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간강사의 교원 지위를 보장하고 처우를 개선하는 내용을 담은 고등교육법 개정안(이하·강사법)이 국회를 통과해 오는 2019년 8월 1일 시행된다. 그런데 이 법의 시행을 앞두고 역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법 시행으로 시간강사의 설 자리가 더욱 비좁아진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일부 대학에서는 강사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대학의 재정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시간강사 해고와 강의 수, 이수학점 감축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강사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개정된 법이 오히려 강사들을 거리로 내모는 수단으로 악용되자 강사단체들은 수업의 질적 하락과 전임교원들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강사법과 재정지원 만으로 강사의 처우개선과 교육의 질 향상을 해결할 수 없다며 강사 관리기준 체계를 마련하는 방안과 대학 운영구조 개혁을 통한 투명한 재정운영 등을 통해 강사법의 정착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강사법 개정에 대한 학생, 강사, 교수 등 대학 구성원들의 반응과 함께 강사법의 성공적 운영을 위한 방안 등을 들어봤다.
|
최근 내년 8월 1일 시행을 앞둔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두고 각종 잡음이 무성하다. 당초 시간강사의 교원 자격인정과 처우개선을 목표로 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오히려 부작용만 생겨나고 있어서다. 시간강사를 고용하는 대학의 상황은 고려하지 않다보니 재정문제를 이유로 시간강사와 강의 수를 줄이는 대학들이 등장하고 있다. 법 개정으로 강사들의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지게 된 셈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전반적인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강자와 약자’ 프레임에 갇혀 섣부르게 법을 개정하다보니 오히려 법 개정의 수혜자가 피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강사법의 본래 목적인 처우개선 보장과 교육의 질 상승을 위해서는 사전에 대학의 재정 관리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집행할 수 있는 운영구조 개선과 강사들의 자격 관리 기준 마련 등이 선행됐어야 한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7년 방황 끝에 국회 통과한 강사법…시행 앞두고 강사 대량실직 사태 가능성 대두
시간강사의 처우 문제가 본격 논의된 것은 지난 2010년부터다. 조선대 시간강사였던 서정민 박사가 대학 강사들의 열악한 처우실태를 폭로하고 목숨을 끊으면서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사건 이듬해인 2011년 시간강사들의 처우개선 내용을 담은 강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됐지만 곧장 시행되진 않았다.
수혜자인 강사들이 법에 명시된 신분보장, 처우개선 방안이 미흡하다며 시행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대학들 역시 재정 부담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강사법이 다시 수면위로 올라온 것은 지난 3월 교육부가 대학·강사단체와 함께 ‘대학 강사제도 개선협의회’를 구성해 대학 강사제도 개선방안을 논의하면서 부터다.
이후 논의 내용을 토대로 만들어진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내년 8월 1일 시행이 확정됐다. 개정 내용에 따르면 앞으로 시간강사는 교원의 한 종류에 포함돼 법적 지위를 부여받게 된다. 임용기간은 1년 이상으로 정해야 하고 신규임용을 포함해 3년까지 재임용 절차가 보장된다. 방학기간 중에도 임금이 지급된다. 특히 임용계약 시 포함할 항목을 명시한 서면계약 의무화로 채용과정에서의 투명성도 보다 강화된다.
정부는 강사법의 성공적 운영을 위해 강사처우개선비 등 강사법 운영에 대한 지원에도 나섰다. 당초 정부예산안보다 삭감됐지만 강사법 시행에 필요한 강사처우개선비 288억원이 내년 예산에 책정됐다.
그런데 강사법이 채 시행도 되기 전에 취지와 정반대의 현상이 생겨나고 있다. 재정문제를 이유로 시간강사와 강의 수를 줄이는 대학들이 등장했다. 시간강사를 고용하는 대학의 상황이 고려하지 않고 법 개정을 추진한 결과로 분석된다.
