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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미증유 대량살상 가습기살균제 진상조사 특위
그날 그들도 죽었다…사망 701명 ‘영혼의 국정조사’
그날 그들도 죽었다…사망 701명 ‘영혼의 국정조사’
아내·아이 잃은 아버지들의 절규…신고 3698명 ‘최대 227만명 찾는다’
이경엽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6-07-15 14:55:03
가습기살균제는 지난 1994년 유공(현·SK케미칼)에서 개발한 이래 2011년 관계당국의 판매금지 및 회수조치가 취해질 때까지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했다. 현재까지 드러난 피해자만 3698명에 달하며 이중 19%에 달하는 701명이 사망했다. 피해자 대부분은 영·유아들 그리고 출산 직전·직후의 산모들이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된 것은 올해 초부터다. 최근 국회 차원의 움직임도 일어났다. 지난 7일 본회의를 통해 더민주 우원식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가습기 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구성안이 통과된 것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첫 날부터 파행을 보이며 잡음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협치’를 약속한 국회가 수백의 사람 목숨을 앗아간 사건의 진실규명보다 당쟁이 우선이냐며 반발하는 상황이다. 스카이데일리가 피해자 사례 증언을 취재하는 한편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국회 등을 찾고 이번 조사에 대한 각계의 목소리 등을 현장취재 했다.

 ▲ 15일 개최 예정이던 가습기살균제 사태의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새누리당 측의 의사일정 거부로 전면 파행됐다. 이날 회의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만이 참석해 결국 무산됐다. [사진=박미나기자] ⓒ스카이데일리
 
“각고의 노력으로 시험관아기 쌍둥이 얻었지만 둘째가 우리를 떠났어요”

#1. 지난 2011년 4월 임신 7개월의 산모 윤지영 씨에게 갑작스런 호흡곤란 증세가 왔다. 병원 측은 그녀의 둘째를 출신시키기로 결정했다. 아이와 산모 모두를 살리기 위한 조치였다.
 
출산 후 윤 씨의 증상은 더욱 심각해졌다. 병원에서 폐 이식수술을 권할 정도였다. 결국 윤 씨는 폐 이식수술을 받기 위해 수술대에 올랐다. 하지만 수술 후에도 주기적인 호흡곤란과 고열이 반복됐다. 결국 그 해 11월 재차 그녀는 병원에 입원하게 됐고 보름 만에 중환자실로 옮겨졌으나 두 달여 만인 이듬해 1월 사망했다.
 
#2. 대전에서 거주하는 임영식·김옥희 부부는 1998년 결혼한 후 아이가 생기지 않아 고심했다. 결국 시험관아이를 갖기로 결정했고 7년간의 각고의 노력 끝에 2004년 3월 이란성 쌍둥이 형제를 얻을 수 있었다.
 
임씨 부부에게 쌍둥이는 각별했다. 집안을 건조하지 않게 하기 위해 가습기도 들여놨다. 물론 살균도 열심히 했다. 소중한 아이의 호흡과 직결되는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쌍둥이의 두 돌이 지날 무렵 둘째 아이에게서 호흡곤란증세가 발견됐다.
 
대전을지대병원으로 또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으로 아이를 데려갔다. 진단 결과는 ‘간질성 폐렴’이었다. 둘째는 이후 한 달을 채 버티지 못하고 세상을 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둘째가 쓰러지면서 형에게도 검진을 실시했고 형만이 살아남게 됐다는 점이다. 홀로 된 쌍둥이는 열 살이 됐다. 동생의 죽음을 거울삼아 살아남은 형은 여전히 동생을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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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6월까지 집계된 가습기살규제로 인한 사망자는 700명이 넘는다. 이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가족을 잃어버린 슬픔이나 질병의 고통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사진은 가습기 피해자들의 모습 [사진=뉴시스]

“아이의 폐가 굳어 사망하고 장례식 직후 아내까지 쓰러져 아이를 따랐어요”
 
#3. 최민술 씨는 지난 2008년 11월 아들 연우를 출산했다. 최 씨의 아내가 산후조리원에서 몸조리를 한 후 집으로 돌아왔다. 환절기였던 탓에 최 씨는 가습기를 준비했다. 아내와 연우는 가습기가 놓여진 거실에서 생활했다.
 
