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창립 120주년을 맞는 두산그룹이 국내 기업사 최초로 4세 경영체제를 맞게 됐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깊은 역사를 자랑하는 기업에서 ‘4대에 걸친 장수경영’이라는 최초의 기록이 또 탄생한 것이다. 지난 2일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지주사 두산 이사회에서 차기 이사회 의장으로 큰 조카 박정원 두산 회장을 지목했다. 이어 박용만 회장은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직과 2018년 3월까지 임기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에 몰두할 방침이라는 뜻도 덧붙였다. 이사회에 상정된 해당 안건은 오는 25일 예정된 정기주주총회에 상정될 예정이며, 이를 통과할 경우 박정원 회장은 두산그룹 회장에 정식으로 취임하게 된다. 신임 박 회장은 두산 지주부문과 두산건설을 맡아 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계속된 두산건설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악화로 인해 기대감 만으로 회장직에 오르는 것은 아니라는 평가다. 따라서 그가 유동성위기에 빠진 두산그룹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 지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다. 스카이데일리가 박정원 신임 두산 회장 내정자와 두산그룹의 미래먹거리 등에 대해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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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차기 회장으로 박정원 두산·두산건설 회장을 추대했다. 오는 25일 예정된 이사회에서 통과될 경우 두산그룹은 재계 최초로 4세 경영 체제를 완성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박정원 회장이 오너일가의 장자라는 점을 제외하면 회장이 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비판적 시선을 보이기도 했다. 사진은 두산그룹 본사 ⓒ스카이데일리
박정원 두산·두산건설 회장이 그룹 회장으로 오르는 것이 사실상 확정된 가운데 ‘위기의 두산그룹’을 구원할 수 있을지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박 회장이 두산그룹의 미래먹거리 산업으로 분류되는 연료전지와 면세점사업의 주역이었다는 점이 주목받으면서 이들 산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것이다. 또한 이들 사업이 향후 두산그룹 전반에 얼마큼의 비중을 차지하게 될지에 대한 궁금증 역시 반영됐다.
120년 이어온 두산오너일가, 지주사 40.67%로 중공업·건설 등 그룹 전체 지배
▲ 박정원 두산그룹 신임 회장 [사진=뉴시스]
박승직 창업주가 두산의 토대가 됐다면 이를 성장시킨 이는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회장이다. 그의 경영철학은 ‘공동소유·공동경영’이다. 그의 뜻에 따라 장남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부터 5남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까지 형제들이 차례로 회장직을 이어왔다.
4세경영의 서막을 알린 박정원 회장은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사촌지간인 두산가(家) 사촌들 중 큰형인 셈이다. 박용만 회장의 용퇴발언이 있기 전부터 박 회장은 두산그룹의 유력한 차기 총수후보로 분류돼 왔다.
박용만 회장의 동생인 6남 박용욱 회장이 일찍이 독립해 이생그룹을 신설했기 때문에 다음 수순이 4세들 중 맏이인 박정원 회장 차례라는 점이 그 이유였다. 또한 그가 오너일가 중 그룹 지주사 지분을 가장 많이 확보했기 때문이었다.
두산 오너일가는 40.67%의 지분율을 보이고 있다. 박용곤 명예회장 외 32명의 오너일가가 나눠 보유하고 있다. 이 지분율을 바탕으로 두산중공업-두산건설·두산인프라코어 등으로 이어지는 핵심계열사 등을 지배하는 것이다. 여기에 연강재단(2.65%), 동대문미래창조재단(0.44%) 등 오너일가 우호지분까지 더하면 총 43.76%의 지분율을 보이고 있다.
총 33명의 오너일가 중 가장많은 지분율을 보이는 이는 박정원 회장(6.29%)이다. 박 회장의 동생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회장(4.19%),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3.57%) 등이 뒤를 잇고 있다.
4세 경영 개막 알린 ‘長子’, 맥주로 시작해 건설까지…실적부진 속 회장실行 뒷말
박정원 회장은 지난 1985년 두산산업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남 밑에서도 일 해봐야 한다는 가풍에 따라 1년간 일본 기린맥주 과장으로 재직한 것을 제외하면 30년 세월을 줄곧 ‘두산맨’으로 살아온 셈이다.
박 회장은 지난 1994년 동양맥주 이사에 이름을 올리며 처음으로 임원 반열에 올랐다. 1992년부터 2년여 간 과장으로 재직한 후 이사에 등극했으며 1997년에는 상무까지 올라 본격적인 경영자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당시의 두산그룹은 소비재와 식음료 사업이 주력일 때다. 집안의 장자로서 핵심계열사에서 경영능력을 펼치기 시작한 셈이다.
