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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서울 홍대 청소년전용클럽
성인 입장불가…술·담배·스킨십 뺀 청정 놀이공간
성인클럽 부작용 전부 배제…“놀이공간 부족한 청소년 쉼터로 거듭나길”
배수람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2-09 16:03:13
20~30대가 즐겨 찾는 ‘클럽(club)’은 춤을 추면서 술·음료 등을 마시고 대화를 나누는 유흥업소를 일컫는다. 젊은 세대가 주로 찾는 만큼 클럽은 시간이 흐르면서 유행에 따라 다른 분위기를 풍겨왔다. 1960년대에 로큰롤 음악이 주를 이뤘다면, 197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디스코 음악이 클럽 분위기를 주도했다. 1990년대 이후부터는 테크노·힙합 등 다양한 장르가 인기를 얻으면서 각 장르에 특화된 클럽까지 생겨나기 시작했다. 음주나 가무 대신 건전한 분위기로 클럽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도 인기를 끌었었다. 술 대신 콜라를 판다는 의미로 붙여진 ‘콜라텍’은 청소년들이 즐길 수 있는 건전한 클럽문화를 지향했지만 결국 허술한 관리 탓에 탈선 장소로 전락했고,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최근 청소년 전용 클럽이 또 다시 등장해 화제다. ‘젊음의 거리’로 알려진 서울 홍대 인근에 자리한 청소년 클럽은 등장과 동시에 주목을 받았다. 이제 막 문을 연 청소년 전용 클럽에 대해 앞서 콜라텍이 탈선의 장소로 전락한 만큼 이번에는 청소년들의 건전한 놀이공간으로 정착하길 기대한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는 분위기다. 스카이데일리가 새롭게 등장한 청소년클럽과 이를 둘러싼 주변의 반응 등에 대해 취재했다.

▲ 서울 홍대에 문을 연 청소년클럽 ‘클럽웨이브’는 방학 중인 학생들로 인해 연일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영업시간은 평일 오후 5시부터 오후 10시까지로 학생증을 지참해야 입장이 가능하다. 사진은 청소년클럽 내부 ⓒ스카이데일리
 
지난달 26일 서울 홍대 인근에 청소년 전용클럽 ‘클럽 웨이브’가 문을 열었다. 중학교 1학년생부터 고등학교 3학년생까지 입장이 가능한 이곳은 일반 성인클럽과 달리 음주와 흡연이 금지돼 있다. 입장 시에는 학생증을 필히 지참해야 한다.
 
청소년클럽은 청소년에게 새로운 문화공간을 제공하고 건전한 클럽문화를 정착시키자는 취지로 마련된 공간이다. 이곳은 개장 이후 각종 커뮤니티와 SNS 등을 통해 다양한 후기와 사진들이 게재되면서 화제를 몰고 있다.
 
특히 그동안 클럽이 성인들이 자유롭게 음주가무를 즐기는 공간으로 인식돼 온 만큼 기존 이미지를 씻어내고 건전한 놀이공간으로 정착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일고 있어 주목된다. 마땅한 놀이문화가 없어 길거리로 내몰리는 청소년들을 위해서라도 청소년클럽 같은 건전한 놀이문화가 앞으로도 꾸준히 생겨나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청소년 여가활동 기껏해야 PC방…새 클럽문화에 중·고교생들 호응
 
청소년클럽은 평일 오후 5시부터 10시, 주말 오후 3시부터 10시까지 영업한다. 월요일은 휴무다. 입장하는 방법은 총 두 가지다. 입장료 5000원을 내고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방법과 일정 비용의 테이블비(음료·냅킨 포함)를 지불하고 바로 입장하는 방법이다. 음료는 3000~5000원 수준이고 냅킨은 박스당 1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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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비는 음료수 개수와 위치에 따라 2만8000원부터 최대 6만5000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입장한 학생들은 안전요원의 지시에 따라 술·담배·외부음식 등 반입금지 품목이 없는지 한 차례 소지품 검사를 거쳐야 한다. 반입금지 품목이 발견될 경우 직원들이 즉시 압수한다.
 
▲ 자료: 통계청 [도표=배현정] ⓒ스카이데일리
 
스카이데일리는 개장시간에 맞춰 홍대 청소년클럽을 직접 찾았다. 아직 해가 지지 않은 이른 시간이지만 청소년클럽은 입장을 기다리는 학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클럽 입구에는 교복을 입고 가방을 맨 학생부터 한껏 멋을 부린 학생들이 줄지어 있었다.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입장 대기 중인 학생들은 기대와 호기심에 한껏 들뜬 표정이었다. 수십 명의 학생들 주위에는 이들을 지도·관리할 안전요원들과 클럽 직원들이 배치돼 있었다. 이곳을 찾는 학생들은 입장 전부터 상당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태현(18·남) 군은 “방학 중에도 학원 다니면서 수능을 준비해야 하는 답답함과 스트레스를 풀 곳이 없었는데 이렇게 와서 아무 생각 없이 춤추고 놀면 기분 전환도 되고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군은 “솔직히 청소년들이 즐길 놀이가 별로 없다”며 “집에서는 스마트폰을 만지거나 TV 보는 것 외에 할 게 없고 나와서도 고작 하는 게 PC방·노래방을 가는 게 전부다”고 토로했다.
 
평소 춤추는 것을 좋아하는 이선구(19·남) 군은 방학기간을 활용해 청소년클럽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그는 “보통 번화가에는 성인들만 이용할 수 있는 놀이공간이 대부분이고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은 없었는데 이렇게 전용클럽이 생기니까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받는 기분이다”고 운을 뗐다.
 
