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의 시작이 트럭 한 대였다는 사실은 유명한 일화다. 일제강점기 당시 목탄차 엔진 수리를 전문으로 하는 공업사를 운영했던 창업주 조중훈 회장은 해당 공업사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받은 보상금과 모은 돈을 합해 트럭 한 대를 구매했다. 그 한 대의 트럭으로 차린 것이 바로 ‘한진상사’다. 오늘날 재계 9위의 한진상사의 시발점이 바로 그 한 대의 트럭이었던 셈이다. 창업 5년 만에 트럭 30대, 화물운반선 10척을 보유한 운송전문회사로 성장시킨 조 회장은 지난 1969년 국영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해 국내 첫 민영항공 ‘대한항공’을 출범시켰다. 한국항공대학교, 인하 공대 등을 인수해 정석학원을 설립하며 후진양성에도 힘썼던 그는 1999년 4월 경영일선에서 물러났고 2002년 11월 82세의 일기로 타계했다. 그의 빈자리는 장남 조양호 회장이 물려받았다. 한진그룹의 지주사 전환 작업이 막바지에 치닫고 있다. 동시에 점차 조양호 회장의 뒤를 이을 ‘3세대 경영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최근 부각되는 것이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이다. 대한항공이 ‘미래먹거리’라 소개하는 항공우주사업을 맡고 있는 조 부사장은 최근 해당 사업의 실적 상승으로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상태다. 스카이데일리가 한진그룹의 후계구도와 조원태 부사장의 항공우주사업 등을 취재했다.
|
▲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을 이끌고 있는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이 한진그룹의 차기 총수자리에 한 발 다가섰다는 평가다. 당초 여자 형제들에 비해 경영능력이 다소 부족하다는 평을 들었던 조 부사장은 항공우주사업의 실적향상과 조양호 회장의 신뢰를 바탕으로 후계자가 될 거라는 전망이다. 사진은 한진그룹 본사 ⓒ스카이데일리
한진그룹 지주사 전환의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조양호 회장 외 특수관계자가 30.19%를 소유한 지주사 한진칼을 중심으로 한 그룹 개편작업이 마무리에 접어들면서 후계구도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지는 상황이다.
후계는 조 회장의 3남매 조현아(42)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40)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33) 전무 등이 주인공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장남 조원태 부사장이 적통을 이을 ‘왕관’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다.
이 같은 전망의 배경으로는 조 부사장이 지난해 3월 한진칼 대표이사에 선임됐다는 점이다. 조 부사장은 누나 조 전 부사장과 동생 조 전무에 비해 경영능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지주사 대표이사로 선임됐다는 점에서 조 회장의 후계자 구상에 조 부사장이 한발 가까워졌다는 분석이 나오게 된 것이다.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2015년 12월 2일 기준)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조양호 회장 지배력 여전히 굳건 후계관심 증가…3남매 지분은 비슷
한진그룹의 지주사 전환 개편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6월 한진칼이 정석기업 투자부문 합병을 완료하면서 현재 마무리단계다.
현재 한진그룹의 지배구조는 조양호 회장과 오너일가가 한진칼을 지배하고 한진칼이 정석기업, 대한항공, 한진 등 자회사를 지배한다. 또 대한항공 등 자회사가 한진해운, 한국항공 등 손자회사를 지배하는 구조로 개편됐다.
한진칼과 정석기업 간 상호출자(한진칼→정석기업 48.27%, 정석기업→한진칼 0.37%)를 해소하는 등 일부 개편작업을 거치면 한진그룹은 완벽한 지주사체제로 전환이 가능해진다.
지주사전환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후계구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지주사에 대한 지배력 확보만으로 그룹의 패권이 좌지우지되기 때문이다. 또한 1949년생으로 올 해 만 66세의 조 회장의 나이 또한 한몫했다. 회장직에서 은퇴하기 이른 나이지만 후계자 선정을 해둘 타이밍이라는 것이다.