▲ ⓒ스카이데일리
두산그룹은 200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인 체질개선을 시작했다. 소비재·식음료에서 중공업중심의 사업구조 개편작업에 착수한 것이었다. 박 회장은 지난 2005년 두산산업개발 부회장을 맡으며 중공업그룹의 후계자로 첫 발을 내딛었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두산건설의 부회장직을 수행했으며, 이듬해부터 두산건설 회장직을 맡아 오늘날까지 이끌고 있다.
지난 2012년 지주사 두산의 ‘지주부문’ 회장직을 맡고 있기도 한 박 회장이 그룹 총수가 되는 것을 달갑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있는 까닭은 바로 두산건설 때문이다. 두산건설은 두산그룹의 핵심계열사 두산중공업의 자회사다. 두산건설 역시 그룹의 핵심계열사로 분류된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두산건설이 꺼내 든 성적표는 신통치 못해 온 것이 사실이다. 두산건설은 지난 2011년 이후 줄곧 적자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2013년 흑자로 돌아선 영업이익도 지난해 적자로 돌아섰다.
두산건설의 지난해 잠정실적은 ▲매출 1조8054억원 ▲영업손실 1669억원 ▲당기순손실 5207억원이다. 전년도 실적에 비해 매출액은 4026억원, 영업이익 2997억원 당기순이익 4521억원 각각 하락했다.
두산건설을 비롯해 두산그룹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갖고 있다는 한 주주는 “박용만 회장의 뒤를 이어 박정원 회장이 오른다는 것은 사실상 한 집안의 가풍일 뿐 그룹 전반을 위한 결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경영실적을 우위에 두고 후계자를 선별했다면 분명 박정원 회장은 낙제점이다”고 꼬집었다.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지배구조=2016년 2월 29일 기준 / 두산 개인지분 순위=2015년 11월 18일 기준]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연료전지·시내면세점 유동성 돌파구 되나…“도움 되겠지만 해결책은 아냐” 지적
문제는 유동성 문제로 허덕이는 곳이 두산건설 뿐 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두산그룹의 핵심계열사로 분류되는 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두산엔진 등이 지난해 줄줄이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건설 위기가 그룹 전반으로 확산된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겉으로 드러난 것 이상으로 두산그룹이 심각한 상황에 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 2007년 미국 중장비업체 밥캣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지출을 감행했고 이듬해 불어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빨간불이 켜진 재무건전성이 10년이 가까워지도록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음을 불안하게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박정원 회장의 총수 등극과 함께 그가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미래먹거리 산업이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 회장이 두 팔 걷고 나선 사업인 만큼 그룹 차원의 막대한 지원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두산그룹의 미래먹거리 사업으로 주목받는 것은 연료전지와 면세점사업이다. 두산은 지난 2014년 퓨얼셀파워와 미국 클리어에지파워 등을 인수하며 연료전지 사업을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점찍은 바 있다.
인수되기 전까지 퓨얼셀파워는 우리나라 연료전지 사업을 선도하는 곳이었다. 또한 클리어에지파워의 경우 건물용 연료전지 원천기술업체다. 두산 안팎의 기대감을 한 몸에 받기에 충분했다. 해당사업은 지난해 5870억원의 수주금액을 기록하며 기대감에 부응하기도 했다.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무엇보다 지난해 두산이 새로 출사표를 낸 분야는 면세점이다. 지난해 11월 실시된 서울 주요 3개 면세점의 특허 입찰결과 기존사업자인 SK네트웍스 워커힐면세점을 밀어내고 두산이 새로운 시내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된 것이다.
당초 두산이 해당 입찰에 참여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졌을 때 의외라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같은 해 7월 치러진 신규 시내면세점 경쟁 입찰 때 응찰하지 않았으며, 기존 면세점 아성을 이룬 곳들과의 경쟁에서 쉽게 특허권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았다. 이 같은 부정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두산은 동대문 두산타워에 신규 시내면세점 유치에 성공했다.
올해 더 큰 성장이 예상되는 연료전지 사업과 연내 개점을 준비 중인 면세사업에도 불구하고 이들 사업이 기존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 보는 이는 많지 않다.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대개 도움은 되겠지만 근본적인 문제해결에는 역부족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 증권가 애널리스트는 “연료전지의 경우 분명 전년보다 나은 한해가 되겠지만 아직 성과를 운운하기에 이른 시점이다”며 “면세점의 경우 개점과 함께 많은 관광객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돼 어느 정도 난항을 겪고 있는 유동성에 단비가 되겠지만 근본적인 재무건전성 회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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