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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박서원 전무 진두지휘 ‘두타면세점’ 르포
유통 신사업에 사활건 ‘박용만 면세점’ 졸작 위기
황금알 아버지 따내고 아들 사령탑…실적부진에 면세 무경험 광고맨 분분
이성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6-10-31 14:09:13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현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의 장남인 박서원 두산 전무는 지난 2005년 뉴욕 비주얼아트스쿨 그래픽디자인학과에 진학한다. 이듬해 그는 함께 공부하던 친구들과 함께 ‘빅앤트인터내셔널’을 설립했다. 그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8년부터 각종 국제 광고제서 수상하면서 부터다. 특히 옥외 반전 포스터가 초석이 됐다. 지난 2014년에는 콘돔브랜드 ‘바른생각’을 출시하기도 했다. 과거 일제강점기 당시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일본군에 콘돔을 납품했던 오카모토사 제품들이 국내에서도 여전히 인기를 끈 것에 대한 비판이 바른생각 출시의 주된 이유였다. 재벌가 자제로는 이례적인 행보를 한 그는 바른생각이 출시됐던 그 해 10월 두산그룹 광고계열사 오리콤 크리에이티브 총괄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해 11월에는 두산 유통전략담당 전무에 발탁되며 황금알 사업으로 사활을 걸었던 면세사업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개장 6개월여가 흐른 현재까지 두산그룹 면세사업이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는 곧 박 전무의 경영능력에 대한 자질론으로 이어진 상태다. 스카이데일리가 두산그룹의 두타면세점을 찾아 이를 현장진단했다.

 ▲ 두타면세점 앞에는 부엉이 조형물이 있다. 새벽 2시까지 면세점을 운영한다는 영업방침의 상징물이다. 다른 면세점과 차별성을 보이겠다는 의지였지만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은 “큰 차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스카이데일리

서울 중구 두산타워 두타면세점을 찾았다. 부엉이조형물을 지나 면세점 내부로 들어서자 한 눈에 보기에도 한산한 모습이었다. 업계 최초로 심야영업을 도입하며 모객활동에 나선 두산의 의도와 다른 풍경이 눈앞에 보였다.
 
이곳의 영업시간은 오전 10시 30분부터 익일 오전 2시까지다. 기자는 오후 8시께 방문했다. 한산한 면세점 내부와 달리 두산타워 입구는 관광객들로 붐비는 모습이었다. 건물 벽면에 걸린 두타면세점 광고모델 배우 송중기의 모습을 찍으려는 외국인 관광객들이었다.
 
지난 5월 프리오픈에 맞춰 동대문을 찾는 관광객들이 면세점 방문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두타면세점 측 설명이 무색해보였다. 자연스럽게 두산의 헛발질이 아니었느냐는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건설·중공업으로 체질개선에 성공한 후 면세사업이 주목받자 단순히 돈벌이 수단으로 문어발식 확장을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박정원 회장 취임 후부터 두산그룹이 본격적으로 4세 경영체제의 서막을 올린 가운데 면세사업을 총괄하는 박서원 전무의 책임론이 부상하는 분위기다.
 
“아무래도 면세점은 두타보다 롯데·신라”…‘태양의 후예’ 外 특색 없는 면세점
 
 ▲ 두타면세점은 홍보를 위해 ‘태양의 후예 한류관’을 설치했다. 이곳에서는 기념 촬영을 하는 관광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모객 효과는 실질적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다른 층의 영업점에서는 손님이 많지 않아 썰렁한 분위기였다. ⓒ스카이데일리

두타면세점은 기존 두산타워 쇼핑몰 7~16층에 들어섰다. 1층부터 6층까지는 기존과 같이 다양한 상점들이 즐비하다. 이 때문인지 두타면세점은 두산타워와 구분 짓기 위해 숫자 앞에 알바벳 D를 붙이고 별도의 숫자체계로 층수를 표기했다.
 
가령 면세점 로비가 있는 7층은 D1층이며 대부분의 고객들이 몰려있던 ‘태양의 후예 한류관’이 있는 10층은 D3층으로 표기하는 식이다. 관광객들은 D3층과 한국화장품 코너가 있는 D8에 집중돼 있었다. 타 층수에서는 고객이 아예 없거나 10명 안팎의 고개만이 물건을 둘러 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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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층 ‘태양의후예 한류관’에는 드라마 관련 영상이 재상영되고 있었다. 또한 드라마 세트장을 재현해 놓았다. 방문객들 대다수는 긍정적인 반응이었으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중국인 관광객 짜오 라이(29·남) 씨는 “관광안내책자에 두타면세점이 소개 돼 있었는데 여기서 태양의후예 한류관이 있다는 걸 보고 찾아오게 됐다”며 “단순히 둘러보러 왔을 뿐 쇼핑을 하러 온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고객들이 가장 많이 있던 D8층의 한국 화장품 코너에는 정확히 23명이 전시된 상품을 보고 있었다. 이들 중 두타면세점 쇼핑백을 들고 있던 이는 5명에 불과했다.
 
