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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어린이집 평가인증 제도
비리어린이집 ‘우수’ 인증 정부평가에 학부모 뿔났다
실효성·공정성 도마…평가항목 개선 및 학부모 참여 등 대안 부각
이한빛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11-14 17:02:00
어린이집의 보육서비스를 평가하기 위해 지난 2005년 도입된 ‘어린이집 평가인증 제도’가 여러 방면에서 허술함을 드러내고 있다. 아동학대나 부정수급이 적발된 어린이집이 우수한 평가를 받는가 하면 평가인증을 받은 어린이집 천편일률적으로 90점 이상을 받는 등 평가기준에 의구심을 갖게 할 만한 사례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평가를 준비하는 교사들 또한 평가지표가 과다해 업무 부담이 상당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어린이집 종사자들과 전문가들은 ‘어린이집 평가인증 제도’가 당초 취지대로 이행되기 위해서는 정량평가 중심의 평가 지표를 줄이고 정성평가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보육과 행정업무를 분리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지원과 더불어 평가인증의 공정성 강화를 위한 학부모 평가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스카이데일리가 어린이집 평가인증 제도의 현재 실태와 각종 문제점,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 등을 현장취재했다.

▲ 어린이집 평가인증의 실효성 강화를 위해 전문가들은 평가지표를 개선하고 보육업무와 행정업무를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평가의 공정성을 위해 학부모들이 평가에 참여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어린이집의 보육서비스를 평가하는 어린이집 평가인증 제도의 개선 요구가 거세게 일고 있다. 아동학대나 부정수급 행위가 적발된 어린이집의 평가 점수가 높게 나타나 평가의 공정성이 도마 위에 오르는가 하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평가지표로 교사들이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관련업계 종사자들과 보육전문가들은 교육 현장의 부담을 줄이고 평가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평가 과정에 학부모를 참여시키는 방안은 현행 제도의 다양한 문제점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아동학대·부정수급 어린이집도 서류만 잘 만들면 ‘우수’ 인증
 
어린이집 평가인증제는 보육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평가하는 제도로 지난 2005년 도입됐다. 평가인증을 신청한 어린이집에 한해 평가가 실시된다. 한 번 인증을 받으면 3년간 유효하다. 인증을 받으면 그 자체만으로 학부모들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어린이집들의 호응도는 높은 편이었다. 평가인증을 받은 어린이집은 지난 9월 기준 전체 3만9246곳 중 3만1474곳에 달한다.
 
그동안은 학부모들도 어린이집 선택의 수고를 덜 수 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어린이집 평가인증제가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내 학부모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아동학대나 부정수급 등이 적발된 어린이집의 평가 결과가 우수등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난 게 결정적 계기가 됐다.
 
정춘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한국보육진흥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아동학대가 발생한 어린이집의 평균 평가점수는 94.75점으로 대부분 ‘우수’ 등급에 속해 있었다. 보조금 부정수급으로 적발된 어린이집의 평균 점수 역시 올해 8월 기준 94.3점으로 ‘우수’ 등급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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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평가인증제는 평가인증을 준비하는 어린이집 교사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전가한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평가항목 자체가 너무 방대하기 때문이다. 평가인증은 △보육과정 및 상호작용 △보육환경 및 운영관리 △건강·안전 △교직원 등 4개 영역에서 21개 지표, 79개 항목, 123개 평가단위로 구성돼 있다. 사전에 준비해야 할 서류의 양이 만만치 않다. 교사들은 평가에 대비해 보육업무와 행정업무를 병행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박희라 기자] ⓒ스카이데일리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A어린이집에 근무하는 현지선(가명) 교사는 “평가의 대부분은 서류를 통해 확인하는 만큼 교사들이 보육 못지않게 서류 정리에 많은 시간을 쏟아 붓고 있다”며 “서류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해서 교육의 상태가 나쁘다는 뜻은 아닌데도 서류 하나만으로 모든 것이 평가되고 있어 교사들 입장에서는 보여주기식에 가까운 서류 준비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평가인증 서류준비로 인해 지난 7월부터 의무화 된 보육교사의 휴식 역시 제대로 보장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시간 근무 시 1시간의 휴식이 보장돼야 하지만 휴식 시간에 행정업무에 내몰리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B어린이집에 근무하는 성은주(가명) 교사는 “아이들 관리하고 일지 등 서류를 작성하다 보면 시간이 부족하다”며 “평가인증에 맞춰 서류 준비에 만전을 깋고 있지만 준비해야 할 부분이 많아 항상 업무에 쫓기기 마련이다”고 토로했다.
 