집에서 생활한지 불과 1개월 만에 아이는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병원에서는 감기라며 감기약을 처방해줬다. 그러다 아이에게 호흡곤란 증세가 왔고 동네병원에서는 큰 병원에 갈 것을 권유했다.
 
의사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연우의 폐가 굳어간다는 것이었다. 원인은 폐렴이었다. 하지만 폐렴의 원인에 대해서는 오리무중이었다. 입원 이튿날 중환자실에 옮겨진 연우는 채 이틀을 버티지 못하고 최 씨 곁을 떠나갔다. 세상에 나온 지 불과 161일째 되던 날이었다.
 
최 씨의 불행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3일장으로 치른 연우의 장례식이 끝난 다음날 아내가 쓰러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가족들은 심신이 허약해 쓰러진 것으로 봤다. 동네 병원에서는 결핵과 폐렴을 의심했다. 하지만 호흡곤란 상태는 날이 갈수록 심각해졌고 결국 큰 병원에서 조직검사를 받게 됐다.
 
병원 측에서는 아내의 진단을 ‘원인모를 폐 손상’이라 명명했다. 원인을 몰랐기에 어떤 치료도 소용없었다. 결국 아내는 2009년 5월 연우의 뒤를 따랐다. 출산 뒤 196일만의 일이었으며 연우가 떠난 지 35일만의 일이었다.
 
최 씨는 망연자실했다. 결혼 후 아내가 연우를 가졌던 10개월여 동안 꿈꿨던 행복한 가정이 불과 200여일 만에 산산조각 났기 때문이다. 삶에 의욕이 없었다. 달리는 차에 뛰어 들고 손목을 그었다. 약을 먹기도 했다.
 
총 3번의 자살시도에 최 씨 가족들은 최 씨의 후배 한명을 24시간 붙여놓았을 정도였다. 매일같이 아내와 연우의 납골당에 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최 씨는 지금도 매주 한 번씩 납골당을 찾는다. 하지만 지금도 그리운 마음을 헤아릴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앞서 윤 씨를 사망에 이르게 하고 최 씨의 가정을 송두리째 파탄 낸 주범은 가습기살균제다. 윤 씨와 쌍둥이는 옥시 제품을, 최 씨는 애경 제품을 사용했다.
 
 ▲ 자료: 환경보건시민센터 ⓒ스카이데일리

당쟁싸움 휘말려 개시도 못한 ‘국회 가습기살균제 특위’…“죽음보다 당쟁 우선인가”
 
가습기살균제 사태의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본격적인 활동 첫 날부터 파행됐다.
 
특위는 당초 15일(오늘) 오전 10시 전체회의를 열어 향후 운영방향과 일정 등을 정할 예정이었다. 또한 기관보고와 사실관계 등 쟁점을 추릴 외부인사로 구성된 예비조사위원 등도 선임될 계획이었다.
 
하지만 10시 정각 회의는 예정대로 개최되지 않았다. 11시로 연기됐다는 통보가 나왔지만 회의장 안팎에서는 회의가 파행될 것이란 전망이 속속 나오기 시작했다. 예정된 회의를 25분가량 앞둔 10시 35분 이번 특위 위원장인 우원식 의원은 회의 파행을 선언했다.
 
우 의원은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의사일정 중단 선언에 따라 가습기 살균제 국정조사 특위 역시 파행된 것이다”면서 “언제 재개 될 수 있을지는 아직은 알 수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가 의사일정을 중단된 배경은 전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고용노동부의 2015회계년도 예비비 지출승인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승인에 반대하며 퇴장한 틈을 타 야당의원들이 단독으로 ‘날치기’ 한 것을 문제 삼았다.
 
현재 여당은 홍영표 환노위원장 사퇴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정 원내대표는 “관행을 깨고 국회의 질서를 무시한 일이다”고 비판하며 “협치를 조롱하고 국회의 질서를 깬 폭거며 국회 선진화법 정신에도 맞지 않는 일이다”며 야당을 압박했다.
 
