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백화점은 일제강점기 당시 생겨났다. 1930년 10월 문을 연 미쓰코시백화점 경성점이 바로 그것이다. 이곳은 해방 후 동화백화점이란 이름으로 운영되다 1963년 삼성그룹에 흡수 돼 ‘신세계백화점’이란 이름을 갖게 됐다. 현재 남대문 신세계백화점 본점 본관이 과거 일제강점기 당시 건물이다. 신세계백화점은 갖은 이력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바겐세일이 실시(1967년)된 백화점이며 국내 최초로 신용카드를 발급(1969년)한 곳이기도 하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1991년 삼성그룹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했고 1997년 공식적으로 계열분리 됐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5녀 이명희 회장이 그룹을 이끌고 있다. 지난 2001년 신세계백화점에서 ‘신세계’로 사명을 변경한 신세계는 기존 백화점과 대형할인마트 ‘이마트’ 등을 중심으로 종합유통그룹으로 거듭난 상태다. 신세계그룹의 후계자로는 이 회장의 장남 정용진 부회장이 유력한 상황이다. 정 부회장은 평소 “유통업의 미래는 ‘마켓쉐어(Market share, 시장점유율)’보다 소비자의 일상을 점유하는 라이프쉐어(Life share, 제품의 활용정도)를 높이는데 달렸다”고 강조할 만큼 유통업에 대한 신념이 확고하다. 또, 지난해부터는 인문학 부흥 프로젝트 ‘지식향연’을 개최하고 직접 강사로 나서는 등 사회적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최근 신세계의 서울 시내면세점 진출을 이끌었다. 기존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의 특허 만료에 따라 치러진 재심사 입찰 경쟁에서 기존 운영사 SK그룹을 제치고 면세 특허를 확보한 것이다. 이에 따라 신세계는 백화점·대형마트 중심의 유통구조에서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라 불리는 면세점까지 종합유통그룹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는 평가다. 스카이데일리가 종합유통그룹으로 입지를 강화하게 된 신세계그룹과 정용진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후계구도 등을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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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신세계그룹이 면세 특허를 확보하면서 종합유통그룹으로서의 거듭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함께 신세계 전반의 사업을 이끌고 있는 정용진 부회장의 향후 승계 작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서울 시내면세점 유치에 성공한 신세계그룹이 종합유통그룹으로써의 입지를 강화하게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면세점을 비롯해 신세계 그룹 전반을 사실상 이끌고 있다는 평가의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후계입지 역시 탄탄해졌다는 평가다.
신세계그룹의 경우 주식회사 신세계와 이마트가 지주사격이다. 두 곳을 중심으로 나머지 계열사들이 나눠져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6일 기준 이명희 회장, 정 부회장,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이 보유한 양사의 지분율은 동일하다. 각각 이 회장 18.22%, 정 부회장 7.32%, 정 부사장 2.51% 순이다.
정 부회장이 차기 신세계그룹의 총수가 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인 가운데 승계 과정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 부회장과 정 부사장은 지난 2006년 부친인 정재은 명예회장으로부터 약 7000억원 가량의 주식을 증여받았다. 당시 이들 남매는 신세계 주식 56만여주를 증여세 명목으로 국세청에 납부하며 재계의 귀감을 샀다.
증권가 안팎에서는 모친인 이 회장의 주식 증여 과정에서 이 같은 모습이 재현되기 힘들 것이란 반응이다. 신세계 혹은 이마트 주식을 통해 증여세를 납부할 경우 지배력 약화가 우려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정 부회장이 과반 이상(52.08%) 보유한 광주신세계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는 모습이다.
7월 고배 後 서울입성 성공 신세계…명실상부 종합유통 강자 이뤄내나
지난 14일 관세청은 특허만료를 앞둔 서울·부산 등 4곳의 시내면세점과 1곳의 충남 신규면세사업자 면세 특허 입찰 심사결과를 발표했다.
충남 신규 면세사업자로는 디에프코리아가 선정된 가운데 기존 특허만료 면세점 중 서울 롯데면세점 본점과 부산 신세계면세점을 제외한 두 곳의 운영사가 교체됐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SK워커힐면세점의 특허 종료가 결정됐으며 이 두 곳을 대신해 각각 두산과 신세계가 새 면세사업자로 선정됐다.
▲ 자료: 관세청,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각 사. ⓒ스카이데일리
유통업계는 이번 심사발표의 진정한 승리자는 신세계라는 분위기다. 부산 면세점 수성에 성공한데 이어, 고대했던 서울 시내면세점까지 획득했기 때문이다. 신세계는 지난 7월 신규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 당시에는 HDC신라면세점과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당초 면세점 사업 분야에서 신세계의 입지가 크지 않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남대문 본사를 주축으로 한 서울 시내면세점 공략에 성공하게 되면서 신세계는 종합유통그룹으로써의 자존심을 지키게 됐다.
