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그룹은 김준기 전 회장이 24살이 되던 1969년에 세운 미륭건설(현·DB건설)이 모태다. 1970년대 중동에 진출한 후 해외공사를 성사시키면서 사세가 빠르게 확장됐다. 이후 금융, 전자, 석유화학, 제철 등의 분야에 진출해 재벌그룹의 면모를 갖췄다. 지난 2000년대 초 재계 순위 15위까지 올랐던 DB그룹은 2000년대 중반 이후 비금융 부문 계열사들의 위기로 인해 사세가 급격히 기울었다. 급기야 최근에는 총수인 김준기 회장이 여비서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하면서 그룹 이름까지 바꾸는 지경에 이르렀다. 김 회장은 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덕분에 김 회장의 장남이자 DB그룹 후계자로 거론돼 온 김남호 부사장의 2세 경영이 본격화 됐다는 시각이 나오기 시작했다. 김 부사장이 이미 지난 1991년부터 지분을 넘겨받기 시작해 현재는 지배력을 공고히 한 상태라는 점에서 DB그룹 2세 경영이 닻을 올렸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김 부사장이 대내외 적으로 영향력이 미비하다는 점은 우려감을 일으키는 대목으로 꼽힌다. 스카이데일리가 김남호 부사장을 둘러싼 주변의 평가와 향후 DB그룹의 전망 등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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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DB그룹(구·동부그룹)을 향한 우려의 시선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2세 경영’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다. DB그룹은 현재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이 여비서 성추행 혐의로 경영에서 손을 떼면서 자연스럽게 2세 경영 체제로 넘어가는 분위기다.
김 전 DB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남호 DB손해보험(이하·DB손보) 부사장은 상무 승진 1년여 만에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하면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부친의 빈자리를 대신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한 상황이다.
하지만 DB그룹 안팎에서는 김 부사장의 경영 자질을 문제 삼는 여론이 적지 않다. 대부분 오너일가 후계자가 입사 후 경영과 관련된 업무를 맡아 능력을 검증받는 데 반해 김 부사장은 오랜 경영 수업에도 별다른 성과를 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 비금융(제조업)부문 중심이었던 DB그룹이 금융업 중심으로 변모하면서 이러한 우려는 증폭되고 있다. 전문경영인 체제가 자리 잡아 가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 능력 검증조차 되지 않은 김 부사장이 경영 일선에 등장할 경우 득보다 실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어설픈 오너경영 체제 보다는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의 시급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는 것이다.
여비서 성추행 김준기 퇴임 그 후…존재감 미비 김남호 경영승계 일사천리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DB그룹 창업자인 김준기 전 회장은 슬하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 이들 중 장남인 김남호 부사장이 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DB그룹 2세 경영인으로 기정사실화 된 상태다. 김 부사장은 미국 웨스트민스터 대학을 졸업하고 워싱턴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수여했다.
김 부사장이 DB그룹에 몸담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9년부터다. 당시 34살이었던 김 부사장은 동부제철 차장으로 입사해 2012년 인사팀 부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2013년에는 동부그룹 농업부문 계열사였던 동부팜한농 부장을 맡았다.
입사 이후 2015년까지 6년간 비금융 계열사에 몸담았던 김 부사장은 비금융 계열사들이 유동성 위기에 처하자 금융업 계열사로 자리를 옮겼다. 동부제철을 비롯해 동부건설, 동부팜한농 등 비금융(제조업) 계열사가 워크아웃에 돌입하거나 매각되면서 그룹 주력사업이 금융 중심으로 변모한 까닭이다.
동부팜한농이 매각되면서 결국 김 부사장은 지난 2015년 동부생명(현·DB생명) 소속 DB금융연구소 부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지난 2016년에는 동부화재(현·DB손해보험)로 소속이 변경됐다. 지난해 상무로 승진한 이후 1년만인 올해 또 다시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1975년생으로 올해 나이 44세인 김 부사장은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DB그룹 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김 부사장은 DB하이텍, DB메탈, DB라이텍, DB대우전자 등 비금융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주)DB의 지분율을 18.21% 보유한 최대주주다. 아버지인 김준기 전 회장(12.11%)보다 지분이 높다.
DB그룹의 핵심 금융계열사로 꼽히는 DB손해보험의 최대주주 자리도 꿰차고 있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김 부사장 지분율은 9.01%에 달한다. 부친인 김 전 회장은 5.54%의 지분율로 2대주주에 머물러 있다. DB손해보험은 DB그룹의 금융계열사에 속하는 DB생명, DB금융투자, DB저축은행, DB캐피탈, DB자산운용 등을 거느리고 있다.
사실상 김 부사장은 부친인 김 전 회장이 경영에서 손을 떼기 전부터 이미 오너로서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었던 셈이다. DB그룹 안팎에서 김 전 회장의 경영 퇴진과 맞물린 김 부사장의 승진을 두고 DB그룹이 본격적인 2세 경영 신호탄을 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안정적 기반의 전문경영인 체제 구축…경영능력 미지수 오너 2세 등장에 우려감 ‘솔솔’
DB그룹은 지난해 9월 고문이었던 이근영 전 금융감독위원장을 회장으로 선임해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과거 제조업중심이던 DB그룹이 금융 중심으로 변모하면서 금융전문가인 이 전 회장을 영입해 그룹 안정을 꽤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DB그룹 주력 계열사인 DB손보 역시 전문경영인인 김정남 사장이 이끌고 있다.
올해로 9년째 수장을 역임하고 있는 김 사장은 DB손보의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김 사장 체제 하에서 DB손보는 꾸준한 성장을 거듭했다. DB손보의 당기순이익은 △2014년 43억원 △2015년 43억원 △2016년 53억원 등을 기록했다. 외형 역시 크게 늘어났다. 지난 2014년 34조원이었던 자산은 지난 2016년 44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관련업계 안팎에서 오너인 김 부사장의 보폭 확대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새어나오는 배경이다. 경험이 적고 아직까지 경영 능력이 입증되지 않는 오너 2세 보다 경영 성과가 뚜렷한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DB손보는 물론 DB그룹에도 유익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DB그룹 한 고위임원에 따르면 김 부사장은 DB그룹에 입사한지 9년이 지났음에도 경영 능력을 선보인 적이 없다. 김 부사장이 지난 2015년 DB금융연구소 부장에서 부사장에 오르기까지 걸린 시간은 3년 남짓이다. 그러나 김 부사장의 경영 능력을 짐작할 만한 성과, 승진 배경 등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다.
이후 김 부사장은 DB금융연구소에 몸담긴 했지만 실질적인 경영에 대한 경험은 적은 편이다. DB금융연구소는 DB그룹 금융계열사의 중장기 발전 전략을 수립하는 곳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DB금융연구소에서 세운 구체적인 경영 전략으로 인한 적용 사례는 정확하게 알려진 바 없다.
DB그룹은 현재 김 전 회장의 불명예스러운 퇴임 후 전문경영인 체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DB그룹은 이근영 회장을 중심으로 김 전 회장 사퇴에 따른 혼란 등을 수습하고 계열사별 자율 경영 체제를 통해 경영을 쇄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정수민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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