본격적인 국회차원의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던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들과 관련 시민단체들은 답답하다는 반응이다.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이 크다는 반응이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가습기살균제 피해 유족인 조태웅 씨는 스카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검찰수사 단계서 아쉬웠던 부분을 국회가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시작부터 이게 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흥규 환경보건시민센터 팀장은 “가습기 살균제 문제는 정쟁과 관계없이 시급히 처리돼야 할 상황이라고 여야 모두에서 주장했지만 첫 회의가 파행됐다”며 “여야의 정쟁에 가습기 살균제 특위가 첫발부터 삐긋거리는 모습이 안타깝고 부디 초심을 살려 회의를 속개해 달라”고 간곡하게 말했다.
 
또 다른 가습기살균제 피해 유가족은 “13일 간담회를 열며 유가족들의 의견을 물었던 의원들이 첫날부터 이렇게 파행인데 조사가 잘 이뤄질지 의문이다”며 “그들에게는 당쟁이 우선일지 모르나 우리에게는 수년전 가슴에 묻은 죽음의 진실규명과 응당한 처벌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회의는 11시 20분께 속개됐지만 12시께 재차 파행됐다. 회의장에는 우원식 위원장을 비롯해 홍익표·금태섭·신창현·정춘숙·이훈 등 6명의 더민주 소속 의원들이 참석했다.
 
속개 당시 우 위원장은 “오늘 회의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향후 국정조사 일정에 큰 차질이 빚어지게 될 것이다”고 말한 뒤 불과 40여분 만에 “주말 혹은 내주 중 재차 계획을 잡을 것이다”고 밝혔다.
 
 ▲ 지난 13일 국회도서관 지하 소회의실에서 제도 개선 방안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토론회를 주최한 환경 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환경부,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 공무원들도 참석했다. ⓒ스카이데일리

사망 701명, 피해규모 최대 227만명에 신고는 고작 3686명…“빈수레 요란할까 걱정”
 
지난 13일 오후 1시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실 앞에는 특위 소속 의원들과 15명 안팎의 유가족 등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등장과 함께 곧바로 간담회장으로 들어갔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번 간담회를 통해 본격적인 조사에 앞서 유가족들의 뜻을 들어보자는 취지였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간담회는 의원들에게 피해자·유가족들의 의견이 전달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며 “조사 일정·진행·방향·내용 등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고 의원들 역시 참고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말했다.
 
가습기살균제 대다수 피해자·사망자는 3세 이하의 영유아들과 출산 전·후의 산모들에 집중돼있다. 현재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집계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총 3686명이다. 이 중 현재까지 701명이 사망했다. 문제는 가습기살균제 판매기관과 인구수 등을 고려하면 최대 227만명이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됐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특위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반응이다. 특위 내에 법률제정권과 예산권이 주어져 있지 않고 일부 문제를 확인하더라도 재차 검찰에 수사를 요구해야 하는 등 절차상의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최 소장은 “빈수레가 요란할까 걱정이 될 정도다”며 “하지만 조사 과정이 언론에 공개되고 또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베일에 쌓여있던 부분들이 수면 위로 드러날 것이란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진실규명의 출발점은 피해규모 파악이며 단 한명의 피해자도 억울하지 않도록 올바른 피해대책이 수립돼야 할 것”이라며 “특히 이번 참사의 주범인 옥시·애경 등 제조사는 물론 관계 당국의 책임을 묻는 것 또한 핵심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모임 회원은 “지난 몇 년간 피해자 가족 모임을 진행해오면서 기업 등으로부터 숱한 오해와 협박 등을 받아왔다”며 “기자들이라는 사람들이 오히려 기업의 사주를 받아 음해성 기사를 쓰거나 추태를 부리는 모습을 자주 봤다”고 말했다.
 
임흥규 환경보건시민센터 팀장은 “피해자가족들이 최근 가습기 살균제 국정조사 특위가 구성된 이후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지면서 언론 등의 접촉에 더욱 매우 민감해진 상태다”며 “내 가족의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활동을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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