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규모 인명 피해를 낳은 화재참사가 연거푸 발생하면서 ‘안전 문제’가 화두로 급부상했다. 공고롭게도 최근 발생한 화재는 밀양 세종병원 화재와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발생했다. 두 곳은 모두 시설이 노후화되고 좁은 공간에 사람이 많이 몰린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화재발생 시 신속한 대피가 어려워 인명피해가 더욱 컸다. 정부는 다중이용시설 소방점검을 강화하는 한편 설치 기준 개선대책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화재발생 시 대형 참사 가능성이 예상되는 시설들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게 일고 있다. 대학로에 밀집한 소극장도 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소극장 대부분 지하에 위치한데다 공간이 협소해 화재 발생 시 대규모 인명 피해가 예상된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조치를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스카이데일리는 대학로 소극장의 안전 관리 실태와 이에 대한 주변의 반응 등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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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문화·예술 지원 활동의 일환으로 대학로 소극장에 대한 여러 가지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안전 문제에는 소홀한 것으로 나타나 잡음이 일고 있다. 최근 들어 대규모 인명 피해를 낳은 화재참사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소극장 역시 화재 발생 시 대규모 피해가 예상되는데도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시민단체 사이에서는 서울시의 문화·예술 지원 대책이 겉으로 보여주기 위주의 내용으로 구성된 점을 문제의 원인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보여지는 부분에만 몰두하다보니 정작 ‘안전’ 문제에는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화살은 각종 지원 대책을 주도한 박원순 서울시장을 향하는 분위기다.
문화·예술 수요·인프라 급증…관객 안전대책은 오히려 뒷걸음질
우리나라 문화·예술 관람률은 최근 들어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주 5일제 근무가 정착되고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을 중시하는 풍토가 확산된 결과로 분석된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문화예술관행사 관람률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03년 62.4%에서 2016년 78.3%까지 증가했다. 연극·뮤지컬 관람률도 늘었다. 2003년 11.1%에서 2016년 23.2%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문화예술에 대한 수요 증가와 함께 공연시설 등 인프라도 대폭 늘어났다. 2007년 589개였던 공연장 수는 2015년 991개로 크게 증가했다. 국내 문화예술의 메카로 꼽히는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만 159개의 소극장이 존재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연극의 메카로 불리는 대학로에 위치한 소극장 중 상당수가 안전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나 주변의 우려를 사고 있다. 대부분 지하에 위치한데다 진입로도 좁아 화재 발생 시 탈출 자체가 힘든 구조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직접 찾은 대학로 A소극장은 많은 관객들이 찾는 곳이다. ‘예매율 1위’라는 광고 문구처럼 평일 낮 시간인데도 소극장 내부는 관객으로 꽉 차 있었다. 공연 시작 전 관객들은 지하로 연결된 계단에서 한 줄로 기다려야 했다.
소극장 입구는 성인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았다. 극장 내부에서는 자리를 찾으려는 관객들이 뒤엉켜 부딪히는 경우가 허다했다. 좌석 간 간격도 좁아 안쪽 좌석으로 들어가려면 바깥쪽 관객들이 전부 일어나야 했다.
공연 전 비상시 대피로에 대한 안내도 없었다.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무대 위로 올라온 배우는 “공연 중 휴대폰 사용과 음식물 섭취는 금지되고 중간에 나가면 재입장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한 뒤 서둘러 무대에서 내려갔다. 만일의 사태 발생 시 어떻게 조치해야 하는 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었다. 이곳을 찾은 관객들은 적지 않은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소극장을 찾은 양우진(25·남) 씨는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공연을 보러 대학로에 온다”며 “소극장은 영화관과는 다르게 불이 나면 대피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곳이 거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들어가는 통로도 좁고 오늘 찾은 공연장 위치도 지하에 있어 불이 나면 어떻게 대피해야하는지 항상 걱정이 된다”고 덧붙였다.
옆 자리에 앉아 있던 김소연(24·여) 씨는 “한 달에 대학로에서 1~2번은 꼭 연극을 관람하는데 공연장의 40% 정도에서만 화재 시 대피 방법을 안내했던 것 같다”며 “소극장 대부분 자리와 통로가 좁아 입장할 때도 줄을 서서 들어가는데 비상시에는 서로 탈출하려고 난리가 날 것 같다”고 우려했다.
대학로에 위치한 B소극장도 마찬가지였다. 한 건물에 있는 총 3개의 소극장 중 2층 공연장을 찾았지만 공연 시작 전 비상시 대피로에 대한 안내는 없었다. 녹음된 음성을 통해 휴대폰 사용 금지, 음식물 섭취 금지, 허가되지 않은 촬영·녹취 금지 등의 멘트만 흘러나왔을 뿐이었다.
B소극장 관계자는 “공연장 측은 대관이 정해지면 극단의 배우와 스탭들을 모아 안전 교육을 진행한다”며 “화재 시 대피 안내 음성 파일을 극단 측에 제공하지만 이를 틀고 말고는 극단 측이 결정할 문제이기 때문에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화재경보 울려도 연극 지속, 심각한 안전불감증…서울시 “자치구와 대책 논의할 것”
소극장의 허술한 안전관리가 관객들에게 큰 위협으로 다가간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진다. 1년에 80~90회 정도 연극을 관람하는 한지연(20·여·가명) 씨는 과거 아찔한 경험을 겪은 적 있다. 대학로에 있는 ‘알과핵소극장’에서 연극 ‘반쪼가리 자작’을 관람하던 중 화재 경보가 울린 것이다.
한 씨는 “공연 도중이라 무작정 대피시키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무런 조치도 이뤄지지 않고 공연은 계속 진행됐다”며 “공연이 다 끝나고 나서야 극장 측의 실수였다고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공연을 자주 보지만 평소에 화재 시 대피방법이나 비상구에 대해 안내받은 적이 거의 없다”며 “소극장은 좁은 공간에 사람도 많고 폐쇄적이라 불이 나면 어떻게 될지 불안감이 든 적이 많다”고 털어놨다.
상황이 이런데도 지자체의 대책은 요원한 실정이다. 특히 서울시는 각종 문화·예술 지원 사업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안전 문제에 대한 대책은 소홀히 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보여주기식 정책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오는 2021년 강북구 미아뉴타운 내 구유지에 아동·청소년들의 문화예술 교육 전용공간인 ‘동북권 아동·청소년 예술교육센터’를 설립한다. 대학로 300석 미만 소극장에 임차료를 지원하는 ‘서울형 창작극장’ 사업도 실시하고 있다.
김지안 서울시 문화정책과 문화관리팀 주무관은 “소극장 안전 관련 대책은 서울시가 정책을 마련해 각 자치구에 전달하고 자치구가 진행한 뒤 보고를 받는 방식으로 관리되는 시스템이다”며 “지난 2015년에 문화체육관광부가 진행한 국가안전대진단 일환으로 문화·체육·관광 분야 시설에 대해 현장 안전 점검을 실시하긴 했다”고 말했다.
이어 “화재 시 대피로 등의 표시 여부는 현행 안전 점검 리스트에 있지만 공연 전 대피로 안내방송 여부는 체크 리스트에 없는 게 사실이다”며 “자치구와 협의해 이를 점검 리스트에 넣는 방안을 논의해 나갈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김민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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