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년 전통의 두산그룹은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기업이다. 두산의 모태는 지난 1896년 8월 서울 종로에 문을 연 ‘박승직상점’이다. 박승직 창업주는 부인 정정숙 여사가 만든 대한민국 최초의 화장품 ‘박가분’의 인기를 통해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오늘날 두산그룹의 모습을 갖춘 이는 창업주의 장남 박두병 초대회장이다. 그는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인이 경영하던 소화기린맥주회사를 광복 후 인수해 ‘동양맥주’를 설립했으며 이후 두산산업, 동산토건, 두산기계 등을 설립하며 세를 키웠다. 1973년 별세한 박 초대회장의 뒤를 이은 것은 정수창 전 회장이다. 정 전 회장은 세습 경영이 일반화된 한국에서 평사원으로 동양맥주에 입사해 그룹 전문경영인 회장까지 올라 신화적 인물로 평가받았다. 정 전 회장의 뒤를 이은 것은 박두병 회장의 자제들이었다. 이들은 ‘형제경영’이란 새로운 승계방식을 통해 오늘날까지 그룹을 이끌고 있다. 장남 박용곤 명예회장부터 현재 두산그룹의 총수 5남 박용만 회장까지 30년 넘게 이어오는 중이다. 현재 두산은 4세 경영체제를 앞두고 있다. 박정원 두산 회장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오른 가운데 최근 롯데를 밀어내고 획득한 면세점 사업 전면에 박서원 전무가 등장하면서 향후 두산의 승계방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다. 스카이데일리가 두산그룹과 4세 경영 전망 등을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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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그룹은 지난달 면세점 1위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특허권을 획득했다. 면세사업에 첫 발을 내딛게 된 것이다. 두산은 면세점 사업에서 마케팅이 차지하는 역할이 크다고 판단하고 박용만 회장의 장남이자 ‘광고맨’ 박서원 전무를 전면에 배치한 상태다. ⓒ스카이데일리
지난달 시내면세점 사업에 진출한 두산그룹이 박용만(60) 회장의 장남을 전면에 내세웠다. ‘광고맨’ 박서원(36) 오리콤 부사장을 그룹 지주사 면세전략담당 전무로 임명한 것이다.
동현수(59) 사장과 투톱으로 동대문 두산타워 시내면세점을 이끌 것으로 전망되는 박 전무의 인사 소식에 재계 안팎이 주목하는 분위기다. 중공업·인프라 사업 위주로 개편을 마친 두산이 ‘면세점’을 미래먹거리로 낙점한 가운데 전면에 현재 회장의 장남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두산의 후계구도가 바뀌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창업주 3세 형제들이 연달아 회장직을 맡아 온 두산이 4세 경영체제를 앞둔 상황에서 변화를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 것이다.
결국 성공 ‘두산면세점’…개편후 계열사 실적부진 ‘캐시카우’ 면세점 기대
두산그룹이 지난 9월 두타 쇼핑몰 내 면세점을 유치하겠다고 발표했을 때만 해도 의외라는 반응이 주를 이었다. 앞선 7월 진행된 신규 서울시내면세점 입찰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두산이 중공업 및 인프라 사업에 집중했다는 점도 면세점 사업 진출에 의구심을 드러낸 대목이었다. 두산은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OB맥주, 버거킹, 폴로, KFC, 두산동아 등 소비재 중심이 그룹의 주요 사업이었으나 이들을 차례로 매각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두산동아와 KFC의 매각을 끝으로 중공업·인프라 중심으로 그룹을 개편했다.
일각에서는 유통사업을 전문적으로 하는 롯데, 신세계 등에 밀려 고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으나 결국 두산은 동대문에 첫 시내면세점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두산이 가져온 특허가 면세점업계 1위의 롯데라는 점에서 두산의 저력을 향한 갈채가 쏟아지기도 했다.
▲ 자료: 한국면세점협회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두산의 면세사업은 일종의 미래먹거리로 평가받는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공업 및 인프라사업 전반이 침체하면서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두산건설 등 주력계열사들의 수익이 감소하고 현금 유동성 문제 등이 발생했는데 이를 면세점을 통해 만회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국내 면세점 시장은 최근 빠르게 성장을 거듭해 왔다. 지난 2012년 52억7000만달러였던 시장규모는 지난해 74억달러로 성장했다. 두산 면세점이 입점하게 될 동대문의 경우 서울의 대표적인 관광지다. 서울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동대문은 명동에 이어 외국인관광객 희망 및 실제 방문지 2위에 이름을 올린 곳이다.
