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안전공단 자료에 따르면 현재 운행하는 전국 택시 수는 약 27만대다. 서울에만 총 7만3000대가 운행 중이다. 정부는 오랜 기간 택시운행 대수를 통제해 왔다. 국내 택시업계 역시 택시수가 느는 데 대해 유독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우버·콜버스·카쉐어링 등 새로운 교통수단의 등장에 맞서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 택시의 진입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택시업계가 안전을 앞세운 정부의 대책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까닭이다. 정부가 65세 이상 택시기사에 실시하는 자격유지검사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히자 택시업계는 강한 적개심을 드러냈다. 고연령 운전자의 사고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탑승객의 안전과 직결된 심사제도에 택시업계가 반발하자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은 눈살을 찌푸리는 모양새다. 그들이 외치는 것이 생존권이 아닌 기득권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택시 진입 문턱 낮춰 기득권을 내려놓게 하는 한편, 경쟁을 유발시켜 질적 향상을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택시 자격유지검사 제도를 둘러싼 정부와 택시업계의 갈등 양상과 이에 대한 여론의 반응을 현장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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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정부는 사고율이 높아지고 있는 65세 이상 택시기사에 대해 자격유지검사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택시업계는 ‘생존권’을 이유로 이 제도에 반기를 든 상태다. 일각에서는 권리 때문에 시민안전이 밀렸느냐는 반발여론이 불거지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최근 정부가 65세 이상 택시기사에 대한 운전자격을 주기적으로 검사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발표하자 택시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택시업계는 생존권 보장을 앞세워 승객의 안전을 앞세운 정부에 맞서고 있다.
하지만 택시업계의 반발을 바라보는 여론의 반응은 냉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이 외치는 것이 생존권이 아닌 기득권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택시의 진입 문턱을 낮추는 방안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택시 진입 문턱 낮춰 기득권을 내려놓게 하는 한편, 경쟁을 유발시켜 질적 향상을 유도해야 한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과 시민들의 주장이다. 택시의 질적 향상은 택시 서비스 품질향상, 승객 안전 확보 등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이라는 게 주장의 근거로 작용했다.
정부 “시민안전 최우선” vs 택시업계 “생존권 보장”
정부가 발표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따르면 65세 이상 택시기사는 3년, 70세 이상은 1년에 한 번 주의력 등 7개 항목의 운전적성검사를 통해 자격유지가능여부를 받아야 한다. 7개 항목 중 2개 항목에서 불합격을 받을 경우 승무자격이 정지된다. 이후 14일마다 재검사를 받을 수 있지만 합격판정을 받을 때까지 승무자격 정지가 유지된다.
65세 이상 고령자 사고율이 높다는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실시된 이번 개정안에 대해 시민들은 이 같은 제도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안전을 높이 평가했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택시기사들이 또 다시 생존권을 운운하며 반발하고 나서면서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일각에서는 택시업계의 독점적 기득권이 이 같은 반발의 배경이라 지적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택시업계의 기득권 지키기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택시업계는 그간 새로운 운송시스템의 등장을 강하게 거부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우버다. 일반 택시에 비해 높은 가격과 서비스를 자랑했던 우버는 지난 2013년 국내시장에 상륙했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금지 법안을 발의했다. 우버차량 운전자의 신원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것이 표면적 이유였으나 택시업계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란 해석이 적지 않았다.
또 택시업계는 심야콜버스 사업에도 강하게 반발했다. ‘심야콜버스’란 대중교통이 끊긴 새벽시간에 스마트폰 앱을 통해 같은 방향으로 귀가하는 사람들을 미니버스에 모아 출발하는 일종의 신개념 교통수단이다.
2015년 12월 강남대로를 중심으로 무료 시범사업이 실시됐다. 상습 승차거부지역이었던 이곳에 콜버스가 생기자 시민들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택시업계는 반발했다. 콜버스가 택시승객을 뺏어 생존권을 위협받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강한 반발은 운행권한이 부여되면서 잠잠해졌다. 당국이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와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심야콜버스 사업권을 내줬고 이들이 사업에 참여하자 반대여론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됐다.
사실 시민들의 택시를 향한 반감은 오래 전부터 계속돼왔다. 앞서 등장한 우버·심야콜버스 등도 택시에 대한 반감 탓에 도입 초창기부터 인기를 끈 서비스들이다. 택시는 버스·지하철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대중교통으로 성장했지만 승차거부·웃돈요구·카드결재거부 등 자신들의 이익을 쫓는 영업방식으로 인해 시민들의 불만을 키웠다는 지적을 받았다.
