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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대문구 미근동에 지어진 서소문 아파트는 복개천 위에 지어진 최초의 선형식(부채꼴) 아파트이다. 1971년 지어질 당시에는 최고급아파트였으며 중앙난방식 시스템을 사용했다. 사진은 서소문아파트 ⓒ스카이데일리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7번 출구에서 나와 약 300m 정도를 직진하면 경찰청이 나온다. 경찰청을 정면으로 바라봤을 때 경찰청 건물 바로 좌측에 위치한 아파트가 서소문아파트다.
1971년 1월 23일 오진건설에 의해 완공된 이 아파트는 서울 중심부에 흐르던 하천의 굽이를 따라 복개한 곳에 지은 최초의 선형식(부채꼴 형태) 아파트로 알려져 있다.
서소문아파트는 7층 높이에 9개동, 총 128세대(상가포함)로 구성됐는데, 9개동 크기가 제각각인 것이 특징이다. 아파트 평수는 최저 39.3㎡(11.9평)부터 39.6㎡(12평), 40㎡(12.3평), 42.6㎡(12.9평), 48㎡(14.5평), 51.5㎡(15.6평), 57.8㎡(17.5평) 등 다양하다.
1층은 음식점, 카페, 미용실, 관리실 등의 상가시설로 이뤄져있으며 나머지 층은 주거시설이다. 동과 동 사이는 간격 없이 붙어있지만, 유일하게 7동과 8동 사이의 1층에는 통로가 만들어져 있다. 이 통로는 아파트 앞 통일로와 아파트 뒤편 골목길로도 출구가 나 있다.
복개천 따라 지어진 대한민국 최초의 선형식 아파트
하천을 복개해 만든 아파트이다 보니 아파트 아래에는 지금도 하천이 흐른다. 1층상가의 한 점포 주인은 “하수구를 들여다보면 그 아래로 물이 흐르는 게 보이는 데 얼마나 깊은지는 잘 모르겠다”며 “여름 장마철에는 하수구로 물이 역류할까봐 걱정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천의 굽이를 따라 복개한 땅위에 지은 서소문아파트는 초기에 200만원 남짓한 강북 최고의 아파트였다. 최고가의 아파트는 이제 최고로 오래 된 아파트가 돼 서대문구 미근동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서소문아파트는 과거 중앙난방을 사용했던 탓에 아직도 굴뚝이 남아있었다. 현재는 개별 가스보일러로 대체돼 굴뚝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지만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 아파트에서 38년간 거주하고 있다는 한 주민은 “1976년에 입주를 했는데 그때는 경유보다 싼 벙커씨유로 난방을 했다”며 “지금이야 어느 곳이든 뜨거운 물이 안 나오는 데가 없지만 당시만 해도 이 아파트는 온수도 잘 나오고 화장실이 수세식이어서 고급 아파트로 불렸다”고 전했다.
1970년 서소문아파트 분양 당시의 광고 전단지를 보면 평균매매 가격은 평당 10만원에서 11만5000원이었다. 가장 가격이 저렴한 39.3㎡(11.9평)은 127만원, 가장 비싼 57.8㎡(17.5평)는 210만4500원이었다.
인근 부동산에 문의해보니 서소문아파트 42.6㎡(12.9형) 한 채가 1억6000만원에 매물로 나와 있었고, 전세가는 7000~8000만원 사이에 형성돼 있었다.
200만원 남짓이었던 최초 분양가와 비교하면 무려 80배나 가격이 오른 셈이지만 건축연령 40년이 넘은 오래된 아파트이기 때문에 서울의 도심에 위치한 아파트치고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준이라는 게 부동산의 평가다.
▲ 서소문아파트는 선박에 많이 사용되는 벙커씨유를 사용해 난방을 했다. 지금은 개별 가스보일러 난방으로 모두 교체되고 굴뚝만 남아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사진은 서소문아파트 옛 굴뚝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부동산 관계자는 “7층짜리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지 않아 상부층의 경우 오르내리기가 불편해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이런 이유로 상부층 매매가는 점차 떨어지는 추세다”고 말했다.
과거 TBC 인근에 위치해 방송인이 많이 살았던 최고급 아파트
지난 1980년 전두환 전 대통령이 언론통폐합을 하기 전까지 이 아파트 근처에는 동양방송(TBC)이 있었다. 방송국 가까이에 있다 보니 방송 종사자들이 서소문아파트에 많이 살았다고 한다.
1층의 한 점포 주인은 과거 입주민 중에서 영화평론가 김종원을 떠올렸다. 그는 “옛날에는 이 아파트에 연예인들이 자주 들락날락거렸다”며 “상당수가 김종원씨에게 시나리오를 받기 위한 목적이었던 것으로 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동양방송이 없어지고 난 뒤에는 연예인들이 하나 둘 떠났다”고 전했다.
서소문아파트 관리실 경비원은 “지금은 아파트가 노후 됐지만 1970년대에는 서울 시내에서 이 아파트를 따라올 만한 아파트가 없었다”며 “강남이 평당 100~200원짜리 논이었을 당시에 이 아파트 가격은 평당 10만원이 넘었다”고 말했다.
재건축 없이 43년 간 한자리를 지켜온 서소문 아파트는 외부 페인트칠이 많이 벗겨져 있는 모습이었다. 낡고 허름한 외관은 아파트 주변으로 새로 지어진 빌딩들의 깨끗한 모습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 과거 서소문아파트 근처에는 동양방송(TBC)이 있다 보니 방송 종사자들이 이곳에 많이 살았다고 한다. 사진은 서소문아파트 상가 스카이데일리
1층 상가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겉보기와는 달리 건물 뼈대가 워낙 튼튼해 무너질 염려는 전혀 없다”며 “액자를 걸기 위해 못을 박을 때도 잘 안 들어가서 애를 먹을 정도다”고 말했다.
이어 “겉모양은 낡았어도 집 내부는 각 가구마다 수리를 해서 새 집처럼 말끔하다”며 “주민들 모두가 외벽 페인트칠에 대한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으나 비용 부담 때문에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주민들에 따르면 안전성은 둘째 치고 오래된 아파트인 만큼 수도관에서 물이 새고 겨울에는 소화전이 터지는 등 적지 않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아파트 관리소측은 “누수 염려가 있어 해마다 옥상에는 방수공사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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