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의 첨단화로 인해 전에 없던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는 동시에 기존에 있던 직업들은 위기를 맞고 있다. 교육과 밀접한 분야 역시 이러한 흐름을 피해가지 못하는 분위기다. 교육의 첨단화로 문구 시장에도 변화의 움직임이 생겨나고 있다.
기존 인기를 끌던 학교 앞 문구점들의 점차 설 자리가 점차 좁아지고 있다. 문구점의 경우 치킨집으로 대표되는 요식업종과 더불어 은퇴한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상당 수 뛰어든 업종이라는 점에서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애플은 ‘애플펜슬’이 지원되는 ‘9.7형 아이패드’를 교육기관에 저렴하게 보급할 것을 밝힌 바 있다. 종이마저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란 우려와 함께 문구점 운영업주들의 한숨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교육제도 진화, 첨단기술 발달 등 시대적 흐름에 밀린 학교 앞 문구점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애플은 ‘애플펜슬’이 지원되는 ‘9.7형 아이패드’를 교육기관에 저렴하게 보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로 인해 종이 등 문구류 사용이 대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애플이 저렴하게 공급한다는 아이패드 시중 판매가는 32기가 와이파이 전용모델 43만원, 셀룰러 모델은 60만원 등이다. 애플 펜슬은 11만9000원이다. 애플 측은 교육기관에서 구매하는 경우 아이패드 40만원, 애플펜슬 10만원 등에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스케치·손글씨 메모 등의 기능이 훨씬 순조로워진데다 가격도 저렴하게 책정돼 보급은 상당히 빠른 시간 내에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학생들을 상대로 한 문구류 판매를 생업으로 삼던 학교 앞 문구점 점주들의 위기감은 점차 고조되고 있다. 취재 중 만난 대부분의 문구점 점주들은 걱정 섞인 반응 일색이었다. 한 점주는 “기존과는 새로운 방식의 영업 방식을 찾아봐야 될 듯하다”고 토로했다.
서울 성북구에서 문구점을 운영하는 장경준(60·남·가명) 씨는 “학생 수가 줄어든 데다 다양한 첨단제품들이 등장하다 보니 기존에 쓰던 문구류 사용이 크게 줄었다”며 “소비자가격은 매년 올라가는데 매상은 연평균 10프로씩 계속 떨어지고 있다 보니 원가 이하로 판매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서초구·성북구 등에서 10년 간 문구점을 운영해온 김진숙(여·55·가명) 씨는 지난 2011년 학습준비물 무상지원제도 도입 후 사정이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해당 제도는 학교가 교육청 지원을 받아 학습준비물을 최저가 입찰을 통해 일괄구매한 뒤 무상으로 나눠주는 제도다.
김 씨는 “요새는 학교에서 어지간한 보조교재를 두고 있어 옛날처럼 여러 과목별로 공책을 구입하지 않는다”며 “잘 안 팔리는 제품을 들이지 않다보니 학생들이 물건 적다고 이유로 큰 매장을 찾는 악순환이 생겨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수업 일수까지 줄어 영업에 지장이 많은데 첨단 기기까지 도입된다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문구점을 운영하는 김환일(65·남) 씨는 “예전에는 한 학교만 상대해도 먹고 살았는데 이제는 다들 급한 것만 와서 사가지 일반적으로 쓰는 것들은 ‘학습준비물 무상지원제도’에 맞춰 온라인으로 일괄 주문한다”며 “우리 가게는 배달 서비스를 도입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씨는 “10~20년 후에는 문구점들 다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은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다”며 “종이가 없어지면 펜 등의 다른 문구류도 다 사라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등·하교 시간대 학교 앞 문구점의 북적거림 ‘이젠 추억’
수원에서 초등학교 2학년 담임교사로 일하는 이진명(26·여·가명) 씨는 “학습준비물 무상지원제도로 웬만한 준비물은 다 제공된다”며 “학교 앞 문구점을 이용하는 경우는 아이들이 원하는 재료가 없을 때 추가하고 싶으면 사오는 경우가 전부다”고 증언했다.
이어 이 교사는 “학교에서 학습 준비물 살 때 학교 앞 작은 문구점에서 사자고 도의적으로는 말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학교 앞 작은 문구점에는 취급하지 않는 물품도 워낙 많고 학교 측에서 원하는 물량의 준비물을 감당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문구유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아이패드를 포함해 첨단화되는 사업은 문구의 기능과 연관되는 게 많다”며 “모든 문구류가 종이에서 시작된다고 봐도 무관할 정도로 종이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학생 수 감소·학습준비물 지원제도·대형프랜차이즈의 문구류 취급에 최근 교육첨단화까지 더해져 문구점이 어려워진 지는 꽤 됐다”며 “두고 봐야겠지만 생계형으로 운영하는 학교 앞 문구점들의 상황은 앞으로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슬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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