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 년 새 수면장애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여름철 열대야가 찾아오면 불면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이들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시장도 점차 그 규모가 커져가는 모양새다. 수면유도제를 선보인 제약업계 등 특정 산업군을 벗어나 점차 확장되는 추세다.
수면제·수면유도제 등의 경우 상담 후 처방받는 것이 필수라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비교적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수면유도제라 할지라도 무작정 섭취하는 것은 능사가 아니라 설명했다. 또한 음식조절 및 스트레스 관리 등으로도 수면장애를 물리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열대야·휴가 후유증 수면장애 호소 증가…“先 원인파악 後 복용해야”
일반인이 수면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가장 먼저 찾게 되는 것은 수면유도제다. 수면유도제는 수면제와 달리 처방전도 필요 없이 인근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면제는 주로 불안한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항불안제로 향정신성 의약품이지만 수면유도제는 불면증을 일시적으로 완화시켜주는 일반의약품이다.
특히 고질적인 수면장애를 앓고 있던 것이 아니라 열대야 혹은 해외여행 후 시차적응 등으로 인해 일시적인 수면장애를 겪는 이들은 병원을 찾기보단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수면유도제를 활용해 불면증을 극복하고자 하는 이들이 많다. 수면유도제는 디펜히드라민, 독실아민 등 항히스타민제 성분으로 만든 약이 대부분이다. 항히스타민제는 감기약에서도 흔히 사용되는 물질로 졸음을 유발하지만 중독성은 없다.
블로그나 SNS(인스타그램) 등에는 수면유도제를 복용한 후기나 외국산 수면유도제를 직수입해 판매한다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일본·독일·미국 등 해외에서 판매되는 제품이 입소문을 통해 인기를 모으고 있다.
낮과 밤이 바뀌어 ‘올빼미족’ 생활을 했다는 이미연(29·여·가명)씨는 “패션업을 그만두고 직업을 바꿔 더 이상 밤을 새지 않아도 되는데도 생활패턴을 되돌리기가 쉽지 않았다”며 “수면제보다 덜 부담스러운 수면유도제를 약국에서 구입해 먹어봤다”고 털어놨다. 이 씨는 “곧바로 잠이 드는 드라마틱한 효과는 없었으나 점차 잠드는데 수월해 져 지금은 원래 생활을 되찾은 상태다”고 언급했다.
최근 유럽을 다녀온 조은희(여·30·가명)씨는 면세점에서 미국 건강기능식품 전문브랜드 GNC의 멜라토닌을 직접 구입했다. 멜라토닌은 수면유도 물질로 밤에만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현재는 부작용걱정에 복용을 중단했다는 조 씨는 “주변에서 하도 유명하다고 하고 시차적응에 시달리는 승무원들도 많이 먹는다고 하기에 한 번 사먹어 봤다”며 “3mg은 별 효과가 없어 5mg을 먹었더니 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면보조제가 모든 사람들에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불면증의 원인에 맞게 섭취해야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카톨릭대 성빈센트병원 홍승철 교수(대한수면학회 총무이사)는 “미국에서 사오는 건 식품으로 된 멜라토닌이다”며 “멜라토닌이 분비가 잘 안돼서 불면증에 시달리는 환자들에겐 멜라토닌이 효과가 좋지만 다른 원인으로 불면증 증세가 있는 사람에겐 전혀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여름철 불면증 극복을 위해)가장 중요한 건 덥더라도 일상생활의 리듬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과도한 수분섭취와 햇빛 노출을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일정한 활동을 할 때 아데노신이란 호르몬이 축적된다”며 “아데노신은 낮에 활발히 움직일수록 많이 분비돼 몸 안에 쌓여 있다가 밤에 잠을 촉진하기 때문에 해외여행 후 피곤하다고 실내에만 있으면 생체리듬을 극복하는 데 굉장히 오래 간다”고 부연했다.