가족경영 朴씨 가문 ‘4세 경영 시대’ 코앞…지주사 42.39% 지배력 두산 전체 장악
두산그룹은 박승직 창업주의 ‘박승직 상점’이 모태다. 이후 부친의 상점을 물려받은 박두병 초대 두산그룹 회장이 그룹으로 일궈냈다. 지난 1973년 박두병 회장이 사망한 후 평사원 출신의 정수창 회장과 박두병 회장의 장남 박용곤(83) 두산그룹 명예회장이 각각 2~5대 회장을 번갈아 맡았다.
박용곤 명예회장은 1996년까지 회장직을 맡았으며 동생 고 박용호 전 성지건설 회장이 2005년까지 그룹을 이끌어왔다. 이후 3남 박용성(75) 두산중공업 회장, 4남 박용현(72) 연강재단 이사장 등이 차례로 그룹 총수직에 올랐으며 현재는 2012년 회장직에 오른 박용만 회장이 이어가고 있다.
박용곤 명예회장을 필두로 가족(연강문화재단 포함)들은 지난달 18일 기준 그룹 지주사인 주식회사 두산의 지분 42.39%를 통해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지주사 두산이 두산중공업, 오리콤, 두산베어스, 두산생물자원, 두산타워, 디아이피홀딩스 등의 계열사를 보유했으며 이 중 두산중공업이 4곳의 손회사를, 손회사 두산건설이 증손회사를 지배하는 구조로 돼 있다.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2015년 11월 30일 기준) ⓒ스카이데일리
현재 두산그룹은 박승직-박두병-박용곤 형제-박정원 형제(사촌 포함) 순으로 4세 경영체제를 앞둔 상황이다. 박용만 회장의 동생 박용욱(55) 이생그룹 회장이 독립한 상태기 때문이다. 현재 두산 4세들은 그룹 전반에 포진한 상태다.
그룹에 포진한 두산그룹 4세들은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 박정원(53) 두산 회장, 차남 박지원(50) 두산 부회장 ▲박용성 회장의 장남 박진원(47) 전 두산산업차량BG 사장, 차남 박석원(44) 두산엔진 부사장 ▲박용현 연강재단 이사장의 장남 박태원(46) 두산건설 사장, 차남 박형원(45) 두산인프라코어밥캣홀딩스 부사장, 3남 박인원(42) 두산중공업 전무 ▲박용만 회장의 장남 박서원(36) 두산 전무, 차남 박재원(30) 두산인프라코어 부장 등이다.
정원·지원 형제 막강 차기총수 1·2순위…4세 경영체제 촉각
그룹의 ‘캐시 카우’가 될 미래먹거리 사업에 회장의 장남이 전면에 나섰지만 박 전무가 두산그룹의 차기 총수가 되기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그의 사촌형들이 이미 그룹의 주요 직책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박용만 회장의 뒤를 이어 ‘왕관’에 가장 가까이 접근했다고 평가를 받는 이는 박 회장의 큰조카 박정원 두산 회장이다. 그는 현재 지주사 회장직뿐만 아니라 두산건설 회장, 두산베어스 구단 주 등을 맡고 있다.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기준, 박정원 회장이 보유한 지주사 지분은 5.07%다. 4세들은 물론이고 두산 일가에서 가장 많은 지분이다. 박정원 회장의 뒤를 이어 동생 박지원 부회장 3.37%, 박진원 전 사장 3.25% 등이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박서원 전무가 보유한 두산 지분은 1.77%에 불과하다.
▲ 현재 두산그룹을 이끌고 있는 박용만 회장은 3세 체제의 마지막 회장이 될 전망이다. 막내 박용욱 이생그룹 회장이 그룹에서 독립 해 독자 경영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두산의 4세 경영인들. 왼쪽부터 박정원 두산 회장, 박지원 두산 부회장, 박서원 두산 전무 [사진=뉴시스]
또, 박정원 회장이 집안의 장손이라는 점 그리고 숙부 박용만 회장보다 7살 어리다는 점 등이 그가 차기 총수가 될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4세 경영체제가 ‘형제세습’의 3세 때와는 다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형제가 아닌 사촌 간 경영세습은 사실상 무리이며 박용곤 명예회장 가(家) 내에서의 형제세습 혹은 사촌들 간 경영실적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후계구도가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나이, 지분, 장손이라는 신분 등을 고려했을 때 박정원 회장이 뒤를 이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하지만 ‘포스트 박정원’의 경우 자칫 경영권 분쟁 우려가 있는 만큼 교통정리가 어느 정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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