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26-10-26 14:01
뉴스 > 교육·취업
[현장진단]-고교학점제 도입
어린학생 맘대로 교과목을…교육메카 대치동 ‘술렁’
교원·시설 확충 사실상 불가능…“대치동엔 시간표 설계 학원 생길 듯”
이지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1-30 16:35:53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핵심 교육 공약 중 하나인 ‘고교학점제’가 올해부터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전국 105개 학교에서 시범적으로 운영된다. ‘고교학점제’는 고등학생들도 대학생처럼 직접 교과를 선택하고 강의실을 이동하며 수업을 들어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이수하는 제도다. 교육부는 지난 24일 일반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소질과 적성, 진로에 맞는 학습 기회를 제공하고 고교 교육 전반의 혁신을 지원하기 위한 ‘2018년 고교 교육력 제고 사업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올해 총 47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시범 운영을 두고 대한민국 사교육 시장의 메카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또한 발 빠르게 대비책을 세우는 모습이다. 스카이데일리가 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른 대치동 학원가의 분위기와 학부모·학생들의 반응을 현장진단했다.

▲ 새 학기부터 고교학점제가 시범 운영된다. 대치동 학원가에서는 벌써부터 분주한 움직임이 생겨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고교학점제에 대해 ‘새로운 사교육의 탄생’이라며 부정적인 시각을 나타내는 여론도 적지 않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고교학점제’의 시범 운영을 앞두고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는 다양한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대체적으로 부정적 전망이 우세했다. 특히 기존에 없던 학원까지 등장해 사교육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수능과 연계성 있는 과목으로 시간표를 설계해주는 학원 등이 대표적이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직접 배울 과목을 선택해 수강신청을 하는 것이 골자다. 일부 필수과목이 지정되며 사회·교양·예체능 등 영역별 선택이 필요한 과목군에 대해서는 다양한 커리큘럼이 제공된다.
 
학년이수·졸업 등을 위해선 특정 성취기준을 채워 학점을 쌓고 교육당국이 요구하는 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올해 시범 운영이 예고된 고교학점제는 올해 초등학교 5학년이 되는 학생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2022년 확정·시행될 예정이다.
 
발 빠른 대치동 학원가 “학점제 확정 시 시간표 설계 학원 생길 수도”
 
교육부의 고교학점제 강행을 두고 대치동 학원가는 전면시행이 예고된 2022년까지 우선 지켜보자는 관망세가 우세하다. 다만, 국내 학교 현실 등을 감안하면 전면시행까지의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광고
강남하이퍼·청솔학원 운영사 이투스교육의 교육평가연구소는 고교학점제 실현을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그 배경으로 △단기간에 많은 과목에 대한 연구 개발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 △학생의 진로와 미래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수능과의 연계까지 고려야야 하는 점 등을 지목했다.
  
▲ 자료 : 교육부 [도표=배현정] ⓒ스카이데일리 
  
 
아울러 학교 인원이 적을수록 다양한 커리큘럼 개발이 불가해 역차별을 우려하기도 했다. 아무리 좋은 과목을 개설했다 하더라도 수강자가 없을 경우와 내신 절대평가와 병행돼야 하는 상황 등을 거론하며 대책이 전무한 실정이라 꼬집었다.
 
강남 D학원 과학탐구 강사 김정인(여·가명)씨는 박근혜정부 핵심 교육공약이던 ‘자유학기제’를 거론하며 “고교학점제도 이와 같은 수순을 밟을 것이다”고 예측했다.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한 학기 동안 중간·기말고사를 보지 않는 대신 토론·실습수업이나 직장 체험활동과 같은 진로교육을 받는 제도다.
 
김 강사는 자유학기제가 학생들의 하향평준화를 초래했다고 지적하며 이번 문재인정부의 고교학점제를 비판했다. 그는 “자유학기제는 기존 교육체계의 틀에서 벗어나는데 다소 한계를 보여 학원가에서는 실패한 정책으로 보고 있다”며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갖은 허점들이 지적되고 있다”고 전망했다.
 
동시에 전면도입이 확정될 경우 새로운 사교육시장의 등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대치동 학원가에서는 곧장 수능과 연계성 있는 과목으로 시간표를 설계해주는 시스템이 도입될 것이다”며 “가령 연극과목은 국어에 도움이 됨으로 선택이 장려되는 식으로 시간표 자체를 짜주는 컨설팅 프로그램이 전면 또는 부분적으로 마련될 것이다”고 부연했다.
 