한진그룹의 지배력의 핵심은 조양호 회장 중심이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달 6일 기준 조 회장은 지주사 한진칼 17.83%, 한진 6.87%, 정석기업 27.21%, 대한항공 0.01% 를 확보한 상태다. 지주사 한진칼은 한진·정석기업·대한항공의 지분 21.63%, 48.27%, 31.0%를 각각 보유했다.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유력한 후계 후보자로는 조 회장의 자녀들이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등이다. 한진 안팎에서는 장남 조원태 부사장을 가장 유력한 후보로 내다보고 있다. 조 부사장이 지난해 3월 한진칼 대표이사에 선임된데 이어 자녀들 중 유일하게 대한항공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이 관측의 배경이다.
이들 3남매가 보유한 지주사 및 계열사 지분은 엇비슷한 수준이다. 지난달 6일 기준 지주사 한진칼의 경우 조원태 부사장이 131만4532주 2.49%를 보유해 131만3097주 2.49%를 보유한 누나 조현아 전 부사장과 131만716주, 2.48%를 보유한 동생 조현민 전무를 근소하게 앞선 상황이다.
한진 지분 0.03%(4000주)씩 보유한 이들 3남매는 유니컨버스의 지배력에는 다소 차이가 난다. 유니컨버스는 조 회장과 3남매가 100% 보유한 회사다. 조양호 회장이 5.54%를 보유한 가운데 현아·원태·현민 3남매가 각각 27.76%, 38.94%, 27.76% 보유한 상태다.
“사업능력 떨어져…장남 어드밴티지” 시험대 위 조현태 ‘항공우주사업’ 활짝
▲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 [사진=뉴시스]
일각에서는 조원태 부사장이 누나와 여동생에 비해 경영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비록 땅콩회항 사건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상태지만 조현아 전 부사장이 대한항공 서비스 향상에 기여한 바가 크고 동생 조현민 전무 역시 대한항공 광고와 진에어 성장과정에서 보여준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이다.
세간의 지적은 지난해 3월 조 부사장이 한진칼 대표이사에 선임되면서 유독 부각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조 부사장은 후계자가 되기 위해 경영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숙제를 안게 됐다.
시험대 위의 조 부사장이 ‘항공우주사업’을 통해 그를 향한 의심의 눈초리를 불식시킬 수 있을 전망이다. 그가 이끄는 항공우주사업이 톡톡히 제 역할을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항공우주사업은 항공기 제조판매 및 정비업 분야다. 대한항공은 유인기 제작경험을 바탕으로 무인기 완제기 제작업체로 입지를 굳힌다는 계획이다. 무인기는 군 정찰용이다.
이 사업은 대한항공이 진행 중인 사업 중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성장세는 여타 사업부문보다 도드라진다. 항공우주사업은 지난 2010년 매출액 3429억원(4367억원), 영업이익 12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7965억원의 매출액과 93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4년 만에 매출액은 232.3%, 영업이익은 764.8% 성장한 것이다.
지난 3분기까지의 실적도 준수한 상황이다. 특히 영업이익이 놀라운 수치다. 항공우주사업부문은 3분기까지 7098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해 대한항공 전체 매출액의 7.9%에 그쳤으나 영업이익은 1258억원을 기록해 대한항공 전체 영업이익의 26.4%를 차지했다.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대한항공의 핵심사업인 항공운송사업이 전체 매출액의 88.5%, 영업이익의 65.2%를 차지한 것을 감안하면 항공우주사업의 결과는 놀라운 수치다. 여름성수기 전인 2분기까지의 영업이익 비율은 항공우주사업(46.8%)이 항공운송사업(40.9%)을 앞지르기도 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우주사업의 장점은 항공운송에 비해 안정적인 수익이 발생한다는 점이다”며 “항공운송의 경우 메르스·테러 등의 외부 요인에 의해 리스크가 크다는 점에서 항공우주사업에 비해 메리트가 크다고 할 수 있다”고 전했다.
대형 여객기 제작사의 주요부품을 납품하면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부문은 최근 무인기 제작에 열을 올리는 상황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항공우주사업은 대한항공의 미래먹거리 사업인 만큼 더욱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다”고 전했다.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