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제’를 골자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각 산업 분야에서는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안 시행을 두고 여전히 찬반 여론이 분분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운수업계에서는 부정적인 여론이 주를 이루고 있어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버스 운행에 필요한 운전기사 충원이 현실적으로 어려워 결국은 운행 차량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람 더 뽑으라고 근로시간 줄인 의도 이해하지만 정작 일 할 사람이 없다”
운수업계 등에 따르면 오는 7월부터 법정근로시간이 주 52시간으로 단축된다. 우선적으로 종업원 300명 이상의 사업장과 공공기관 등이 적용 대상이다. 법 개정 이후 대부분 준공영제로 운행되는 시내·광역·마을버스 업계도 근로시간 단축을 준수해야 한다. 그동안 노선버스 업종은 법정 근로시간 규제를 받지 않는 특례업종에 속했다. 내년 6월까지 1년간 한시적으로 탄력근무제를 도입할 수 있지만 그래도 주당 68시간을 넘길 순 없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적용하더라도 당장 올해 7월에는 최소 2207명에서 최대 8854명, 내년 7월에는 1만7795명의 운전기사를 추가로 고용해야 한다. 그러나 당장 7월까지 추가로 고용할 수 있는 운전기사는 500여 명에 불과한 것으로 국토부는 보고 있다. 버스업체들 사이에서는 법정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되면 노선 통폐합과 운행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반응이 나오는 배경이다.
우려는 점차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지난 7일 동서울버스터미널은 시외버스 예매를 중단한다는 공지를 홈페이지에 올렸다. KD운송그룹과 금남고속 등 일부 시외버스 회사들이 근로시간 단축을 앞두고 노선 변경과 운행 단축이 불가피 하다며 서비스 중단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용객들 사이에서 불만 여론이 일자 국토부는 서둘러 진화에 나섰고 우선적으로 서비스는 재개됐다.
운수업계 안팎에서는 업계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정책 도입부터가 잘못됐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특례업종 제외 조치는 노선버스의 현실을 도외시했다는 입장이다. 스카이데일리가 만난 대부분의 버스기사들은 ‘대란이 올 가능성이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12년차 버스 기사 장철민(가명) 씨는 “68시간으로 근무를 하더라도 인원이 모자란 버스회사가 태반이다”며 “사람을 모집하려 해도 지원자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노선버스 기사 박성희(가명) 씨는 “우리같이 살기 어려운 사람들은 그동안 연장 근무 수당으로 먹고 살았는데 이제 월 50만원 이상 덜 받게 됐다”고 토로했다.
주목되는 점은 버스업체의 운행 축소와 노선 통·폐합 등의 조치는 시민들의 불편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시민들 역시 이 점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었다. 직장인 임효선(34·남) 씨는 “놀러 가거나 출장을 가게 될 경우 버스 티켓을 구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고향이 삼척인데 연휴에 노선이 없어질까 심히 걱정된다”고 밝혔다.
적자 감수하고 시민의 발 자처한 버스회사들 “보조금 혹은 요금 인상 불가피”
운수업계는 사람을 뽑고 싶어도 일 할 사람이 없기 때문에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이 2만4000명을 더 채용해야한다. 이를 위해선 최소 8600억원에서 최대 1조800억원 가량의 추가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운전기사들의 임금손실분 보전 방안 강구도 불가피하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체 노선버스운송업의 월 평균임금 대비 기본급 비중은 43.8%에 그쳤다. 임금의 절반 이상을 연장근로에 따른 수당으로 채우는 셈이다. 이 상태로 노동시간만 줄어든다면 기존 버스 기사들의 임금은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다.
현재 대부분의 버스업체들이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어 지자체에서는 시민 편의를 위해 버스 운행을 이어가도록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지자체들은 재정 여력이 떨어져 더 이상의 추가 지원은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결국 중앙정부가 팔을 걷어붙일 수밖에 없지만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장 현실적인 대책으로 요금 인상이 꼽힌다. 실제로 시내버스만 놓고 보면 2016년 전국 수송인원은 54억1517만명으로 기본요금을 100원 인상할 경우 단순 계산으로 5400억원을 확보할 수 있다. 시내버스 기본요금이 200원 인상되면 버스연합회가 추산한 1조800억원을 모두 보전할 수 있다.
하지만 요금 인상은 결국 시민들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이행에 어려움이 뒤따를 것이라는 게 운수업계의 견해다. 결국 화살은 관할 부처인 국토부를 향하는 분위기다.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는 국토부가 직접 나서서 사태를 마무리 지을 필요가 있다는 여론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와 관련, 국토부 관계자는 “버스회사에 대한 지원은 지자체 사무여서 중앙에서 관여하는 게 쉽지 않다”며 “지금도 버스업체에 대한 지자체 지원 액수가 1조9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많아 오히려 버스업계의 경영 효율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누구나 버스기사가 되기를 원할 정도의 임금수준, 근로여건이 개선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사회적 논의기구를 통해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버스연합회 박근호 전무는 “현재 인력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근로시간 단축으로 임금도 최대 30%가량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보니 오히려 인력 유출이 걱정되는 상황이다”며 “경력이 부족한 운전기사들을 빨리 채용해서 배차에 넣거나 고령의 운전자를 계속 써야하기 때문에 안전문제가 발생될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박지순 고려대학교 법률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은 현실적인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사업 규모에 따라서 적용시기를 결정해버린 치명적인 오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나광국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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