“매번 바뀌는 입시정책…우리아이 학교서 시범 운영 시 전학 시켰을 것”
 
이번에 지정된 고교학점제 연구학교 중 서울지역 일반계 고교는 △동북고 △불암고 △서울사대부고 △세현고 등이다. 선도학교는 △도봉고 △미양고 △여의도고 △은광여고 △한서고 등이다. 강남지역에서는 은광여고가 유일하게 선도학교로 지명됐다.
 
대치동에서 만난 비(非)은광여고 학부모들은 가슴을 쓸어내리는 모습을 보였다. 하나 같이 자녀들이 불완전한 제도의 피해자로 전락할까 노심초사했다는 반응이었다. 세종고등학교 2학년 학부모라 소개한 김태옥 씨는 학생들의 적성·소질을 반영하겠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내신점수 획득에 유리한 과목의 편중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씨는 “학부모들 대부분 목표 진학학과를 설정한 후 그에 맞춰 필요한 과목들을 수강하도록 지도해 학교가 대학진학을 위한수단으로 전락할 것 같다”며 “적어도 정부가 교육정책을 내놓았으면 당장 드러난 지적사항을 철저하게 보완·수정한 뒤 연구학교·선도학교 등을 선정해 시범교육에 나섰어야 했다”고 힐난했다. 
  
▲ 대치동 학원가 에서는 학점제가 시행되면 입시 컨설팅만큼 철저한 고등학교 생활을 설계해주는 서비스가 생겨 날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은 수시 대학 입학정보 박람회에 참가한 학생들 모습 [사진=스카이데일리 DB]
        
 
강남구 현대고등학교 1학년 학부모라 소개한 오진희 씨는 시범운영을 거치는 과정에서 전면도입이 불발될 것으로 예측했다. 오 씨는 “학생들에게 교육 선택권을 주겠다는 제도지만 그 동안의 새롭게 도입된 제도, 정책들을 비춰봤을 때 그에 가려진 더 큰 그림이 있을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며 “만약 우리 아이의 학교가 고교학점제 시범학교로 지정이 됐다면 당장 전학을 알아봤을 것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오 씨는 “학습적으로 성숙되지 않은 미성년 학생들에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은 자칫 잘못된 선택으로 귀결될 수 있다”며 “고교학점제가 확정·시행될 경우 엄마들 사이에선 고급 학원가 정보처럼 ‘어떤 학교의 어떤 선생님이 점수를 잘 주더라’ 식의 정보공유가 활발해져 결국 공교육의 사교육화가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고 잘라 말했다.
 
이투스교육의 교육평가연구소의 해석 역시 오 씨의 견해와 궤를 같이 했다. 연구소 측은 “고교학점제 도입 후 토론·실습 등의 참여형 수업이 주를 이루게 될 것이다”며 “열심히 스스로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경우 교사·교우들과의 상호작용에 보다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장기적으로 볼 때 학년 구분이 무의미해 지고 과목에 따라서는 불가피하게 우수한 학생들이 몰리는 결과도 빚어질 것이다”면서 적성을 위한 과목선택이 아닌 성적을 위한 전략적 과목선택이 주를 이루게 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지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후원하기
  • 정기 후원
  • 일반 후원
  • 무통장입금: 하나은행 158-910019-39504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는 공공성에 기반해 독자가 만들어 가는 언론을 지향합니다. 정기 또는 일반 후원시 맞춤형 뉴스, 독자에게 할당하는 지면 서비스, 동행하는 홍보, 유상증자시 참여기회 제공(법인에 한함)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0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화나요
0
슬퍼요
0
댓글 : 0
방문수(PC&모바일)
오늘(실시간) 88,071 ▶
어제 157,010 ▶
최근 7일 ▶
대한민국 명사들
대면 기회를 가져보세요.
팬클럽 가기
오늘자 스카이데일리



주요 섹션 기사
주소 : 서울시 서초구 방배천로2안길 82(방배동 463-18) 청송빌딩 3,4층 | 전화 : 02-522-6595~6 | 팩스 : 02-522-6597
종합일간지 등록번호 : 서울시 가50131,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시 아01703, 등록일 : 2011년 7월 18일
발행·편집인: 민경두, 편집국장 : 주경준, 사업자 번호 : 214-88-81099 후원계좌 : 158-910019-39504(하나은행)
copyrightⓒ2011, All rights reserved. Contact : skyedaily@skyedaily.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진강
본지는 한국신문윤리위원회의 서약사로서 신문윤리강령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