두산면세점에서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 제품을 구매한 중국인 관광객 왕신(21·여) 씨는 “다른 면세점과 특별한 차별성을 느끼진 못하고 있다”며 “오히려 공간도 더 협소한 것 같고 브랜드 종류도 많지 않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두타면세점과 이웃한 동대문 밀리오레 쇼핑몰 앞에서 만난 관광버스 기사 김종선(61·남) 씨는 “신라면세점이나 롯데면세점은 일주일에 2~3번씩 가지만 두타면세점은 최근 1년 동안 딱 한 번 관광객을 데려다 줬을 정도다”고 말했다.
 
면세특허 사활 건 두산, 뚜껑 열어보니…“명품은 없고 살 것 없는 면세점” 분분
 
 ▲ 두산면세점 건물은 당초 사무실로 사용됐던 곳이었다. 일반 사무실처럼 낮은 층고를 가진 각 층들 천장에는 거울이 설치됐다. 더 넓어보이기 위한 전략이었다. 하지만 고객들은 여전히 “다른 곳보다 협소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스카이데일리

두산이 면세사업에 뛰어든 것은 지난해 11월 진행된 SK네트웍스 워커힐면세점의 특허 재입찰 심사에 응찰하면서 부터다. 이 때 두산은 23년간 워커힐면세점을 운영한 SK네트웍스를 제치고 특허권을 획득했다.
 
동시에 진행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 재입찰에서는 롯데를 밀어낸 신세계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당시 기존 사업자였던 롯데·SK네트웍스 등을 제외하면 가장 먼저 응찰한 곳이 두산이었을 만큼 두산의 면세점 의지는 강했다.
 
하지만 당시 두산의 면세사업 진출을 두고 “의아하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소비재사업을 정리한 후 건설·중공업 중심의 사업구조로 개편한 뒤 이뤄진 면세점 진출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1995년부터 두산은 주력이었던 식음료사업을 속속 매각하기 시작했다. 오비맥주·코카콜라 등을 정리했고 2000년부터 2005년까지 한국중공업·고려산업개발·대우종합기계 등을 인수해 각각 두산중공업·두산건설·두산인프라코어 등 계열사를 갖추게 됐다.
 
주력사업과 동떨어진 면세 특허에 응찰한 두산이 SK네트웍스 워커힐면세점을 밀어내고 특허까지 획득하게 되면서 ‘사전 낙점’이 아니냐는 구설에도 오르내렸다. 당국과 박용만 회장 간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었다.
 
이 같은 의혹제기는 면세 특허 심사가 이뤄지던 시기 중 불거졌다. 결국 두산이 낙점될 것이란 소문이 업계 안팎에서 파다했던 것이다. 박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순방 때마다 경제사절단 등의 자격으로 동행·보좌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또한, 박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 자격으로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와도 잦은 만남을 가졌는데 이 때 두산그룹의 면세점 사업 진출과 관련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논란이 계속된 와중 두산이 면세 특허를 확보하게 되자 ‘의혹’이 ‘사실’이 됐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특허 심사가 한창이던 당시 두산그룹은 동대문 지역발전과 상권활성화 등을 명분삼아 ‘동대문 미래창조재단’을 출범시켰다.
 
재단 설립을 위해 두산그룹과 박 회장이 각각 100억원을 출연했다. 이후 재단은 인근 상인들과의 상생협약을 체결해 면세점 영업이익의 10%를 상생기금으로 내놓겠다고 하는 등의 행보를 걸어오게 됐다. 물론 두산은 “각 평가항목 별로 치밀하게 준비한 사업계획이었다. 제대로 평가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변신에 성공한 두산이 면세점 특허를 획득한 것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면세점 운영은 노하우가 관건인데 백화점 운영 경험조차 없던 두산이 쉽게 성공할 수 없을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특히 협소한 공간 문제를 지적받았다. 두산면세점의 경우 당초 사무공간으로 활용되던 것을 쇼핑공간으로 리모델링한 것이다. D3층과 D4층의 바닥면부터 천장까지의 높이는 4.9m다. 비교적 넉넉한 공간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타 층의 경우 낮은 층고를 보이고 있다.
 
나머지 층의 평균 층고는 2.9m에 불과하다. D7층부터 D9층 세 개층의 높이는 그 보다 더 낮은 2.6m다. 두산은 각 층마다 천장에 거울을 설치해 보완책 마련에 애쓰기도 했으나 좁아 보이는 것을 극복하기에 다소 역부족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을 성공시키는데 있어 핵심적인 요소가 유명 명품 브랜드들의 입점을 유치시키는 것이다”면서 “두산이 면세점을 운영한 전례가 없다보니 명품 브랜드들과의 친밀도가 낮고 또한 명품 브랜드들이 선호하는 높은 층고마저 마련하지 못해 유치에 난항을 겪는 것이다”고 평가했다.
 