현재 연세대를 비롯해 경희대, 대구대, 부산대, 서울과기대, 중앙대 등은 강사 정원을 조정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양대와 동아대 등은 실제로 시간강사 축소 방침을 밝히거나 재계약 불가 통보를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고려대에서는 얼마 전 ‘강사법 시행예정 관련 논의사항’이라는 비공개 문건이 공개되기도 했다. 문건에 따르면 ‘교과목 개설 검토위원회’를 통해 교과목을 조정하고 강사가 담당하는 교양과목 수를 조정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이에 일부 구성원들은 ‘강사법 관련 구조조정 저지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려 반대 의견을 펼쳤고 뒤늦게 대학 측은 차기 총장선거 등을 이유로 구조조정 계획을 유보했다.
문민기 대학원생 노조 고려대 분회장은 “임기 막바지인 현 집행부가 구조조정을 저지하는데 무리가 있다고 판단해 다음 집행부로 공을 넘긴 상태다”며 “내년 8월 법이 시행됐을 때 또다시 구조조정 안이 나올 수 있는 만큼 학내 구성원들이 감시하고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강사 단체들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학과의 합의가 전제되지 않을 경우 전체 강의의 30~40%를 차지하는 시간강사들의 수가 구조조정이라는 명목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교육 선택의 폭이 좁아져 최종 피해는 학생의 몫이라는 지적이다.
김진균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한교조) 성균관대 분회장은 “전체 강의의 30~40%를 맡는 강사들이 줄어들게 되면 학생과 전임교원의 부담만 늘어나 또 다른 부작용만 생겨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현직 교수들도 업무 부담 증가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했다. 이도흠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전임교수의 경우 대학행정과 사회봉사, 연구 등 여러 활동을 하고 있는데 강사들이 줄면 강의 시간도 크게 늘어나게 된다”며 “특히 대학평가 등을 이유로 연구실적에 대한 압박이 높은데 수업까지 더하라고 하면 교수들의 노동 강도만 높아져 질만 떨어질 것이다”고 피력했다.
“대학 관리기준 마련, 운영구조 개선, 정부의 실질적 지원 등 선행돼야”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다양한 접근을 통해 강사법의 본래 취지인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중점에 두고 법을 재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강사들의 교원인정·처우개선과 더불어 강사 자격을 강화하기 위한 관리 기준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수도권 A대학 학생 박희원(가명·22) 씨는 “수업평가 등을 통해 강의의 질을 가려내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강의 중에는 내용이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강사들의 입지를 지켜주는 것도 좋지만 학생들이 좋은 강의를 들을 수 있는 환경도 같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강사법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시간강사의 지원과 관리를 정부 또는 전담조직이 맡는 시간강사 풀(pool)을 마련하자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시간강사 풀이 도입될 경우 대학은 교육에 필요한 강사를 섭외·활용하고 조직은 관리를 통해 처우개선과 강사들의 질을 유지하는 역할 분담이 이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금의 대학 환경에선 강사법이 강사들을 옥죄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정부의 재정지원과 더불어 대학 자체의 체질 변화가 선행적으로 이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사교련)는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강사들의 대량해고를 우려하며 단기적 대책인 정부 차원의 지원과 더불어 사립대학의 체질을 개선하는 중장기적 방안까지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순준 사교련 이사장(동의대 교수)은 “대학법인의 재정운영에 대한 편법과 부정비리가 만연해 있는데도 일반 구성원들은 여전히 잘 모르는 실정이다”며 “최근 논란이 되는 강사 구조조정 역시 일방적으로 재정이 열악하다는 문제만 내세우며 전임교수들의 부담만 높이고 구성원 간의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정부차원의 대학평가가 이뤄지고 있지만 수업이나 학사운영에만 집중돼 있고 재정운영과 같은 근본적 진단은 소홀하다”며 “정부는 예산지원과 더불어 대학의 체질개선을 유도해 구조조정으로 압박받는 비전임 교원들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도흠 한양대 교수는 대학의 공공성 방안 마련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이 교수는 “재단과 법인이 견제 없이 대학운영에 높은 비중을 보이고 있는데 공공성 강화 등을 통한 개혁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강사고용 유지와 국가지원이라는 근본적 방안 없이 여러 제도가 난립하면 미봉책으로 전락하고 악용될 소지만 커질 것이다”고 경고했다.
[이한빛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