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보증금이 인상된 빈병이 재테크 수단으로 떠올랐다. 빈병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돈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부수입을 올리는 하나의 수단으로 각광 받고 있다. 사진은 이마트 성수점에 있는 빈병 무인회수기를 이용하는 사람들 ⓒ스카이데일리
최근 빈병이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환경부가 빈병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올해 1월 1일부터 빈병 보증금을 인상한 결과다. 무일푼으로 짭짤한 부수입을 벌수 있다는 점에서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젊은층 및 알뜰족들 사이에서 ‘병테크(빈병+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6일 환경부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생산된 360ml 소주병은 100원, 500ml 맥주병은 130원으로 각각 60원, 80원 인상됐다. 이 밖에도 화장품 브랜드들의 빈병 정책을 활용하면 사용한 화장품병도 적립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에서 운영하는 사회공헌활동 ‘아리따움그린사이클 캠페인’은 유리, 플라스틱 재질 본품 및 공병을 가져오면 1개당 뷰티포인트 500점을 적립해준다. 화장품 브랜드 에스쁘아는 ‘B2P(BOTTLE TO POINT) 캠페인’, 이니스프리는 ‘공병 수거 캠페인’ 등을 각각 진행 중이다. 이들 모두 빈병들을 활용해 경제적 이득을 누리는 공통점을 지녔다.
“틈틈이 모을수록 돈으로 보여”…쏠쏠한 부수익 챙겨주는 빈병의 변신 ‘화제’
꾸준히 빈병을 수거해 돈을 벌었다는 전모(37·남) 씨는 “지난해 1년간 새벽마다 봉지를 들고 밖에 나가 산책 겸 빈병을 주으러 다녔다”며 “400병 가량을 마트에 반납하니 3만원 넘게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저금리 시대에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으니 어떻게 보면 은행이자 보다 낫다고 생각했다”며 “그런 생각을 하면서 병을 주으니 빈병이 더 이상 쓰레기가 아닌 돈으로 보이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서울에 사는 주부 이모(42·여) 씨는 “생활비 부담을 덜고자 손쉽게 할 수 있는 재테크를 알아보던 중 술을 좋아하는 남편이 소주병 10병을 옥상에 버려놓은 걸 우연히 발견했다”며 “이를 편의점에 가져가 1000원으로 교환했는데, 그 후로는 빈병을 팔아 쏠쏠한 재미와 만족감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 빈병을 통해 부수입을 버는 이들은 대부분 “빈병을 습관적으로 모으다 보면 돈을 버는 것 이상의 쏠쏠한 재미를 느낀다”는 반응을 보였다. 빈병 반환 거부매장은 신고 대상이 되기 때문에 가까운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손쉽게 현금으로 교환이 가능하다. 사진은 술을 판매하는 가게에서 나온 공병 박스(사진 왼쪽)와 빈용기 무인회수기 사용 안내 푯말 ⓒ스카이데일리
빈병을 돈이 아닌 물건으로 바꾼 사례도 있었다. 충남 당진에 사는 박동진(40)씨는 “평소 술을 즐겨 마시는데 빈병 50개를 모아 슈퍼에 갖다 주니 맥주 1병(1.8L)으로 바꿀 수 있었다”며 “낚시 동호회에서 만난 한 지인이 빈소주병 13병을 편의점에 반납해 새로운 1병으로 바꾸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빈병을 돈으로 바꾸는 방법은 가까운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 방문해 반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더욱이 최근 정부는 빈병 반납을 독려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환경부는 최근 서울 시내 곳곳에 사람을 상대 하지 않아도 되는 무인 빈병 회수기를 설치해 반납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현재 무인 빈병 회수기는 이마트 성수점·묵동점·하월곡점, 롯데마트 구로점·도봉점, 롯데슈퍼 공덕점, 홈플러스 영등포점 등 7개 지점에 비치돼 있다. 빈병보증금(공병가)은 병 라벨에 쓰여 있다. 올해 출고된 술병이 아니면 이전 보증금의 라벨이 붙어있다. 병 라벨이 벗겨져 있으면 출고 시점을 확인할 수 없어 기존 빈병보증금을 받는다.
빈병을 회수하는 일은 우리가 사는 환경도 살리는 일이기 때문에 환경부 측에서도 빈병 재활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보증금 인상으로 빈병 반환에 관심이 쏠리는 만큼 정부에서도 소매점의 협조 여부를 알기 위해 ‘빈용기 모니터링단’을 구성해 감시활동을 하고 있다”며 “소비자들도 빈용기를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이물질을 넣거나 깨뜨리지 않고 신속히 반환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대다수 전문가들에 따르면 빈병으로 한 번에 큰돈을 벌기란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테크를 하는 이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돈 버는 이상의 의미를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돈을 얻는 즐거움 등이 그것이다. 또 빈병 판돈을 기부해 자기만족을 느끼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예나래 자산관리사는 “병테크를 하는 사람 중에는 단순히 돈을 벌 목적도 있겠지만 그 보다는 작은 기부를 하고자 하는 사람, 나의 필요비용을 병테크라는 보너스 소득으로써 소진하고자 하는 사람 등도 있다”며 “나는 어디에 속하고자 하는가를 판단한다면 병테크에 새로운 의미가 부여될 것이다”고 말했다.
빈병 반환 거부 소매점은 신고 대상…포상금 노린 ‘병파라치’ 꾸준히 증가
▲ 다량의 빈병 회수는 무인 회수기를 통해 쉽게 이뤄진다. 최근 환경부는 빈병 재활용을 실천하는 ‘환경살리기’를 장려하고 있다. 사진은 주류 판매 업소에 진열돼 있는 맥주병들 ⓒ스카이데일리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빈병을 반환해 돈을 버는 사례가 늘면서 일부 동네 슈퍼에서 병 반환을 거부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도매상에 넘기기 귀찮다’, ‘빈병 부피가 커 보관하기가 어렵다’ 등의 이유로 병 반환을 반기지 않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빈병보증금 인상 후 반환에 나서는 소비자를 꺼리는 소매점이 늘면서 새로운 형태의 돈벌이 수단도 생겨났다. 바로 ‘병파라치’다. 빈병과 파파라치의 합성어인 ‘병파라치’는 포상금을 노리고 빈병 반환을 꺼리는 소매점들을 찾아다니는 이들을 일컫는 단어다.
환경부에 따르면 소매점은 1인당 하루 30병의 빈병을 조건 없이 반환해 줘야 하고, 30병 이상일 경우에만 해당 매장에서 구입하지 않은 제품에 대해 환불을 제한할 수 있다. 만약 소매점이 이를 어길 경우 최대 300만원 과태료를 부과하게 된다.
정부는 단속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7월부터 빈병 반환을 거부하는 소매점을 신고하면 해당 소매점의 첫 적발 과태료(50만원)의 10%인 5만원을 포상하는 신고포상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덕분에 지난해 연간 총 92건에 그쳤던 ‘빈병 반환 거부 매장’ 신고 건수는 빈병보증금이 인상된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171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월 평균 신고건수로 비교하면 8건에서 43건으로 5배가 넘는 증가세다.
현재 온라인 커뮤니티 및 각종 SNS 상에는 ‘편의점 빈병 거부 신고 후기’와 함께 포상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 병파라치 전용 커뮤니티가 여럿 개설돼 있다. 이는 병파라치의 활동이 증가했음을 방증하는 대목으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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