신세계의 면세점 시장점유율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비해 뒤쳐졌다.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28.7%, 20.3%를 기록했다. 대형마트 1위, 백화점 3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신세계면세점의 업계점유율은 7월 기준 3.3%에 불과했다.
정 부회장은 이달 초 신세계그룹 신입사원 연수에서 그가 구상하는 면세점에 대해 언급했다. 당시 그는 “오직 신세계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어매이징한 콘텐츠로 가득 찬 세상에 없던 면세점을 선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통재벌 트랜드 ‘아울렛’ 선두주자…스타벅스, 커피전문점 열풍 이끌어
정 부회장은 그동안 ‘차별성’을 강조한 새로운 사업에 두각을 나타냈다. 대표적인 것이 아울렛사업이다.
롯데·현대백화점 등 유통 대기업들이 최근 아울렛사업에 속속 진출하는 등 유통재벌의 트랜드가 된 아울렛시장에 정 부회장이 손을 댄 것은 지난 2005년이다. 정 부회장은 사이먼프로퍼티그룹과 합작해 신세계사이먼을 지난 2005년 6월 설립했고 지난 2007년 여주에 ‘신세계사이먼 프리미엄아울렛’을 오픈했다.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스카이데일리
사이먼의 ‘프리미엄아울렛’은 세계적인 아울렛 체인이다. 주로 대도시 도심에서 차량으로 1시간 안팎의 거리에 있는 인근 위성도시에 입점하는 것이 특징이다. 미국 내 279개, 한국·일본·말레이시아·캐나다·멕시코 등 16개 매장을 현재 보유하고 있다. 체인의 본점격인 뉴욕주 우드버리아울렛의 경우 세계 유일의 샤넬 아울렛 매장이 입점한 것으로 유명하다.
정 부회장이 미국 유학 중 체험한 프리미엄아울렛의 국내 도입은 대성공이었다. 주말이면 여주 일대 교통이 혼잡해질 정도로 ‘명품아울렛’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끊이질 않았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신세계는 지난 2011년과 2013년 각각 파주와 부산에 추가 출점을 시킨 상태다.
명품아울렛 시장진출은 정 부회장이 미국 유학 때부터 구상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신세계가 현재 100% 직영점 방식으로 운영 중인 스타벅스 역시 유학생활을 바탕으로 도입한 사업이다.
신세계 측은 스타벅스 본사와 각각 50%씩 출자해 지난 1997년 스타벅스커피코리아를 설립했다. 이후 1999년 이화여자대학교 앞에 국내 최초의 스타벅스 매장이 탄생했다.
스타벅스는 국내 커피전문점 열풍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세계 측은 현재 700여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서울의 경우 세계에서 가장 많은 스타벅스 매장(284개)이 있는 도시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경영능력 검증 끝나”…정 부회장의 ‘광주신세계’ 주목받는 까닭
신세계 안팎에서는 정 부회장이 차기 총수가 될 것이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경영능력 뿐만 아니라 대중 이미지도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 2008년 임직원들과 함께 태안기름유출사고 현장에 방문해 기름제거 봉사활동에 나섰으며 지난해부터 인문학프로젝트 ‘지식향연’을 개최하면서 인문학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신세계 관계자는 “이마트와 신세계 중심의 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당초 정용진·유경 남매가 각각 나눠서 경영하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시각도 존재했다”면서 “지분, 경영능력, 상징성 등을 종합했을 때 사실상 정용진 부회장이 차기 총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2015년 11월 9일 기준.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증권가 안팎에서는 정 부회장이 보유한 광주신세계가 후계의 해법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광주신세계는 정 부회장이 52.08%, 신세계가 10.4%의 지분을 보유한 상태다. 정 부회장은 신세계, 이마트, 광주신세계를 제외한 그룹 내 계열사 지분은 3분기 기준 신세계건설 0.8%, 신세계아이앤씨 4.31%, 신세계인터내셔날 0.11% 등이다.
한 증권가 애널리스트는 “이명희 회장 보유 주식이 상당한 만큼 정 명예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을 때처럼 보유주식으로 상속세를 내게 될 경우 그룹 지배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정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광주신세계를 활용한 후계 작업이 가장 설득력 있는 시나리오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만약, 이명희 회장이 광주신세계에 보유 주식을 증여하는 방식으로 지분정리를 하거나 인수합병을 통해 광주신세계는 그룹의 지주사가 되며 정 부회장의 지배력 역시 한층 견고해 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정 부회장이 미국 출장에 올랐다. 정 부회장의 출국은 면세점 발표가 난 시점과 일치한다. 신세계 측은 “일정 및 방문목적 등에 대해서는 모른다”며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유명 카페·도너츠·디저트 등을 탐방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는 정 부회장이 서울 시내면세점을 성공시킨 직후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미국 출장길에 오른 것으로 내다보는 상황이다. 19일 오전 정 부회장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리는 자체상표 박람회에 참석한 사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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