이 군은 “동아리 활동을 하기 때문에 그나마 춤추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편인데 이마저도 학원을 가거나 과외를 하는 친구들은 참여할 수 없다”며 “클럽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을 위한 놀이공간들이 좀 더 늘어나고 다양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이상윤(20·남) 씨는 “청소년들을 위한 클럽이 생겼다고 하니 신기하다”며 “이제는 어느 곳이든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나이가 됐지만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학생이라는 신분 때문에 제약을 받아야 하는 곳이 꽤 많았다”고 말했다.
 
▲ 청소년클럽이 학생들의 탈선장소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클럽측은 안전요원을 대거 투입해 관리·감독 강화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청소년클럽 입장을 위해 대기 중인 학생들 ⓒ스카이데일리
 
이 씨는 “그마나 출입이 가능한 놀이공간도 어른들과 함께 이용해야 하는 공용시설이 대부분이다 보니 괜히 눈치가 보이거나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 많았다”며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듯이 어른이 될 때까지 참으라고 하면 오히려 안 좋은 방향으로 성인문화를 접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청소년클럽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6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13~24세 청소년의 59.5%가 여가활동으로 ‘TV시청’을 선택했다. 이어 컴퓨터게임·인터넷검색 48.5%, 휴식 42.5% 등의 순이었다. 이 밖에 취미·자기개발활동(22.1%), 스포츠 활동(14.7%), 문화예술참여(5.0%) 등이 청소년들이 꼽은 놀이문화의 전부였다.
 
술·담배 소지 땐 퇴장조치…“청소년 위한 건전 놀이문화 다양화돼야”
 
스카이데일리가 직접 찾은 청소년클럽 내부는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어두운 조명 아래서 학생들은 호루라기를 불거나, 냅킨을 뽑아 날리고, 단체로 군무를 추는 등 자유분방한 모습으로 클럽문화를 즐기고 있었다. 클럽 관계자에 따르면 청소년클럽에서는 일반 성인클럽과 동일한 최신 음악과 DJ들의 현란한 디제잉이 펼쳐진다.
 
청소년클럽을 자주 이용한다는 이진우(18·남) 군은 “예전에 반짝 생겼다가 사라진 콜라텍처럼 이곳도 문란하고 퇴폐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건 오해다”며 “어차피 몰래 담배 피고 술을 마시는 친구들은 장소에 관계없이 어디서든 그렇게 행동한다”고 지적했다. 이 군은 “어른들을 따라한다고만 생각할 게 아니라 외국처럼 이런 문화가 잘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이 깨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지현(18·여) 양 역시 이 군과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최 양은 “어른들이 청소년 시기를 공부해야 하는 시기로 규정해 놓은 것 같다”며 “일부 학생들이 문란하게 논다고 해서 청소년들 전체가 그런 건 아닌데 결국 ‘청소년이 문제다’로 귀결시켜 버리니까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아직은 부끄럽고 어색한데 오히려 대중화가 되면 친구들끼리 같이 즐길 수 있는 놀이공간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청소년클럽은 음주·흡연이 불가능하다는 점만 빼면 일반 성인클럽과 운영 방식이 동일하다. 기존 클럽에서 활동 중인 DJ가 직접 디제잉을 하고 학생들은 에너지드링크·탄산음료 등을 즐기면서 춤을 춘다. 사진은 테이블석에 마련된 탄산음료 ⓒ스카이데일리
 
처음 청소년클럽이 문을 연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당시만 해도 일각에서는 학생들의 탈선을 조장할 뿐 아니라 아이들의 호기심을 이용한 상술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홍대 청소년클럽이 모습을 드러내자 비판은 점차 사그라드는 분위기다.
 
이곳 관계자에 따르면 청소년클럽은 안전요원이 상시 대기하고 있을뿐 만 아니라 입장 절차부터 까다롭게 이뤄진다. 음주·흡연을 비롯해 선정적인 춤사위나 진한 스킨십 등을 하다가 적발될 경우 즉시 퇴장 조치된다. 외부에서 흡연을 하더라도 경고를 받거나 심할 경우 담배를 압수조치 한다.
 
청소년클럽을 총괄하고 있는 윤여신 이사는 “우려하는 만큼 학생들이 선정적으로 놀지 않는다”며 “학업 스트레스가 쌓여도 풀 곳이 없던 학생들이 저렴한 가격에 웃으면서 제대로 스트레스를 다 풀고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청소년 업소라고 해서 무방비로 열어놓고 ‘알아서 되겠지’하는 자세로 방관하는 건 옳지 않다”며 “제재할 건 하되 청소년들이 마음껏 놀 공간을 충분히 마련해 주자는 취지로 마련됐기 때문에 곳곳에 안전요원을 배치하고 직원들이 상주하며 학생들을 관리·감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해경 숭실사이버대학교 청소년코칭상담학과장은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학교나 학원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고 자율적으로 취미·예술활동을 할 시간적·공간적 여유가 없어 문화실조 현상이 특히 심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소년클럽에 대해서 나쁘다고 미리 예측해서 부정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며 “다만 청소년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건전하게 에너지를 분출할 수 있는 환경이 잘 조성되고 정책적으로 이를 뒷받침해준다면 앞으로는 성인문화를 모방한 것이 아닌 청소년만의 놀이문화가 생겨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배수람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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