취재 중 만난 많은 시민들 역시 이 같은 택시영업행태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서울 중구 명동에서 만난 김민준(33·남) 씨는 “명동뿐 아니라 종로·홍대 등 번화가에서 밤 시간대 택시잡기가 너무 어렵다”며 “택시 승강장에 사람이 많으면 택시 타는 것을 포기하고 심야버스를 타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홍정기(46·남) 씨는 “뉴스 등을 보면 택시업계는 우버·심야콜버스 등 신규 서비스 등장이 포화상태인 자신들의 시장침범이라 주장하지만 정말 택시가 포화상태라면 시민들을 골라가면서 태우겠느냐”면서 “결국 택시 서비스 질 향상은 각종 서비스를 도입해 경쟁을 유도해야 높아지게 될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택시업계 ‘생존권 보장’ 주장에 “시민안전 최우선, 택시업계 변해야” 반발 무성
택시업계 행태에 대한 반발 여론이 만연한 가운데 정부가 안전을 이유로 도입하겠다는 자격유지검사에 대해서도 반발의 목소리를 높이자 여론의 반응은 더욱 싸늘해지고 있다. 일부 택시기사들 역시 업계 전반의 이 같은 움직임에 반감을 갖고 있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택시기사는 “나도 택시업계에 종사하고 있지만 업계 전반에 만연된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함구하면서 무작정 반대만 일삼는 것은 옳지 못한 처사라 생각한다”며 “택시업계도 무작정 정부정책에 반대할 것이 아니라 우리 고객들인 시민들이 진짜로 원하는 것이 뭔지 생각해 볼 자성의 기회다”고 언급했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 택시 운전자의 사고 건수는 주행거리 100만㎞당 0.988건으로 65세 미만 택시 운전자(0.65건)의 1.5배 수준이었다. 또 주행거리 1억㎞당 사고 사망자도 각각 1.21명과 0.97명으로 고령 운전자가 약 1.2배 높았다.
서울시 도로교통본부 관계자는 “고령 택시기사들을 상대로 △시속 40km 미만의 저속주행 △내비게이션 컨트롤 어려움 △운전 중 손 떨림 △귀가 어두워 잘 못 들음 등 다양한 민원이 접수되고 있다”며 “인간의 생애주기 상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시민의 안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대책을 세울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프랑스·독일·영국 등의 선진국에서는 택시기사와 같은 사업용 자동차 운전자는 5년마다 자격검사를 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 역시 65세 이상은 3년마다, 75세 이상은 매년 검사를 실시한다. 아울러 국내에서는 버스와 화물운송자들이 지난해부터 검사를 받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 버스기사들 검사 탈락률이 1.5%에 불과했다는 점에 비춰보면 자격유지검사를 실시하더라도 업계에 큰 영향을 끼치진 않을 것이다”면서 “유독 왜 택시업계만 반발의 목소리를 내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65세 자격유지검사 반대, 개인택시 사업면허 매매 거래 축소 염두했나” 분분
▲ 택시업계에서는 개인택시 사업면허를 사고파는 행위, 일명 ‘번호판 거래’가 암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보통 7000만원에서 1억원 이상 까지 거래된다. 일각에서는 65세 이상 자격유지검사제가 시행될 경우 번호판 거래 시장 축소를 우려한 것이 아니겠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대다수 전문가들에 따르면 개정안에 대한 반발의 목소리는 개인택시 사업자들이 특히 더하다. 이는 개인택시 사업면허 양수·양도거래 시장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 결과로 분석된다. 도로교통공단 박무혁 교수는 “개인택시 사업면허를 가지고 있는 이들이 향후 개인택시 사업면허의 거래 시장 축소를 우려해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택시업계에 따르면 택시운전 자격증은 일정 요건만 갖추면 누구나 취득할 수 있다. 하지만 자격증만 있다고 누구나 개인택시를 운행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택시 총 운행 대수를 제안하기 위해 개인택시 사업면허 추가발급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서울의 경우 개인택시를 포함해 총 5만여대가 운행 중이다.
개인택시 사업면허는 1990년대 이후 그 숫자가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법인택시를 운영하며 15년 이상 무사고 등 자격요건을 갖춘 후에도 개인택시 사업면허 취득 대기자가 상당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기형적인 시장이 탄생했다. 기존 개인택시사업자로부터 사업면허를 돈을 주고 거래하는 소위 ‘개인택시 번호판 거래’가 횡횡하고 있는 것이다.
한 택시기사는 “은퇴하는 개인택시기사들이 번호판(사업면허)을 파는 등 암묵적으로 시장이 형성돼 있는데 보통 7000만원에서 1억원 이상이다”며 “구입 못하면 법인택시를 몰거나 개인택시 운행을 포기해야 한다”고 전했다.
택시업계 한 관계자에 따르면 개인택시 사업면허 취득 요건인 법인택시 운영 15년 조건을 갖추고 나면 평균적으로 나이가 이르면 40대 중·후반, 늦으면 60세 정도다. 그 때부터 개인택시 사업면허를 구하게 되는데, 만약 65세 이상 자격유지검사제가 진행될 경우 나이든 사람들은 개인택시 사업면허 양수를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수요가 줄어들어 결국 개인택시 사업면허 거래시장이 위축되고 거래가격도 점차 떨어지게 된다. 현재 개인택시 기사들 중에는 목돈을 주고 취득한 이들이 많은 상황에서 시장 위축이 예상되는만큼 이를 두고 ‘생존권 위협’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관측된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도로교통공단 박무혁 교수는 설사 이 같은 배경이 사실이더라도 택시기사들의 권리가 시민들의 안전과 생명보다 우선할 수 없다며 자격유지검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도로는 생명이 달리는 곳인 만큼 최소한의 검증이 필요하다”며 “권리가 생명 우선가치를 흔들어선 안된다”고 언급했다.
운수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진입장벽을 치고 새로운 경쟁자 유입을 차단한 것이 결국 기득권자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방패막이가 됐다”며 “앞서 진입한 법인·개인택시들에 일종의 독점권을 부여한 셈이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택시 공급의 확대를 늘려 시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그렇게 되면 암암리에 진행되는 택시 거래도 없어질 것이며, 자유경쟁으로 인해 시민들의 서비스 질도 올라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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