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유통업계의 두 강자가 패션사업 부문에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오너가 진두지휘하고 있는 현대백화점그룹과 신세계그룹이 바로 그 주인공으로 회자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최근 문을 연 유통채널에 상대기업 브랜드 매장이 없거나 입점이 늦춰지는 등의 모습을 보이고 있어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진은 신세계백화점 하남스타필드점(위)과 현대백화점 판교점 ⓒ스카이데일리
최근 국내 유통업계를 주도하는 두 공룡기업, 현대백화점그룹과 신세계그룹이 패션사업 부문에서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들 두 기업의 경쟁은 해당 사업 자체를 오너 일가가 직접 주도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사업을 주도한 인물은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과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이다.
특히 최근 문을 연 두 기업의 유통채널에 상대기업 브랜드 매장이 아예 없거나 늦춰지고 있는 점은 경쟁 과열 논란을 낳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재벌오너 간 경쟁구도로 애꿎은 소비자들만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부 고객들이 헛걸음을 하게 되는 경우가 그 이유로 꼽힌다.
공룡기업 간 불붙은 패션경쟁 “핫플레이스 스타필드하남엔 현대百 패션매장 없다”
유통·패션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2012년 4200억원의 거금을 들여 패션기업 한섬을 인수했다. 한섬은 여성복 브랜드 타임·시스템·마인·SJSJ, 남성복 브랜드 타임옴므·시스템옴므 등을 보유한 중견패션기업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또 이달 초 한섬을 통해 SK네트웍스 패션사업부문을 인수했다. 인수가는 약 3261억원에 달했다.
신세계그룹 역시 계열사 신세계인터내셔날을 통해 아르마니·돌체앤가바나·디젤 등의 해외 명품브랜드 국내 판매를 전개하는 방식으로 패션사업을 전개해 왔다. 최근에는 에르노, 끌로에 등 경쟁업체인 현대백화점그룹의 한섬이 소유했던 명품브랜드 판권을 가져오는 등 패션시장 업계에서의 입지를 점차 넓혀가고 있다.
▲ 자료: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관련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들 두 기업이 패션사업에 주력하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거론된다. 그 중 이들 기업이 보유한 백화점·대형쇼핑몰 등 유통채널에 대한 공실 우려가 우선적으로 꼽힌다. 유통사업은 사실상 매장 임대업을 통해 수익을 발생시키는데, 최근 경기침체로 입점기업들의 상황이 악화되면서 공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두 기업의 수익성 감소가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이들 기업들은 자사 수익성 감소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패션·뷰티·잡화 등의 사업을 전개해 유통채널 공실 메우기 및 사업다각화 등 두 마리 토끼잡이를 시도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런데 최근 이들 두 기업이 패션사업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정황이 나타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공교롭게도 최근 문을 연 두 기업의 백화점·대형쇼핑몰 등에 상대 기업이 보유한 패션 브랜드 매장이 빠져있거나 혹은 적게 입점해 있는 정황이 그러났기 때문이다.
신세계그룹이 지난해 9월 야심차게 오픈한 대형쇼핑몰 ‘스타필드하남’과 지난 2015년 현대백화점그룹이 경기 남부권 진출을 목적으로 야심차게 문을 연 현대백화점 판교점 등에서 이러한 현상이 특히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 지난해 오픈한 스타필드하남에서는 현대백화점그룹 패션계열사인 한섬이 보유한 브랜드 매장을 찾아볼 수 없었다. 반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이 판권을 갖고 있는 브랜드들(사진)은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스카이데일리
스카이데일리는 해당 기업들의 패션 브랜드 입점여부를 살펴보기 위해 직접 현장을 찾았다. 우선 스타필드하남에서는 현대백화점그룹 패션계열사 한섬이 보유한 브랜드 매장을 단 한곳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한섬이 보유한 브랜드들은 대부분 상당한 인지도를 갖추고 있어 서울시내 주요 백화점에는 대부분 한 개 이상 입점해 있다.
얼마 전 한섬에 인수된 타미힐피거·캘빈클라인·루즈앤라운지 등의 브랜드가 입점해 있긴 했지만 엄밀히 따지면 이들 브랜드는 처음 입점할 당시 한섬 소유가 아니었다. 한섬은 이달 초 이들 브랜드를 보유한 SK네트웍스 패션사업부문을 3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주고 인수했다.
스타필드하남 내 매장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이 같은 사실이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었다. 남성복 코너의 한 매장 관계자는 타임옴므·시스템옴므 등의 입점 여부를 묻는 질문에 “신세계백화점이 때문이다”고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이어 “신세계는 최근 자사 브랜드 위주로 입점을 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얼마 전 문을 연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했다. 신세계 본점 및 강남점, 영등포타임스퀘어점 등에는 입점 돼 있는 한섬의 대표 브랜드 랑방컬렉션·타임·시스템·마인 등을 대구신세계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기존 현대百 판권 보유 해외명품, 신세계에 넘어간 후 현대百 각 지점서 매장 철수
▲ 현대백화점그룹 역시 비교적 최근 오픈한 판교점(사진)의 경우 한섬 소유 브랜드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반면 신세계인터내셔날 소유 브랜드들은 다른 지점에 비해 적게 입점돼 있었다. 또한 얼마 전 판권이 신세계그룹에게 넘어간 명품 브랜드 에르노와 끌로에의 경우 현대백화점 압구정점과 무역센터점에서 철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카이데일리
현대백화점그룹 또한 신세계그룹과 비슷한 행태를 보였다. 최근 문을 연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는 어지간한 백화점에는 하나쯤은 입점해 있는 셀린느·지방시·마르니 등의 해외 명품브랜드 매장들을 볼 수 없었다.
이들 모두 신세계인터내셔널이 수입·판매하는 브랜드들이다. 특히 지방시·셀린느의 경우 과거 한섬이 판권을 소유하고 있다가 지난 2012년 신세계에 넘겨준 브랜드다.
이런 가운데 얼마 전 현대백화점그룹이 신세계그룹에 판권을 뺏긴 브랜드 매장이 기존 현대백화점 내에서 철수한 사실이 알려져 주목을 받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얼마 전 해외 명품브랜드인 에르노·끌로에 등의 판권을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넘겨줬다.
공교롭게도 그 후 현대백화점 압구정점과 무역센터점 내에 입점해 있던 에르노·끌로에 매장이 사라졌다. 무역센터점의 경우 지난해 12월 두 브랜드가 거의 동시에, 압구정점의 경우는 지난해 12월 에르노가 먼저 철수한 후 바로 다음 달인 올해 1월 끌로에가 각각 자취를 감췄다.
이들 두 기업은 패션사업 경쟁 과열로 인해 유통채널 입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우선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브랜드 출점 전략상 입점을 하지 않은 것이다”라는 짧은 답변을 남겼다. 이에 ‘출점전략이 정확히 무엇이냐’는 질문을 건네자 아예 답변을 거부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브랜드 입점은 해당 업체의 선택에 달렸다”며 “상권·주변·자사 브랜드매장과의 이격거리 등을 검토해서 결정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는 스타필드하남에 현대백화점그룹 패션브랜드 매장이 입점하지 않은 것은 신세계와 무관하다는 답변으로 해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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