 ▲ 두타면세점을 찾은 많은 관광객들이 “브랜드가 적고 화장품 외에는 살 것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진은 홍콩 관광객 켄호, 모모 커플이 구매한 선글라스 제품 ⓒ스카이데일리
 
실제 두타면세점은 샤넬·루이비통·에르메스 등 글로벌 3대 명품브랜드는 물론 구찌·프라다 등 인기 브랜드들의 입점유치가 안된 상태다. 일부 방문객들 사이에서는 명품 브랜드가 없다는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홍콩에서 온 켄호(24·남), 모모(24·여) 커플은 두타면세점에서 “선글라스 하나만 겨우 샀다”며 “평소 여행을 가면 면세점에서 가족과 친구 선물로 명품을 사가곤 했다”며 “개인적으로 구찌와 같은 브랜드를 좋아하는데 여기서 찾을 수는 없었다”고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두산 오너가 박용만 회장 장남, 광고맨 출신에 면세점 경험없이 ‘사령탑’ 논란
 
국회 정책위원회 위원장 윤호중 의원(더민주)이 지난 19일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아 밝힌 자료에 따르면 두타면세점은 지난 5월 20일 개장한 후 6월 말까지 매출액 104억원, 영업손실 16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달 18일 오픈한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의 실적(매출액 218억원)과 견줘봤을 때 한참 뒤처진 수치다. 신세계 측도 두산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면세 특허 재입찰을 통해 특허를 획득한 후 서울 시내 면세점을 보유하게 된 곳이다.
 
두산그룹은 두타면세점 개장 당시 연매출 5000억원을 목표로 삼았으나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 매출 개선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이를 들며 “현재로서는 목표달성이 사실 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면세사업 수장에 대한 지적도 있다. 현재 두산그룹 면세사업은 면세점 특허 획득 당시 두산그룹 회장직을 지냈던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의 장남 박서원 두산 전무가 이끌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는 “결국 오너가 4세라는 점에서 면세사업을 이끌게 된 것 뿐이다”면서 “면세사업 경험조차 없는 두산이 사업을 이끄는 수장 자리에 면세사업과 무관한 광고계 인물을 앉힌 것이 상시적으로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 장남인 박서원(사진 가운데) 두산 전무는 두산의 면세점 사업을 이끌고 있다. 박 전무는 미국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뒤 광고계에 뛰어들어 광고제에서 수상하는 등 남다른 능력을 보였다. 한 때 콘돔 브랜드 ‘바른생각’을 출시하는 등 이색 행보를 걷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면세점 사업이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면세점 운영 능력에 의문이 제기됐다. [사진=뉴시스]

이천우 두산 부사장은 “박서원 전무가 매장 입점브랜드 협상과 환경조성, 인테리어, 체험공간 마련 등 사업 방향을 제시하고 사업을 이끌어왔다”고 설명한 바 있다. 결국 두타면세점의 명품입점 실패로 인한 매출 책임이 박 전문에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대목으로 해석되고 있다.
 
또한 입점매장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두산이 조급증에 걸렸다”는 말이 횡행한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협력업체 직원은 “영업부진의 원인을 협력브랜드 혹은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돌리며 끊임없이 갖은 지시사항으로 지치게 한다”고 전했다.

이 직원은 “두타면세점의 요구·지시사항들이 매일같이 이메일을 통해 전달되는데 그 내용을 보면 ‘직원들 잘못으로 손님들이 오지 않는다’는 식이 주를 이룬다”며 “하지만 오히려 제가 봤을 때 실질적으로 미흡한 운영능력을 보여주는 곳은 두산이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을 데려 온 관광가이드들에 현금으로 20만원가량이 지급되는데 때때로 면세점을 돌아보지도 않고 도착하자마자 곧장 공항으로 향하는 가이드들에게도 20만원이 지급됐다는 것이 입점매장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는 “두산의 미흡한 운영 실태에 대한 이야기는 면세점 직원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진 내용이며 개인 탓에 대한 논란도 전반적으로 직원들이 공감하는 분위기다”면서 “일부 중국인 관광객들로부터 ‘다시는 이곳 면세점에 오지 않겠다’는 반응도 접한 적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매끄럽지 않은 면세점 운영도 지적했다. 그는 “두타면세점이 각종 할인을 하고 있는데 중국인 관광객이 할인을 문의하고 요구하자 거절 당한 적이 있었다”며 “그때 그 관광객은 다시는 이런 곳에 오지 않겠다”고 말하며 화를 낸 적도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경험부족에서 불거진 잡음이라 생각한다”며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면세특허까지는 확보했으나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명품유치 난항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기획했던 이벤트가 기대 이하의 실적으로 이어지면서 불거진 내홍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결국에는 박서원 전무에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두타면세점 안팎에서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면서 “사업경험이 없었던 두산이 오너일원이라는 이유만으로 박 전무에 면세사업을 진두지휘하게 했던 것은 실적부진 이유에서 피해나갈 수 없는 사안으로 꼽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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