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정미 의원(정의당)은 가습기살균제에 사용된 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CMIT)과 메칠이소치아졸리논(MIT) 성분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치약에 함유돼 있다고 밝혀 큰 논란이 됐다. 해당 성분을 납품한 곳은 미원상사다. 아모레퍼시픽 등 문제성분이 함유된 치약을 판매 중인 곳들은 모두 미원상사를 통해 해당 성분을 납품받았다. 이 성분은 지난달 물티슈 ‘맑은느낌’(태광유통), 모발 에센스 ‘레브론 플렉스 실크닝 투페이스’(나드리화장품) 등 60개 제품에서 검출돼 논란이 불거진 바 있던 성분이었다. 생필품에서 잇따라 발견되는 문제의 성분으로 인해 유해성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대기업 제품마저 못 믿게 생겼다”는 비판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문제의 성분을 밝혀낸 이정미 의원은 “식약처의 관리감독이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다”며 비판의 날을 세운 상황이다. 스카이데일리가 가습기살균제부터 잇따라 논란의 중심이 된 생활필수 화학제품으로 인해 공포에 빠진 국민들의 모습과 이에 대한 각계의 목소리 등을 현장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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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용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이 화학제품 전반에 대한 공포로 급확산되고 있다. 일상에서 자주 쓰는 각종 생활용품들에서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검출돼 “믿고 살 수 있는 게 없다”는 소비자들의 격한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메디안치약 회수안내판이 나붙은 이마트 성수점 1층 안내데스크 ⓒ스카이데일리
“이래서 뭘 믿고 살 수 있겠느냐”
서울 성동구 이마트 성수점의 생활용품 코너에서는 약 10명 가량의 고객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이들은 다수의 치약 제품들을 둘러보며 환불과 관련된 건으로 생활용품점 직원들에게 실랑이를 하며 문의를 하는 중이었다.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이따금씩 고성이 오고갔다.
한 고객은 “대체 어떤 것을 사란 얘기냐. 안심할 수가 없다”고 말했고 마찬가지로 해당 코너에 주변의 고객들도 이에 동조하는 말을 한 마디씩 꺼내 놨다. 웅성거리는 틈에 LG생활건강 판촉사원이 끼어들었다. “이 제품은 괜찮은 제품”이라며 자사 치약을 꺼내 놨다. 하지만 고객들 표정에는 여전한 불안감이 가득해 보였다.
소비자들의 이런 반발 움직임은 비단 치약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샴푸·목욕제품·물티슈 등 생활 화학용품 전반에 대한 두려움으로 커지는 분위기를 보였다. 아모레퍼시픽 등 일부 치약제품에서 가습기살균제 성분인 CMIT(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와 MIT(메칠이소치아졸리논) 성분이 함유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나타나고 있는 풍경이다.
“아이가 쓸 제품인데” 화학제품 불안감 고조…성분표시 꼼꼼히 읽는 주부들
매대 주위가 술렁거리는 가운데 묵묵히 치약 포장지에 적힌 성분표시를 꼼꼼히 들여다보고 있던 박지혜(33·여)씨는 무엇보다 아이들이 걱정이라고 푸념했다.
현재 슬하에 1남 1녀를 둔 그녀는 임신 후부터 가급적 천연성분 함유제품을 사용했지만 치약과 바디로션 등은 일반 제품을 사용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박 씨는 “그동안 주방 세제, 세탁 세제 정도만 순성분을 따지며 해외 제품을 인터넷으로 구매해 왔지만 지금부터라도 치약과 바디로션도 천연 성분이 들어 있는 해외 제품을 알아보려 한다”며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좋은 성분이 들어있는 제품을 사야 하는데 그동안 잘 쓰던 제품이 이러니 도대체 뭐가 답인지 모르겠다”며 답답한 심경을 드러냈다.
▲ 아모레퍼시픽의 메디안 치약 제품이 가습기 살균제 성분 논란으로 회수에 들어가자 마트를 찾은 고객마다 치약의 성분표시를 꼼꼼히 살피고 있었다. 고객들은 마트 직원에게 어떤 게 괜찮은지 질문했고 직원은 구매해도 괜찮은 치약을 알려주느라 진땀을 뺐다. ⓒ스카이데일리
한껏 인상을 쓰며 공개적으로 특정 회사를 성토하는 고객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고객은 “큰 회사인 아모레퍼시픽이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너무 불안해 뉴스가 나온 뒤 집 안의 메디안치약을 모두 내다 버렸다”고 질색하는 모습이었다.
옥시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써 본 경험이 있다는 최은희(52·여) 씨는 “정말 운이 좋아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보진 않았다”면서도 “함유된 CMIT·MIT 성분이 미량이어서 유해하지 않다지만 옥시사태도 처음엔 문제가 없는 것처럼 판매됐지 않느냐”면서 불안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홈플러스 동대문점도 상황은 비슷했다. 치약이 있는 생활용품 코너가 술렁이고 있었다. 아이와 함께 장을 본 주부가 성분표시를 읽고 있는 모습마저 판박이였다. 매대 일부에 치워지지 않은 메디안 제품을 보고 격노하는 반응도 볼 수 있었다.
