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기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될 이 개정안을 두고 찬반 여론이 분분하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일가양립의 실현이 가능해졌다며 환영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일부 업종에선 피해가 불가피하다며 현실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나쁜 정책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한국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조선업계 내부에서반발의 목소리가 거세게 일고 있다. 업무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근로시간을 단축을 강요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건박 건조 마지막 단계이자 선주와의 계약 사양에 맞게 성능이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해상 시운전의 경우엔 근로시간 단축을 적용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반응이다. 해상 시운전의 경우 제품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에 근로시간을 단축하게 되면 각종 부작용 가능성에 우리나라 조선업 전체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조선업계의 중론이다. 스카이데일리가 근로시간 단축을 둘러싼 조선업계의 동향과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응 등에 대해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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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내외 악재로 불황의 터널을 걷고 있는 조선업계의 근심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일부 업무의 차질을 빚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기업 규모에 속하는 국내 조선업체 대부분은 근로시간 단축 움직임에 발맞추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도 업무 특성 상 불가피한 부분에 대해서는 탄력 운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특히 선박 건조 마지막 단계인 해상 시운전의 경우는 52시간 근무제 적용이 사실상 불가능한 업무로 꼽히고 있다. 해상 시운전은 선박 제조 과정 초기부터 블록 조립·엔진 탑재, 선원들의 거주와 선박 운항 통제실이 포함된 선실 조립, 도장작업 등을 거친 후 선주와의 계약 사양에 맞는 성능을 갖췄는지 실제 운항 조건과 동일한 상태에서 확인하는 과정이다.
한국경제 주축 조선업계,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경쟁력 저하 위기감
조선업계 등에 따르면 주 52시간 근무제를 앞두고 각 조선소들은 시운전 분야 대책반을 구성해 2교대에서 3교대로 근무체계를 개편하는 등 정책 이행을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그러나 정작 근로자들 사이에서 현실 여건상 52시간 근로가 불가능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 관계자들은 시운전까지 52시간의 근로시간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시운전은 건조된 선박을 선주에게 인도하기 전 계약서에 따라 각종 성능·기능 등을 검증하는 선박 건조의 최종 단계다. 건조된 선박이 운항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장비와 시스템들이 유기적으로 운영돼야 하므로 전문 지식을 보유한 전문가들이 시운전 기간 동안 계약사양을 시험·검증한다.
시운전은 안벽 시운전, 해상 시운전 등으로 구분된다. 안벽은 선박을 안전하게 접안시켜 화물의 하역을 행하기 위한 구조물로 시운전 시 건조된 배는 이곳에 계류함과 동시에 직종별로 성능검사가 실시된다.
해상 시운전은 계약서에 지정된 해역으로 건조된 선박을 이동시켜 상선은 최대 3주 동안 해상에서 실제 운항조건과 동일하게 각종 검사를 실시한다. 군함·잠수함 등의 특수선은 6개월~1년, 해양플랜트는 수개월 이상 소요되는 게 일반적이다.
조선업계 등에 따르면 시운전 과정에서 52시간 근로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시운전은 검증의 지속성이 관건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중간에 업무 공백이 발생하면 안된다. 군부대나 도서지역 등 해상에서 장기간 시운전을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중간에 근로자 교체도 불가능하다.
결국엔 근무체제를 2교대에서 3교대로 전환해야 하지만 전문 인력이 턱 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현재 조선업계의 제한된 인력풀과 근로자 숙련에 최소 4년 이상이 소요된다는 점에 비춰볼 때 대체인력 수급에 난항이 예상된다. 혹여 인력 수급에 성공했다해도 승선 근로자를 증원하면 안전·해난사고·거주구역 협소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업무 특성 상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셈이다. 한국경제의 한 축을 차지하는 조선업의 경쟁력 저하가 우려되는 배경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정부 지침에는 시운전 분야에 대한 어떠한 가이드라인도 제시돼 있지 않다.
술렁이는 조선업계…“전문 인력부족, 업무공백 우려 등 비상대기 연장근로 불가피”
조선업계 내부에서는 심각한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은 시운전 분야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무리한 단축이다”며 “수주 절벽에 따른 불황이 이어져 오고 있어 제품 경쟁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에 시운전 분야에 차질이 생겨 우리나라 조선업 분야의 경쟁력이 저하되지 않을까 크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관계자는 “시운전은 기상악화 시 근로자 안전을 보호하고 선박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작업을 중단하고 피항·비상대기 등의 조치를 취한다”며 “이 경우 공기 연장이 우려돼 선주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연장근로가 불가피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노하우와 경험을 가진 팀이 시운전을 진행하는데 팀 구성원이 바뀌어 버리면 인수인계 등 현장 내 소통상의 문제 발생할 가능성도 농후하다”며 “시운전은 선주 측과 동승하는 경우도 빈번한데 이 역시 소통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신뢰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시운전은 선주에게 인도 전 마지막에 시행되는 단계로 투입되는 인력들은 말 그대로 선박에 대해 모든 세부사항을 알고 있어야 하는 전문 인력이다”며 “이들을 추가 수급하는 데 어려움이 존재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시운전 근무시간에 대해서는 직원들과 임단협 등에서 논의를 거쳐 집중근무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남승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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