서류만 잘 만들면 어디나 우수 등급…아이들 돌보랴 서류 만들랴 교사들만 죽을 맛
 
현행 어린이집 평가인증제의 여러 가지 문제점이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관련업계 종사자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평가인증제의 대대적인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개선 대안으로는 전문가와 공무원 중심의 평가 방식에서 벗어나 학부모들이 참여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교육 외적인 부분 평가에 학부모가 참여함으로서 정성평가의 비중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학부모의 눈으로 정성평가 부분인 돌봄과 수업의 질을 볼 수 있을 것이다”며 “그동안의 평가는 정량평가에 집중됐는데, 학부모 참여를 통해 서비스가 제공되는 과정과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영심 숭실사이버대 아동학과 교수는 “전문성을 요하는 교육적인 부분까지는 다루지 못하지만 급식이나 안전, 위생 등과 같은 부분에서 학부모들이 평가를 한다면 충분한 대안이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학부모의 평가 참여 과정에서 불거져 나올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경계도 함께 수반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부성숙 경기대 유아교육학과 교수는 “교육을 직접 담당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충분한 지원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런 부분 없이 학부모들에 맞춰 끌려 다닐 우려가 있다”며 “교육현장에 어느 정도 자율성을 보장해 교권을 인정하고 학부모가 아닌 아이들에게 좋은 방향으로 정책이 이뤄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어린이집 평가인증 제도가 여러 방면에서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아동학대나 부정수급이 적발된 곳이 높은 평가를 받는데 대해 평가의 공정성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사진은 수도권지역 한 어린이집 모습(기사의 내용과 관련 없음) ⓒ스카이데일리
 
관련업계 관계자들은 교사들에 대한 과도한 업무 부담을 덜어주는 노력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재오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 회장은 “평가인증 기간이 되면 교사들의 업무량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심적 부담으로 이직하는 비율도 높은 편이다”며 “도입 초기와 지금의 평가 목적이 판이해져서 현장에서 많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는데 이를 반영해 매뉴얼을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호소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독일의 어린이집의 경우 원장이나 교사들은 오로지 돌봄 활동에 집중하고 사무나 행정은 법인에서 담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며 “규모가 큰 곳은 법인화를 통해 행정과 돌봄을 분리하고 규모가 작은 곳은 행정을 전담할 인력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교사의 업무 부담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평가에 대한 신뢰성 확보 방안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한국보육진흥원에서 제출받은 ‘평가인증 및 확인점검 점수표’에 따르면 지난해 평가인증에서 95점 이상 점수를 받은 어린이집은 전체의 70.5%인데 반해 이후 2243개소를 대상으로 진행된 확인 점검에선 95점 이상을 받은 어린이집은 13.2%로 나타나 큰 폭의 차이를 보였다. 확인 점검 점수가 평가인증 점수보다 낮은 어린이집은 전체의 89.4%에 달했다.  
 
김영심 숭실사이버대 교수는 “아이들의 상호작용을 평가한다고 하지만 제대로 평가가 이뤄지지 않는데다가 대부분 90점을 상회하고 있다”며 “어린이집의 규모나 질적 수준에 대한 차이가 많은데 평가지표가 그것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지방 모 대학의 유아교육학과 A교수는 “평가인증에 대한 지표만 잘 알면 좋은 평가가 나오다 보니 아동학대나 부정수급이 적발된 어린이집도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게 된다”며 “정량평가만으로는 어린이집을 평가하는 게 어려운 상황에서 인터뷰나 면담 등의 정성평가를 통해 평가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한빛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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