박주연(41·여) 씨는 “아모레퍼시픽과 같이 큰 회사 제품에서 문제의 성분이 검출됐다는데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 “생활용품이라는 것이 말 그대로 어쩔 수 없이 사용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태반인데 어떤 제품을 믿고 구매할 수 있을지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어 박 씨는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천연제품으로 모든 제품을 바꾸고 싶지만 이마저도 값이 부담돼 쉽지 않다”면서 “끝나지 않은 가습기살균제 사태를 보면서 이 나라에 대한 신뢰마저 잃었다. 떠나고 싶다”고 볼멘 목소리로 말했다.
“책임감 부재” 아모레·정부 향한 비판의 화살…가습기살균제 논란 후에도 점검 없어

▲ 아모레퍼시픽의 메디안치약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회수 및 판매중단 조치에 따라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함유된 제품 11종을 회수했다. 마트의 치약 매대에는 해당 제품 회수 안내문이 걸려 있었다. ⓒ스카이데일리
가습기살균제 파문부터 시작된 화학제품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과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한 정부를 향한 반감으로 변해가고 있다. 앞선 박주연 씨 사례처럼 대기업 제품마저 문제가 되는 사회에 대한 불신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전수진(23·여) 씨는 지난 1년여 간 그린티스트 치약을 사용해 왔다. 해당 치약은 아모레퍼시픽 제품으로 지난달 28일 회수조치 결정이 내려진 11종 중 하나다. 전 씨는 “기업에겐 사회적 책임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몰랐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만약 알았다면 기만이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또 그는 “어린아이부터 노년층까지 전 연령대가 사용하는 제품에 대해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정부는 깜깜이었다”며 “국민건강과 직결된 문제이기도 함으로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또 명확한 조사결과가 국민에 공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선희(36·여) 씨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해당 기준에 걸맞은 점검을 해야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 아니겠느냐”면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우리 정부의 기준은 항시 모호하고 빠져나갈 구멍이 있으며 심지어 이런 규정을 잘 지키지도 않는 곳이 다수인 듯하다”고 꼬집었다.
아모레퍼시픽은 문제가 된 11종의 치약에 대해 전량 교환 및 환불조치 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현재 이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최근에서야 원료사로부터 납품받은 소듐라우릴설페이트(SLS) 내에서 문제의 성분이 극미량 포함됐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CMIT·MIT는 소듐라우릴설페이트 보존제다. 소듐라우릴설페이트는 계면활성제 성분이다. 치약 외에도 화장품, 샴푸 등 생활용품에 폭 넓게 쓰인다. 쇼듐라우릴설페이트가 치약 보존제로 허가받은 성분은 벤조산나트륨, 파라옥시벤조산메틸, 파라옥시벤조산프로필 등 3종이다.
허가받지 않은 성분이 아모레퍼시픽 치약 제품에 포함돼 있던 셈이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최근에서야 알았다”고 해명했지만 가습기살균제 논란이 일었던 만큼 자체적인 점검이 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 자료 : 식품의약품안전처 ⓒ스카이데일리
식약처의 대처 또한 문제로 꼽힌다. 당초 “치약의 경우 사용 후 물로 헹궈내 씻어내는 제품이기에 문제가 없다”고 했으나 이후 “허가되지 않은 성분”이라고 말을 바꿔 국민적 혼란이 가중됐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또, 시중 치약에 대한 관리가 부실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식약처가 국내 68개 치약 제조업체의 3679개 전 제품을 조사한 결과 10곳·149개 제품에서 문제의 성분발견됐다. 논란의 성분이 함유돼 있던 것이다. 이들 제품은 모두 미원상사로부터 CMIT·MIT 원료를 직·간접적으로 구입해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적발된 제품은 △금호덴탈제약(103개) △부광약품(21개) △아모레퍼시픽(12개) △동국제약(4개) △성원제약(3개) △시온합섬(1개) △시지바이오(1개) △에스티씨나라(1개) △국보싸이언스(1개)로 나타났다. 식약처는 이들 제품에 대해 모두 회수 조치를 내린 상태다.
식약처 측은 “극미량의 CMIT·MIT가 들어있어 양치 중 다소 삼키게 되더라도 안전상 문제는 없을 것이다”고 전했다. 하지만 국민들의 공포심이 극대화된 상태서 오히려 불신을 증폭시킨다는 것이 국민들의 주된 반응이다.
식약처는 우선 올해 말까지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이는 제품에 대해 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또 유해물질 사용실태를 파악하고 위해가 우려되는 경우 해당제품에 대한 회수와 제품명 공개를 계속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성분에 대한 논란이 충분히 제기될 수 있는 상황에서 해당 업체들의 대응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또한 이번 기회에 생활용품 전반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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