술·매운음식 등은 자제필요…스트레스는 최소화해야
실제로 여름철이 되면 불면증을 전문적으로 치료해주는 수면클리닉(의원)을 찾는 이들도 늘어난다고 한다. 자미원 한의원 허정원 원장은 “여름에는 열대야라든지 시차적응이 안돼서 찾아오는 분들이 많다”며 “하루 이틀 정도는 괜찮지만 예민한 환자는 일주일에서 한 달이 넘도록 고생하거나 몸이 약하고 열이 많은 경우엔 가을·겨울이 돼도 증상이 이어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허 원장은 “가벼운 불면증은 차(茶)와 음식만으로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초기 급성불면증이 4일 이상 지속돼 만성(불면증)으로 넘어가 버리면 치료가 필요해진다”고 말했다. 또 허 원장은 불면증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크게 5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수면환경 △식습관 △정서적원인(스트레스) △체칠적 원인 등이다.
1차적으로 수면환경을 바꾸는 것이다. 그는 문명의 이기라고 할 수 있는 에어컨을 적극 활용할 것을 권했다. 단, 잠을 자면서 켜놓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으므로 자기 전 미리 에어컨을 켜놓고 자기 전 꺼놓을 것을 추천했다.
두 번째로는 내부적으로 몸을 뜨겁게 만드는 음식인 술, 매운 음식과 더불어 흔히들 ‘먹으면 기운이 난다’고 하는 음식섭취를 자제할 것을 추천했다. 체내 온도가 올라가면 바깥온도가 일정하더라도 계속 덥다고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기름진 음식 역시 몸에 열을 만들기 때문에 수면에 방해가 된다고 부연했다.
감정적 스트레스 역시 몸에 열을 발생시키므로 스트레스를 최소화할 것을 권했다. 마지막으로 몸에 열이 많아 피부트러블, 탈모, 속쓰림, 가슴 벌렁거림 등의 증세가 있는 사람들의 경우 열대야가 되면 증세가 더 심해질 수 있기 때문에 체질적으로 열이 많은 사람의 경우 열을 가라앉힐 수 있는 한약적 치료를 병행할 것을 권하기도 했다.
수면장애 환자 급증… 새로운 치료법 속속 개발
전 세계적으로 불면증 환자수가 늘어남에 따라 불면증치료제 시장의 규모도 커지고 치료방법 역시 다양해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국내 수면장애 환자수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2013년 38만명이었던 수면장애 환자 수는 지난해 약 52만명으로 급증했다. 새로운 치료제도 속속 나오고 있다. 국내외 제약사들은 수요가 많은 만큼 계속해서 새로운 성분의 수면제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생약성분 수면제유도제 등을 내놓고 있다.
홍승철 교수는 “현재 불면증치료제로 벤조다이아제핀 계열과 졸피뎀 계열이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일부 환자들에게 수면 중 이상행동 장애 등의 부작용이 있었다”며 “최근 기면증 치료제 성분 오렉신을 역으로 억제하는 길항제가 개발됨에 따라 출시 제품도 늘고 있어 향후 졸피뎀을 대체할 유력한 치료제로 각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렉신은 수면·각성 주기를 조절하고 깨어있는 상태를 유지토록 하는 데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국내에서도 연구 성과가 있었다. 한국식품연구원은 지난 2011년 세계 최초로 해조류인 감태에서 천연 수면유도 물질을 발견했다. 2015년 감태추출물은 국내 최초로 식약처로부터 수면개선 건강기능식품으로 개별인정을 받았다.
그간 국내에서 일반식품의 형태로 판매되는 수면 건강기능식품 원료가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돼 왔으나 국내 고유 소재와 기술로 수면 건강식품이 개발됐다는 점에서 의약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최근에는 정보통신(ICT)기술을 활용한 불면증 치료수단도 등장했다. 강승걸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수면장애 관리를 위한 ‘불면증 치료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한 것이다.
길병원 측은 “지난해 정신건강의학과 강승걸 교수가 개발한 웨어러블 디바이스(착용형기기)와 연동되는 불면증 치료앱을 이용해 만성불면증 환자 19명을 대상으로 4주간 치료 프로토콜을 시행한 결과 잠들기까지 드는 시간은 짧아지고 수면의 효율은 향상됐다”고 밝혔다.
[유은주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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