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K리그 시·도민구단의 독립성 확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대두되고 있다. 매번 지자체장이 바뀔 때마다 시·도민구단 요직에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가 자리를 꿰차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지역주민이 주인이 돼야 할 K리그 시·도민구단이 정치인들 논공행상의 장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방선거 시즌만 되면 찬밥 전락…시‧도민구단 발전 요원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시·도민구단은 2002년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대중의 관심에 목말랐던 정치인들이 2002년 월드컵 열기에 편승해 적은 비용으로 지자체를 홍보하기 위해 앞 다퉈 시민구단을 창단했다. 당시 프로축구연맹 입장에서도 K리그 규모가 커질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에 지자체의 시민구단 창단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시·도민구단을 둘러싼 잡음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선거철이 지나 지자체장이 바뀔 때마다 구단 대표나 단장이 물갈이되면서 구단 운영에 차질을 빚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일례로 지난 2010년 인천유나이티드 구단주였던 송영길 당시 시장은 팀에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하면서 고액연봉 선수를 대거 영입했다. 하지만 저조한 성적을 거두면서 감독은 사임했고 남겨진 재정 부담은 고스란히 팀의 부채가 됐다. 이후 유정복 인천시장으로 구단주가 바뀌면서 구단정책을 진행하는 인원이 모두 물갈이 되는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
낙하산 인사가 시·도민구단 요직을 꿰찬 후 각종 비리에까지 휘말리는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부작용은 더욱 커졌다. 지난 2012년 경남FC의 구단주였던 홍준표 도지사는 안종복 전 인천 단장을 대표로 추대했는데 코칭스태프에게 월권을 행사하고 심판을 매수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었던 적 있다.
외국인 선수 계약과정에서 허위 계약서로 몸값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거액의 돈을 횡령한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2014년에는 팀이 2부 리그로 강등되자 당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팀을 해체하겠다는 발언을 하면서 잡음이 새어나오기도 했다.
최근엔 이재명 시장이 구단주로 있는 성남FC가 2부리그로 강등되자 시의회가 축구단 운영 예산 70억중 15억만 가결하면서 인건비조차 지급 못할 위기에 처하는 사례도 있었다. 지난달 16일 삭감된 예산을 추가하는 안건이 통과했다.
도·시민구단이 지역 정치인에게 휘둘리는 배경에는 취약한 재정 구조가 지목된다. 프로 축구단을 운영하려면 1부 리그는 한 해 최소 예산이 100억원, 2부 리그는 60억원 가량 필요하다. 그러나 대기업 후원을 받는 프로 축구단이 아닌 이상 도·시민구단이 자체적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입장권이나 후원 수익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도·시민구단 운영비용 대부분을 지자체 지원금에 의존하다보니 지자체장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정치인 좌우되는 도·시민구단 근본적 체질개선 필요…“독립성 확보 필요”
각 시민구단 서포터즈 및 축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도·시민구단 운영의 독립성 확보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민구단 운영에 있어 인사 독립성과 정책 지속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축구 선진국으로 불리는 유럽 국가의 사례가 참고 방안으로 거론된다.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아틸레티코 빌바오 등과 같은 팀들은 협동조합 형태로 구성돼 있다. 해당 협동조합 구성원을 ‘소시오’라고 부르는데 구단 회장은 이들 투표로 결정된다. 소시오가 구단 의사결정에 관여하다 보니 보다 투명한 구단 운영이 필수적이다.
국내 축구전문가들도 도·시민구단에 소시오 제도를 도입하는 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준희 KBS 축구해설위원은 “시민구단 문제에 인사권자인 지자체장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며 “시민구단 인사권에 독립성을 확보해주고 정책을 지속적으로 진행 할 수 있게 시간을 줘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도·시민구단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위해선 지역민들로부터 인정받는 구단이 돼야한다”며 “도·시민구단의 존재 이유는 어디까지나 지역민을 위해서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지역과 밀착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높은 관중 성장세를 보여 ‘플러스 스타디움 상’을 수상한 안산그리너스FC는 긍정적인 사례로 꼽힌다. 안산그리너스FC는 230회에 달하는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면서 지역주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구단에게 주어지는 ‘사랑나눔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안산그리너스FC가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구단주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제종길 안산그리너스FC 구단주는 구단의 투명성과 지속성을 약속하면서 팬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신상우 파랑검정(인천유나이티드 서포터즈 연합) 대표는 “서포터즈 활동을 15년간 하면서 선거에 따라 단장, 임원이 물갈이 되는 상황을 많이 지켜봤다”며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인천시장 후보 캠프에 공개 질의서를 보내 후보들의 구단 경영에 대한 답을 받을 예정이다”고 밝혔다.
[나광국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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