수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안산시에는 이미 주거용지가 많기 때문에 시민입장에서 이곳에 의료기관이 들어서기를 바라고 있다”며 “유명 대학교의 대학병원이 들어선다면 안산시민에게 유익할 것이다”고 피력했다.
이에 대해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지매각 담당자인 이민경 주무관은 “우리도 왜 안 팔리는지는 알 수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꾸준히 팔리기는 바라는 마음에서 입찰가격을 낮추는 등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작 담당 행정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부지 매각가격이 쉽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부지 매각가를 낮추려면 복잡한 행정절차를 거쳐야 하고, 그 과정에서 약간의 문제라도 생기면 해당 공무원의 징계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성남호 국토교통부 공공기관지방이전추진단 종전부동산기획과 주무관은 “각 공공기관에서 인터넷자산처분시스템(이하·온비드)를 이용해 수시로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며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매각이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게 사실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용도변경의 경우 중앙정부의 관할이 아닌 각 지방자치단체의 관할이기 때문에 중앙정부에서 손을 댈 수 없는 부분이다”며 “매각 대상 물건의 덩치가 크고 경기가 좋지 않다는 점 역시 매각이 쉽게 되지 않는 원인이다”고 덧붙였다.
[이경엽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