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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캄보디아에서 전해진 비보가 우리 국민의 마음을 슬프고 무겁게 한다. 낯선 땅에서 꽃다운 스물 두 살 젊은 대학생의 삶이 무참히 꺾였다는 소식은 우리 사회가 청년 세대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가혹한 성적표다. 사건은 표면적으로 현지 범죄조직과 국내 유인책의 결탁이라는 전형적인 해외 취업 사기 형태를 띠고 있다. 하지만 이 비극의 이면에는 이 땅의 청년들이 스스로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현실이 도사리고 있다. 우리 사회는 왜 젊은이들을 스스로 지옥행 비행기에 오르도록 하는가. 이 근원적인 질문에 이제는 답해야 할 때다.
지난 3년 사이 캄보디아와 동남아 등 위험 지역에서 ‘고수익 알바’나 ‘통장 매매’ 같은 달콤한 미끼에 현혹되어 납치·감금당하는 한국 청년들의 사례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났다. 외교부에 따르면 해외 납치 신고 건수는 2022~23년 연 10~20건 수준에서 2024년 220건, 그리고 2025년 8월까지 330건이라는 충격적인 속도로 폭증했다. 불과 3년 만에 약 30배로 늘어난 이 숫자는, 단지 국경 너머의 치안 문제로만 볼 수 없다. 우리 청년들의 경제적 절망이 얼마나 깊은 심연에 도달했는지를 드러내는 척도로 읽어야 한다.
청년 세대를 이처럼 위험한 선택으로 내모는 구조적 원인은 명확하다. 우선, 희망이 증발된 청년 노동시장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극심한 취업난을 뚫는다 해도 기다리는 것은 저임금과 불안정한 고용 형태뿐인 경우가 다반사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기성세대의 주문이 공허한 메아리가 된 현실에서, 이들은 미래에 대한 극심한 불안과 함께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이 불안과 절망이 바로 ‘단 며칠 만에 고액을 번다’는 허황된 약속에 목숨까지 걸게 만드는 심리적 덫이 되는 것이다. 니체는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해줄 뿐이다”고 했지만, 우리 청년들에게는 그 고통이 오히려 자신을 파괴할 위험을 선택하게 만드는 유혹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디지털 익명성의 늪에서 작동하는 첨예화된 범죄 수법 역시 비극을 부르는 덫이 된다. 국내 모집책들은 SNS나 오픈채팅 등 비공식적이고 은밀한 채널을 통해 청년들을 낚는다. “현지에 가면 통장을 비싸게 사준다”는 식의 기만적인 제안은 디지털 정보에 무방비 상태인 청년들에게 빠르게 침투한다. 익명성에 기댄 허위 구인광고와 최신형 온라인 사기 수법에 피해자는 함정에 빠지고, 위험을 인지하는 순간 이미 탈출을 시도할 틈조차 없는 상황에 갇히고 만다.
이 비극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우리는 더 이상 머뭇거릴 수 없다. 해법은 ‘즉각적인 행동’과 ‘구조적인 처방’이라는 ‘투 트랙’ 전략을 동시에 가동하는 데 있을 것이다.
당장 시급한 것은 실효성 있는 범죄 대응 시스템의 구축이다. 외교부는 청년층이 주로 접속하는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하여 ‘위험 국가’ 알림 체계를 실시간으로 운영하고, 해외 취업 사기의 신종 수법에 관해 주기적으로 교육해야 한다. 이는 단순 경고 차원이 아니라 출국 전후의 사전·사후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는 적극적인 보호 단계로 이어져야 한다. 나아가 해외 범죄조직과 연계된 국내 모집책들은 사실상 인신매매범으로 간주하고 현재보다 훨씬 강력한 법적 제재를 가해 근원부터 단절해야 한다. 경찰과 외교 당국 간의 국제 수사 공조 시스템 개선도 필수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또한, 학교와 공공기관에서도 청소년을 대상으로 디지털 사기 예방 및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의무화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하고 장기적인 처방은, 청년들을 위험으로 내모는 구조적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저임금과 불완전 고용이 만연한 청년 노동시장에 대한 근본적인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젊은이들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과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고용 안정 정책을 확립하는 것이 국가의 최우선 과제여야 한다. 젊음이 위험한 유혹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의 희망이자 안전하게 보호받아야 할 가치임을 증명해 보여야 한다.
캄보디아에서의 비극은 청년들의 사회 진입 불안, 고립, 기회 부족이라는 구조적 모순이 누적된 결과다. 젊은이들이 이 땅에 발붙이고 살아갈 최소한의 기회마저 박탈당할 때, 그들은 결국 어둠 속에서 위험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 전체가 이 절망의 신호를 무시하고 몇몇 불운한 청년의 개인적 비극으로만 보아 넘긴다면, 제2·제3의 비극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이제는 사회가 나서서 청년들에게 ‘살아갈 이유’와 ‘안전한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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