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에서 6일 오후 비트코인(BTC) 오지급 사고가 발생해 시장이 크게 흔들리면서, 내부통제 공백을 둘러싼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즉각 움직였고 빗썸은 사고 수습과 신뢰 회복을 위해 보상과 재발 방지 대책을 동시에 내놓고 있다.
‘없는 코인’ 논란… “거래소는 포인트로 체결”
이번 사건을 둘러싼 논쟁은 ‘없는 코인이 찍힌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번졌다. 그러나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거래소의 체결 구조를 근거로 들며, 결을 달리 봤다.
박 센터장은 9일 본지에 “거래소 화면에서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비트코인은 네트워크 상 ‘진짜 비트코인’이 아니라 내부에서 포인트로 바꾼 뒤 포인트끼리 매매가 일어나는 구조”라며 “진짜 비트코인을 그대로 사고팔면 전송과 확정에 시간이 걸려 지금처럼 실시간 거래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제는 출금 때 진짜 비트코인이 나간다는 점”이라며 “이번 사고를 ‘없는 코인을 만들어 거래했다’로 단정하기보다, 포인트화된 잔고를 잘못 반영한 실수가 어떤 경로로 매매까지 이어졌는지 통제 장치를 따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건의 발단은 ‘랜덤박스 이벤트’ 당첨금 지급 과정이었다. 빗썸은 당첨자에게 현금 2000원 수준의 포인트를 지급하려 했지만, 담당자가 지급 단위를 ‘원’이 아닌 ‘BTC’로 잘못 입력하면서 일부 이용자 계정에 비트코인 2000개가 지급됐다.
빗썸은 약 20분 뒤 이상 징후를 인지한 뒤 거래·출금 제한 등 긴급 조치에 들어갔다. 그러나 과다 반영된 잔고를 본 일부 이용자가 시장가 매도에 나서면서 빗썸 내 비트코인 가격이 단기간 급락하는 ‘플래시 크래시’ 양상이 나타났고, 호가 공백과 비정상 체결이 동반됐다.
이번 사고가 남긴 쟁점은 “실수” 그 자체보다 “가능했던 구조”다. 단위 오입력이라는 단순 실수에서 출발했지만, 전산상 고객 계정에 대규모 수량이 반영됐고 매매까지 이어졌다는 점이 불안을 키웠다.
아울러 시장에서는 ‘장부거래 의혹’도 고개를 들었다.
실제 블록체인 상에 비트코인이 존재하지 않아도 거래소 내부 데이터베이스 숫자만 바꾸면 이용자 화면에는 코인이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고, 그 상태에서 거래 시스템이 이를 정상 자산처럼 처리하면 가격이 급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거래소 보유량을 넘어서는 수량이 화면에 찍힐 수 있으면, 장부 숫자만으로 시세를 흔들 여지도 남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이 대목에서 2018년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가 다시 소환된다. 당시 존재하지 않는 주식이 전산 입력 오류로 직원 계좌에 대량 입고됐고, 시장이 큰 혼란을 겪었다. 이번 사태도 “전산 실수 하나가 시장 가격과 투자자 체결을 흔든다”는 점에서 구조적 닮은꼴을 지닌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자들은 “수십조 원 규모로 확대 해석될 수 있는 버튼 하나에 세이프가드가 작동했는지”를 묻는다. 통상 대규모 자산 이동이나 지급에는 다중 결재, 이상거래 탐지, 자동 차단 같은 장치가 따라야 하는데, 리워드 지급 시스템이 단순 오타를 걸러내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회수·보상·재발방지… 당국 “전 거래소 점검”
빗썸은 사고 이후 고객 자산 정합성을 100% 이상 확보했다고 밝혔다. 사고 당일 오지급된 비트코인의 99.7%를 회수했고, 이미 매도돼 회수하지 못한 0.3%(1788 BTC)는 회사 보유자산을 투입해 고객 예치 자산과 거래소 보유 자산 간 정합성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보상도 확대했다. 빗썸은 고객 보상 차원에서 7일간 전체 거래 수수료를 0%로 적용한다. 적용 기간은 9일 0시부터 15일 23시59분까지이며, 빗썸에서 거래를 지원하는 모든 가상자산이 대상이다. 다만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거래유의종목으로 지정된 가상자산은 제외하고, 별도 신청 없이 자동으로 적용한다. 해당 기간 제출된 주문에 수수료 0%를 적용한다.
빗썸은 이와 함께 사고 당시 앱·웹 접속 고객에게 2만원을 지급하고, 사고 구간(2월 6일 19시30분~19시45분) 저가 매도 고객에게는 매도 차액 전액과 10% 추가 보상(총 110%)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재발 방지책도 내놨다. 빗썸은 이벤트·정책성 지급 과정에서 고객 자산과 회사 자산을 상호 검증하는 절차를 강화하고, 자산 이동 및 리워드 지급에 2단계 이상의 다중 결재를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비정상 수치나 거래를 감지하면 즉시 차단하는 이상거래 탐지·자동 차단 AI 시스템(세이프가드)을 24시간 가동하고, 글로벌 보안 전문 기관을 통한 외부 정밀 진단을 실시한 뒤 결과도 공개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남은 쟁점은 ‘현금화한 이용자’가 존재할 때 회수가 어디까지 가능한가다. 은행 착오 송금과 달리 가상자산은 회수가 어렵다는 인식이 강하고, 과거 착오 이체된 가상자산을 임의 처분한 사례에서 형사 판단이 엇갈렸다는 점도 다시 회자된다. 민사 절차로 다투는 길은 열려도, 시간과 비용이 부담으로 남는다는 우려가 따른다.
시장 반응은 거칠다. “본질은 내부통제 실패”라는 비판이 확산했고, “없는 자산이 찍힌 것처럼 보인 순간 자체가 신뢰를 무너뜨렸다”는 말도 나온다. 반면 “거래 제한과 보상까지 포함한 대응이 빨랐다”는 평가도 공존한다. 빗썸이 약속한 프로세스 재설계와 다중 결재, AI 자동 차단, 외부 진단 공개가 실제로 작동하는지 여부가 향후 신뢰 회복의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앞서 금융위는 7일 긴급 점검회의를 열어 가격 급락에 따른 이용자 피해 보상방안을 논의했고, 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FIU·금감원과 함께 점검회의를 이어가며 사태 진행 상황과 제도개선 필요사항을 다뤘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회의에서 추가적인 이용자 피해 발생 여부, 금감원의 현장점검 진행상황, 가상자산시장 동향을 계속 모니터링하라고 지시했다. 금융위·FIU·금감원은 빗썸뿐 아니라 모든 거래소의 내부통제 전반을 점검하고 적절한 내부통제 체계를 마련하라는 주문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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